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식품 수출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과당경쟁이다. 대표적인 과당경쟁의 품목이 바로 요즘 같은 겨울철에 생각이 나는 유자차다. 우리 유자차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소비자들에게 감기예방과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 내 유자차 인기에 힘입어 국내 유자차 수출업체들이 대거 중국에 진출, 브랜드 난립과 유자함량을 낮춘 저품질의 제품이 공급되면서 시장질서가 무너져버렸다. 결국, 우리 유자의 수출실적은 정체됐고 국산 유자차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 유자차의 본격적인 수출시즌을 맞아 류창수 유자차수출협의회장과 유자차 수출 활성화를 위한 얘기를 나눴다.

20~30년전과 비슷한 유자차
소비 트렌드 파악·반영 못해

품질·마케팅 다양한 논의 필요
고급제품 중심 시장 재편 노력 

정부 수출정책도 매년 형식적
현장 경험 많은 전문가 참여를


▲농식품 수출업계에서는 유자차 하면 과당경쟁, 과당경쟁하면 유자차를 떠올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중국에서 우리 유자차가 각광받으면서 수요가 늘자 우리 업체들이 단기적인 매출확대에 급급해 덤핑 및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납품하는 등 근시안적으로 수출을 진행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덤핑 및 저가제품 납품→이미지 하락→수출실적 하락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유자차는 10년은커녕, 20년, 3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단순 가공을 거친 후 비슷한 유리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유자차는 신선품목으로 분류돼 수출되고 있지만 엄연한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해 이를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데 우리 유자차는 그렇지 못했다.”

▲수출시장에서 다시 도약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가장 먼저 수출업체들이 관습과 정해진 틀을 깨야 한다. 비단 해외시장 조사와 이에 따른 제품 개발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자차 수출협의회 회의는 발족이후 물류비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으며, 마케팅 지원비용은 판촉전 및 시식행사 개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협의회 설립 목적이 물류비이지만 동종업체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한다. 또 수출업체들이 말로만 덤핑방지, 고품질 수출을 하지 말고 이를 직접 시행에 옮겨야 한다.”

▲앞으로 유자차 수출협의회에는 어떤 변화를 줄 예정인가.
“지난 2015년 6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마케팅 지원비용부터 조금씩 손을 보고 있다. 올해는 수출용 유자차 품질인증마크 획득 비용을 지원, 수출용 유자차의 품질 개선에 앞장섰다. 내년에는 품질인증마크를 획득하지 못한 업체는 수출협의회에서 배제할 계획이다. 또 수출용 유자차 품질인증마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인증마크 설명회와 동영상 제작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저품질·저가 유자차 수출로 인한 시장교란방지 및 고급 유자차 중심의 수출시장 재편을 위해서 협의회가 정한 체크프라이스(Check Price:일정가격 이하 수출계약을 승인하지 않는 제도)를 지키지 않는 업체들도 수출협의회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만들자고 얘기할 계획이다.”

▲정부가 유자차 수출 확대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유자차 포장만큼이나 변화가 없는 것이 수출정책이다. 물류비지원·홍보활동·해외시장 조사 등 형식적인 사업이 매년 반복된다. 이제는 수출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정책 수립이나 시행에 적극 가담해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정책들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유자차 수출업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포장 및 디자인 개선과 관련해서는 중소업체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우리 유자차의 중국수출시장 확대와 시장 다변화를 위해 세계 차류시장 조사를 진행해 관련 보고서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수출업체가 이 이론을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차제품의 용기, 포장 디자인들을 샘플로 제작해준다면 업체들이 이를 바로 활용해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 수출할 수 있다.”
<끝>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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