‘부자농촌 건설’ 목표…군 예산 25% 이상 농업 투자·민관 협치 '모범'

1995년 첫 민선 자치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한국의 지방자치는 어느새 성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중앙집권식 설계주의 농정 대신 ‘상향식 자율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여전히 재원과 사업집행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면서 지방농정은 중앙의 지침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농업·농촌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자체 예산을 마련하거나 혁신적인 사업계획을 수립,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풀어가고자 노력하는 지자체들이 있다. 본보는 새해를 맞아 시·군의 자치농정 혁신 사례를 찾아 소개한다.

‘부자농촌 건설’은 경북 봉화군의 5대 군정방침 중 하나다. 전체 산업 중 농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봉화군의 핵심 정책사업은 상당 부분 농업에 맞춰져 있다. 군 전체 예산의 25% 이상이 농업관련 분야에 투입될 정도다. 지역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된 주요 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그에 따른 예산 지원 뿐 아니라 관련 조례와 전문 연구시설 및 기구 운영 등이 잘 맞물려 돌아간다. 그 중심에 농민단체장 출신으로 농업 발전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박노욱 군수가 있다. 새해를 맞아 열악한 재정에도 자치농정 실현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봉화군을 찾아, 봉화군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관련 정책을 들여다봤다.

▲ 박노욱 봉화군수가 봉화군 농업회의소에서 위탁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인 사계절 나눔장터를 둘러보고 있다.

1. ‘농어업회의소’ 안정 정착

경북 최초 출범, 1200여 농업인 참여
로컬푸드매장·학교급식센터 위탁 운영


봉화군 농어업회의소는 경상북도 최초의 민·관 협치 농정기구로 지난 2012년 출범했다. 현재 식량, 과수, 축산, 원예, 친환경농업, 유통가공 등 8개 분과에 일반 1200여명의 농업인 회원과, 27개 단체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봉화군 농어업회의소는 민과 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농업분야 별로 산재되어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봉화군 농업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돕는 농어업인의 대의기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봉화군은 농어업회의소에 참여하는 농업인들의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5000만원의 예산을 출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봉화군 농어업인회의소는 부수적인 사업으로 상설 로컬푸드직매장인 사계절 나눔장터 운영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을 널리 홍보 및 판매하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연간 4억원이 넘는 지역 농산물을 봉화군 관내 20여 개교의 급식 식자재로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박연홍 봉화군 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농어업회의소는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농업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는, 민관 협치 농정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국 최초로 기초의원 발의를 통해 마련된 봉화지역 주요 농산물에 대한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조례 제정 등이 농어업회의소 활동을 통해 이끌어낸 주요 성과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 봉화군이 운영 중인 봉화군 농산물안전성분석센터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분석의뢰가 들어오면 2주내에 분석 결과를 통보해준다.

2.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조례’ 제정

2018년까지 기금 100억원 조성
사과 등 6개 주요품목 가격보전


전면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농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농산물값 폭락이다. 봉화군은 이에 따른 농가 고통을 덜어주고자 지난 2013년 12월 경북도내 최초로, 농산물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 시 생산비와 최저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하는 ‘봉화군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마련했다.

봉화군은 인구 3만3000여명에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치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매년 10억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해 연말까지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오는 2018년까지 총 100억원의 기금 조성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9년부터는 사과와 고추, 수박, 감자, 당귀, 한우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6개 주요 품목에 대해 농산물 가격하락에 따른 차액을 보상해 가격 폭락에 따른 농가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봉화군 김오종 유통과수과장은 “향후 기금 조성이 완료돼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사과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품목당 990㎡ 이상을 재배하는 농가(한우의 경우 5두 이상을 사육)에 대해 출하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지금을 통해 그 차액을 지원, 공급 과잉 등에 따른 농산물 가격폭락 시 지역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 박노욱 봉화군수가 봉화군 농어업회의소에서 지역 농업인들에게 강연을 벌이고 있다.

