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라이스 월드, 라이스 푸드 ③ ㈜태송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태송이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냉동밥.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로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고객사의 요구를 발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태송이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냉동밥.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로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고객사의 요구를 발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품질이 곧 경쟁력’ 다품종 소량 생산
탄탄한 제조기술로 700여종 선보여
볶거나 물에 2~3분 끓이면 요리 완성 
전문점 수준의 음식 가정서 즐겨

비싸더라도 국내산 농산물 원료 고집
쌀 계약재배로 농가 소득 제고 한몫

가마솥 직화방식으로 식감 탱글
집밥에 가까운 형태로 맛·향 뛰어나
다이어트·기능성 제품 개발 박차

‘조리가 간편할 것.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 보관이 간편할 것. 영양소가 균형을 이룰 것. 질리지 않도록 맛이 좋고 종류가 다양할 것. 반찬을 별도로 차리지 않아도 될 것.’ 

1인 가구의 식사에 대한 규칙은 간단하면서 은근히 까다롭다. 이 같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건 ‘냉동밥’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부분의 1인 가구 식사 규칙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냉동밥의 제조·판매의 선두주자인 ㈜태송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렌드를 읽고, 미리 대처

냉동밥 전문 생산업체인 태송은 지난 2015년에 설립됐다. 매출액이 설립 첫해 12억6200만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440억6400만원으로 약 3391%나 상승했다. 태송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모기업인 엄지그룹이 쌓아둔 탄탄한 제조기술과 거래처 덕분이었다. 엄지그룹은 1989년 손만두 전문 생산업체인 엄지식품으로 시작해 굴지의 여러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만두를 납품해 규모를 키웠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만두 사업만으로는 시장에서 한계가 존재한다는 판단과, 청년층에서 고령층에 이르기까지 1인 가구 비율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자회사인 ㈜태송을 설립하고 전북 김제에 위치한 봉황공단에 볶음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냉동밥 생산에 돌입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가정간편식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과 빠르게 실행에 옮긴 것이 업계 선두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던 이유였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2019년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 경제활동에 제약이 발생했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빈도가 늘었고, 해외여행 대신 캠핑이나 차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냉동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 

2020년에는 소비자들이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맛있다그랭’을 선보인 결과 냉동밥 제품의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태송은 회사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전북 고창에 340억원을 투자해 2만m2(약 6000평) 규모의 신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올해 10월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이문희 엄지그룹 대표는 “코로나19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도화선이 됐고, 가정간편식 시장은 세계 식품산업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라며 “과거에 가정간편식의 구매 경험이 없던 소비자의 신규 유입이 크게 늘었고,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태송의 냉동밥 생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 라인에서 6~7품종의 다양한 냉동밥을 생산하고 있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태송의 냉동밥 생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 라인에서 6~7품종의 다양한 냉동밥을 생산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로 유연한 대응

