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라이스 푸드, 라이스 월드 ⑪ ㈜조은술세종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조은술세종의 경기호 대표가 술 항아리에 저장된 술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조은술세종의 경기호 대표가 술 항아리에 저장된 술을 살펴보고 있다. 

유기농 쌀을 재료로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유기농 쌀은 일반 쌀에 비해 가격이 40%나 높기 때문에 양조장 운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좋은 쌀이 좋은 술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꿋꿋이 고집을 이어나고 있는 ‘조은술세종’. 이곳 대표 경기호 씨는 과거 농약과 비료를 많이 투입해 최대 생산만을 목적으로 농사를 지었던 일에 대한 후회와 후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유기농 전통주를 빚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좋은 먹거리를 찾고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며 판매에 날개를 단 상황이다. 충북 청주에서 유기농 쌀을 활용해 탁주와 청주, 약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해 판매하는 조은술세종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은술세종의 전경.
조은술세종의 전경.

 기본 지키며 끊임없는 변화 추구 

탁주·약주·증류식 소주 등 40여종 생산
감미료 없이 재료 본연 맛·향 그대로
우리 밀 전통주·누룩 생산 준비도 한창
트렌드 반영 연구·개발 부지런히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조은술세종(대표 경기호·이승애)은 기본을 지키는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막걸리와 약주, 증류식 소주를 전통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전통주 전문 유통회사인 오송상사로 시작해 2007년 청주주조 세종으로 전환했고, 2012년 지금의 이름인 조은술세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조은술세종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품질의 다양한 전통주 개발했고, 전통을 지키되 재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정부가 개최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2013년 장려상, 2016년 증류식 소주 부문 대상, 2019년 약·청주 부문 최우수상)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한국쌀가공협회가 주최하는 쌀가공품평회(2017, 2020년)에서 수차례 TOP10에 선정되며 각종 지역 축제에서 수상을 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은술세종의 강점은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점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시장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일반 쌀에 비해 40%가량 비싼 유기농 쌀을 사용해 만든 전통주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이에 더해 매니아층까지 형성하고 있다. 조은술세종은 유기농 쌀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지역 유기농 쌀 재배단지와 계약을 맺고, 연간 35톤 가량의 유기농 쌀을 공급받고 있다. 향후에는 유기농 쌀로 만든 전통주 제품을 더 개발해 최종적으로는 모든 제품에 유기농 쌀을 사용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밀을 재료로 소주와 막걸리 등의 전통주와 우리 밀 누룩을 직접 생산하기 충북에서는 최초로 정부의 우리밀생산단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16ha(4만8000평) 규모의 부지에서 우리 밀 계약 재배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호 대표는 “유기농 전통주를 생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감미료를 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내세워 소비자의 취향을 사로잡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라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직하게 전통주를 만드니 소비자들도 결국엔 알아보고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과 더불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연구·개발도 강점이다. 경기호 대표를 주축으로 2명의 연구원과 끊임없이 시장을 조사하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전통주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또 지역의 대학교 및 정부 산하기관과 협력해 새로운 전통주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조은술세종이 만든 전통주는 현재 CU와 세븐일레븐 등의 전국편의점을 비롯해 홈플러스와 이마트, 하나로마트 등의 대형마트, 일반 슈퍼마켓과 로컬푸드마켓, 군납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를 넘어 해외수출도 진행 중이다. 2013년부터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와 홍콩, 인도네시아 등지에 시장개척을 위한 수출을 시작했다. 2021년 기준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5%미만이지만, 지속적으로 유기농 전통주 수출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경기호 대표는 “술은 바이어가 직접 보고 냄새를 맡으며 맛을 봐야하는데 코로나19로 영상 회의만 진행하다보니 지난해와 올해 수출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유기농 쌀로 만든 전통주를 해외 시장에 계속 알리고,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를 증류할 때 사용하는 증류기
증류식 소주를 증류할 때 사용하는 증류기