3. ‘농산물안전성분석센터’ 운영

2주내 정확한 분석 ‘정밀농업’ 실천

농가 경영비 연간 5억원 절감 혜택

봉화군은 농업생산 환경을 적절히 관리·보존하고 친환경 정밀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지역 농산물과 수질, 토양 등 농업 자원에 대한 안전성을 분석하는 ‘봉화군 농산물 안전성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봉화군이 지난 2012년 53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마련한 안전성분석센터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 등 13종의 분석 장비를 갖추고, 농가의 분석의뢰가 들어오면 2주 이내에 정확하고 정밀한 분석 결과를 통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소 및 경작지가 봉화군 관내인 지역 농가에서 논과 밭의 유기물 함량과 농경지 토양의 중금속 함량, 농업용수 분석, 농산물 잔류농약 분석 등을 의뢰할 경우 센터에서 분석한 결과를 무료로 알려주고 있다. 그에 따른 운영비 재원 마련을 위해 봉화군은 ‘봉화군 농산물안전성분석센터 운영조례’를 마련해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분석 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30~40건을 처리해 연간 총 5110건의 분석결과를 처리하는 실적을 보였다. 이에 따라 봉화지역 농업인들은 토양 등의 정밀분석을 위해 관내를 벗어나 먼 곳의 전문기관을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봉화군에서 제공하는 무료 분석 서비스를 통해 연간 5억원 이상의 농가 경영비를 줄이는 혜택을 보게 됐다.

봉화군 농산물안정성분석센터의 김정숙 농업기술과 과학농업담당은 “분석을 통해 농지의 양분부족 여부를 파악하고 생산된 농산물에 농약이 안전한 수준으로 잔류하고 있는지, 농약이 과다하게 집적돼 친환경농법을 적용할 수 있는 농지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정밀 분석된 결과를 통해 화학비료나 토양개량제를 정확하게 투입할 수 있어 친환경 정밀농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봉화=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인터뷰 박노욱 봉화군수
“지역농업인 삶의 질 높이는데 혼신 노력”

 

“봉화군의 주산업인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전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영농 실현을 통한 친환경 명품 농산물 생산과 수출단지 시설현대화 및 물류비 지원 등을 통한 친환경농산물 수출 확대, 산지유통센터와 시장개척단을 통한 유통활성화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업인 출신으로 제9대 한농연경상북도연합회장과 제12대 한농연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 농민운동에도 앞장 서 왔던 박노욱 봉화군수는 농업 경쟁력 강화를 군정의 핵심 목표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2014년 6월4일 치러진 민선6기 지방선거에서 봉화군정 사상 유례없는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한 박 군수는 봉화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농업 관련 기반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해 지역 농업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우선 박 군수는 어려운 군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봉화군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으로 100억원을 조성해, 오는 2019년부터 농산물 가격 폭락 시 하락한 시세를 기금을 통해 지원해 농가의 생산 경영비의 일부를 본격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로컬푸드와 6차산업의 성공 모델이 될 ‘봉화 농산물 사계절 전시․체험 나눔장터’를 건립해 6차산업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 군수는 “아시다시피 군의 재정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농축산물 가격의 폭락과 FTA체결에 대응해 2018년까지 100억원 조성을 목표로 2014년부터 매년 20억원씩 예산을 편성, 현재 기금 60억원을 조성했다”며 “오는 2019년부터 주요 6개 농축산물의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했을 때 생산비와 최저가격과의 차액의 80%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군수는 “6차산업 기반조성을 위해 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한 ‘농산물 사계절 전시․체험 나눔장터’를 봉화군농어업회의소에 위탁 운영을 맡겨 적극 활용되도록 하고 있다”며 “지역 특산물인 봉화한우, 사과, 고추 등을 ‘백두대간의 중심 파인토피아 봉화’라는 농산물 통합 브랜드로 출하해 지역 농산물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화=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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