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우리 신선과실 중 가장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집계된 배 수출실적은 5836만달러로, 과실수출실적(2억5147만달러)의 23.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작황 및 시세에 따른 덤핑수출, 밖으로는 중국산 신고배의 공격이 거세져 배 수출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한낙영 배수출협의회장을 만나 배 수출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미·대만 수출비중 높지만 최근 상황 좋지 않아 애로
품질 경쟁력 제고·디자인 고급화로 중국산과 차별화
수출창구 단일화·현지인 대상 홍보 등 근본대책 시급


▲중국산 배의 미국 진출 등 배 수출에 악재가 계속됐지만, 수출실적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2013년 우리 배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 중국 배가 진출하면서, 2014년에는 미서부 항만파업사건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에는 화상병으로 호주 수출이 막혔고, 중국산 신고배의 공격도 본격화됐다. 올해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수출실적은 6231만달러, 2015년에는 5836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수출실적은 3538만달러(9월 누계)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98% 증가했다. 계속된 악재에도 수출실적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것은 정부가 앞장서 문제에 대처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임시방편적인 대책이라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속으로는 곪고 있는 것이 우리 배 수출의 현실이다.”

▲우리 배 수출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리 배 주요수출국은 대만과 미국이다. 우리배의 미국과 대만의 수출 비중은 지난 2012년 94%, 2015년 88.2%였다. 하지만 이 두 시장의 수출 상황이 좋지 않다. 대만의 경우, 수입할당제도로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현재 동양 배 전체 수입쿼터(연 9800톤) 중 우리 배 비중이 85∼90%를 차지해, 더 이상의 수출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시장은 중국 배와 우리 배의 품질 격차가 크게 줄면서 진통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많은 수출업체들이 동남아 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 않은가.

“맞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수출이 전년대비 각각 426.86%(275만달러), 93.64%(213만달러) 늘었고, 덕분에 우리 배의 대만과 미국 수출 비중이 74.6%(6월 기준)까지 줄었다. 하지만 판촉행사로 인한 일시적인 수출 확대일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시장도 미국 시장처럼 중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미국에서보다 동남아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할 것 같다. 우리 배를 취급하려는 현지 수입바이어의 적극성이 미국보다 떨어지는데다, 가격차가 미국시장보다 크고 특히 포장 디자인이 뛰어나다.”

▲중국산 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업체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포장 개선이 시급하다. 미국과 동남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배는 우리 배보다 포장 디자인이 훨씬 세련됐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실제 동남아에서 판매되는 중국 제품은 명절에 판매되는 선물용 배처럼 과실 하나하나가 리본으로 장식돼있다. 하지만 가격은 65% 이상 저렴하다. 미국상황도 비슷하다. 이에 포장 및 디자인 고급화 등에 힘써 품질경쟁력 제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출 창구를 단일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농가별로 수출을 진행하면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수출과 체계적이지 못한 품질관리, 안정적이지 못한 물량 공급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 달라.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례로 수출유관기관과 지자체들이 우리 배의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판촉행사를 진행하는데, 수출 실적이 반짝 올라갈 수는 있지만 수출업무 단일화 및 체계적인 사장 개척, 지속적인 수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현지인을 공략하는 홍보활동도 진행돼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수출된 우리 배는 교민 위주의 시장에 머물고 있는 만큼, 현지인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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