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쌀의 수출물량은 연간 2000톤 수준이다. 올해 쌀 생산량(419만톤·통계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올 초 수출길이 열린 중국으로 쌀 2000톤을 수출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 목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와 업계의 바람과 달리 수출 활로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과연 해법은 있을까. 한건희 쌀수출협의회장으로부터 쌀 수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쌀 수출하는 해외업체
우리쌀도 수입토록 활용해야

중국, 북경·상해도 먹는 쌀 달라
체계적 접근방법 재수립을

현지인 좋아하는 쌀 생산위해
정부, 전담 작목반 등 지원해야


▲쌀 수출이 지지부진하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격이다. 가까운 중국과 비교해도 우리 쌀이 2~3배 비싸다. 가격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우리 제품을 고르겠느냐. 우리 쌀을 먹어봐야 외국인들이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먹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가격경쟁력 외에 수출의 부진 원인을 말씀하신다면 무엇이 있는가.

“각국에서 생산되는 쌀마다 고유의 향이 있다. 나라마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고품질 쌀을 생산해도 그 향 때문에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인디카종을 섭취하는데 우리가 수출하는 자포니카종에 대한 품질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사실 MMA(최소시장접근) 물량으로 연간 40만톤이 넘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나라에서 1만톤의 쌀도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MMA를 통해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는 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MMA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대한민국의 쌀을 수입한 업체로 한정한다면 쌀 수출을 위해 해외 업체들이 우리 쌀을 수입할 것이라 본다. 쌀 문제는 그렇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은 가격을 극복하기 위해 고소득층을 겨냥한 쌀 판매를 하나의 대안으로 말하고 있다.

“소위 부자들이 쌀을 얼마나 먹겠느냐. 쌀은 주로 서민들이 먹는다. 그들이 먹는 가격에 맞춰 공급해야 한다. 정부가 묵은 쌀을 1㎏당 200원에 사료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비싼 값으로 구매한 쌀을 오랜 시간 보관한 후 사료용으로 쓰지 말고 차라리 매년 격리하는 쌀의 일부를 수출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수출시장에 대한 접근방식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시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타깃시장에 대한 명확한 접근방법 마련 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 북경과 상해에서 먹는 쌀이 다르다. 어느 곳을 타깃으로 삼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을 봐도 수많은 성과 자치구로 구성돼있다. 그 중에 한 곳에 대한 시장조사를 제대로 한 후 판매에 나선다면 수출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쌀 자체 보다 가공품으로 수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원료(쌀) 가격이 비싼데 그것을 활용한 가공품의 경쟁력이 얼마나 있겠느냐.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또 우리 교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떡볶이·가래떡 같은 쌀 가공품을 수출할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먹는 쌀 가공품을 만들어야 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쌀은 자동화율도 높고 경지정리·물 관리도 잘 되는 품목이다. 쌀값이 요동을 쳐도 농민들이 쌀 재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잘할 수 있는 품목이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잘하는 품목이라면 정부가 밀어줘야 한다. 다만, 농민들이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으로 갈아타지 못하는 것은 수출길이 막혔을 때 막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쌀에 최대한 맞춰 생산하려면 결국 정부가 수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수출용 쌀을 생산하는 전담 작목반, 전담 RPC를 만들어 쌀을 수출해야 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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