 유기농 쌀로 만든 다양한 전통주 

안질 치료위해 청주 초정약수 찾은
세종의 일화서 착안, 브랜드 선보여
‘유기농 이도’로 국내 대표 술 욕심

조은술세종에서 생산·판매하는 전통주는 총 40여종으로 크게 탁주와 약주, 증류식 소주 등으로 구분된다. 쌀을 주재료로 하는 건 공통적이고, 발효 방법과 시간, 투입되는 부재료 등에 따라 이름과 종류가 달라진다. 특이한 점은 세종과 이도 등 세종대왕의 이름을 상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를 위해 청주시 내 초정약수를 찾아 일정기간 머물렀던 일화를 상품에 녹여낸 것으로, 실제 조은술세종과 초정약수와는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생막걸리는 세종청주막걸리와 세종막걸리1700, 이천쌀생막걸리와 이천쌀생동동주, 세종찹쌀동동주와 세종알밤막걸리 등이 있다. 대부분 쌀과 소맥분을 주원료로 쓰고 있고 에탄올함량은 6%이며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세종알밤막걸리의 경우 알밤을 막걸리에 녹여 특유의 향과 새콤함으로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가 높다. 살균막걸리의 경우 세종쌀 막걸리와 주포천막걸리, 임금님표 이천쌀 막걸리와 검은콩막걸리, 좁쌀을 첨가한 조껍데기 막걸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우도땅콩을 첨가해 만든 우도땅콩전통주와 괴산찰옥수수를 첨가한 괴산세종찰옥수수전통주, 바나나 농축액을 넣은 조은술세종바나나, 복분자의 진한 맛과 향·색을 살려낸 세종복분자 등이 달달하고 이색적인 술을 찾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다. 약주의 경우 유기농이도14와 세종약주, 덕산약주와 가시오가피 등이 있다. 특히 유기농 쌀로 만든 쌀 와인인 유기농이도14는 술맛이 깔끔하고 청아한 풍미가 특징이다. 
 

조은술세종이 생산·판매하고 있는 약 40종의 전통주.
조은술세종이 생산·판매하고 있는 약 40종의 전통주.

조은술세종을 대표하는 술은 단연 ‘유기농 이도’ 시리즈다. 세종대왕의 본명인 ‘이도’를 술 이름으로 정한 건 한글창제 등 다양하고 찬란한 업적을 이룬 세종대왕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술로 거듭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도는 친환경 유기농 우리 쌀 100%에 토종 효모를 사용해 빚은 게 특징이고, 유기 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지역 특산 증류식 전통소주다. 이도의 종류는 22와 25, 32와 42 등으로 숫자는 각 술의 에탄올함량을 뜻한다. 

이도 22의 경우 세종대왕이 22세의 나이에 즉위한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공무원과 각종 임용, 시험 등에 합격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적절하다는 것이 조은술세종의 설명이다. 32는 세종대왕의 32년 동안 즉위한 것을 기리는 상품으로 부드러운 맛과 풍미가 일품인 조은술세종의 베스트셀러다. 42는 가장 에탄올함량이 높은 상품으로 화끈하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고 첫 잔보다 두 번째 잔이 매력적이며 일반 판매용과 군납용 두 가지로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도 유기농 쌀과 소맥분을 재료로 만든 약주인 오가닉의 경우 선물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끝>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경기호 조은술세종 대표
“더 좋은 먹거리에 관심유기농 전통주로 이어져”

농사꾼으로 유기농업 확대 일조
생산 초기 판매 쉽지 않았지만
소비자 ‘가치소비’ 늘면서 
유기농 전통주 수요도 늘어

“사람들이 왜 일반 가공용 쌀이 아닌 가격이 절반은 비싼 유기농 쌀로 전통주를 만드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단순히 좋은 재료로 술을 만들어 판다는 개념을 넘어 유기농 쌀 소비가 많아지면 재배를 하는 농업인이 늘 것이고, 그럼 자연스레 농약이나 비료로부터 회복되는 땅도 많아지며 더 나아가 주변 자연환경까지 회복돼 후손에게 조금 더 좋은 자연환경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경기호 조은술세종 대표는 자신을 ‘농사꾼’이라고 표현했다. 1985년부터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며 차근차근 전문적인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먹거리 생산의 가장 큰 목표는 ‘최대 생산, 최대 수확’이었다. 따라서 더 많은 양을 수확하기 위해 각종 농약과 비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주변을 둘러봤을 땐 땅을 비롯해 주변의 하천 등의 자연환경이 각종 화학물질에 오염된 상황이었다. 경기호 대표는 그때부터 유기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연환경 만들기에 대한 실천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확대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 떠오른 게 ‘전통주’였다. 유기농 재배 확대를 위해선 가공이 돼야 하는데, 원료 사용량이 가장 많은 게 증류 소주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2010년대에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은 먹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유기농 쌀로 전통주를 생산하기로 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는 게 경기호 대표의 설명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유기농 쌀로 만든 전통주가 일반 쌀로 만든 전통주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기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호 대표는 유기농 전통주 생산·판매를 포기하지 않았고, 소비자들도 가성비 제품 중심 소비에서 ‘가치소비’를 하는 수가 늘며 이제는 조은술세종의 유기농 전통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경기호 대표는 “유기농업 확대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중대형업체들이 즐비한 전통주 시장에서 지역 양조장이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선택한 게 유기농 전통주 생산·판매였다”라며 “앞으로도 좋은 먹거리 생산과 병들지 않은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유기농 전통주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