태송은 스스로 생산전문 업체라고 강조한다. 직접 판매를 위한 유통망이나 마케팅에 힘을 쓰기보다 생산에 집중해 제품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제품의 질이 곧 경쟁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 제품 생산을 추구하는 업체이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일반 대기업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추구하고 선택하고 있는 반면, 태송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태송은 약 700종의 냉동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냉동밥 제품은 크게 △볶음밥류 △나물밥류 △영양밥류 △국밥류 등 네 가지로 나뉜다. 볶음밥류의 경우 김치볶음밥과 새우볶음밥, 소불고기볶음밥과 카레볶음밥 등 약 300여종 이상의 제품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볶음밥류의 특징은 각종 재료에 따라 여러 유형의 제품 구현이 가능하고. 전문점 수준의 고품질의 볶음밥을 가정에서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최근 다이어트와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곤약과 닭가슴살을 활용한 볶음밥도 판매되고 있다. 현재 태송의 볶음밥은 프랜차이즈와 OEM, 온라인과 식자재마트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나물밥류도 곤드레나물밥과 취나물밥, 다섯가지나물밥과 전주식비빔밥 등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 전통 나물들을 이용해 간장소스와 고추장소스를 함께 비벼서 먹을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으로 중장년층의 소비계층을 겨냥해 개발됐고, 대형할인점과 OEM, 온라인 등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영양밥류는 국내산 잡곡류에 슈퍼푸드인 퀴노아와 렌틸콩, 귀리 등을 첨가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계층을 겨냥한 게 특징으로, 곤약연근영양밥과 뿌리채소영양밥, 닭가슴살단호박영양밥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 때 국물이 반드시 필요한 소비자를 위한 국밥류 제품도 인기다. 육개장국밥과 미역국밥, 설렁탕국밥과 새우아욱된장국밥 등으로 끓는 물에 냉동 국밥을 넣고 2~3분만 조리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태송은 이밖에도 현재 등산이나 트레킹, 사이클과 낚시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냉동 주먹밥(성형밥)도 개발하고 있다. 성형된 밥 안에 다양한 고명을 넣고 표면을 살짝 구워 냉동시킨 제품으로 냉장식품에 비해 장기간 보관 취식이 가능하고 언제든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게 태송의 설명이다. 

이렇듯 태송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고 실행하는 건 이유가 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OEM 생산을 맡기는 대기업의 니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태송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전국에 유통망이 잘 구축돼 있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선택과 집중에 따른 소품종 대량생산을 해도 되지만 작은 기업의 경우 이들과 차별화를 두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문희 대표는 “보통 한 라인에서 두 품목을 생산하는데 태송의 경우 한 라인에서 6~7종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라며 “다품종 소량생산은 빠르게 다양해지는 제품 트렌드에 걸맞게 특화돼 있고, 어떠한 제품이라도 요구 사항대로 맞춰서 생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상생과 끊임없는 연구는 필수

태송은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역과 상생하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고, 가격이 수입산 농산물에 비해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소비자들도 믿고 찾는다는 판단에서다. 

‘음식의 맛은 좋은 식재료에서 나온다’라는 창업주 마영모 엄지그룹 회장의 신념에 따라 지역의 농수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냉동밥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의 경우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2019년도의 경우 쌀 2400톤을 매입했고, 2020년 3830톤, 2021년 4500톤 등 수매량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쌀 이외에 다른 농수산물의 경우 1차 벤더를 통한 계약재배로 2020년 기준 114만6000m2의 농지면적에서 624만톤의 농산물이 소비됐다. 이에 따른 농가소득도 연간 143억5000만원이 발생하고 있다. 

태송이 국내 농산물로 만든 냉동밥은 여러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주최한 ‘2021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태송의 ‘제주 톳 보리밥’이 대상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태송의 냉동밥이 인기를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끊임없는 연구다. 산·학·연이 활발하게 협업해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 생산에 접목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크게 2개다. 우선 CAS(Cells Alive System)에 기반한 고품질 HMR 냉동볶음밥 개발을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원광보건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진행했다. 소재의 신선도를 최대한 높여주는 동결방식의 연구를 통해 CAS 기술을 이용한 볶음밥 3종을 개발했고, 다이어트 소재를 이용한 소스 2종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쌀 가공식품 부산물을 이용한 기능성 소재개발 및 이를 활용한 식품산업화를 주제로 2019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연구개발비 8억3000만원을 들여 고창 베리앤바이오 연구소와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쌀 세정수로부터 단백질과 전분 등 기능성 소재를 분리하고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폐수처리를 최소화하고, 식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다.

태송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냉동밥 제조에 접목했다. 우선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냉동밥의 경우 스팀방식과 전기식 취사로 밥을 짓고 있지만 태송은 가마솥 직화 방식으로 밥을 짓고 있다. 스팀과 전기식 취사에 비해 쌀알이 탱글한 식감을 느끼게 하고 입안에 퍼지는 맛과 향이 뛰어나 집밥과 가장 가까운 형태라는 게 태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냉동 기술의 경우 낱알분리 동결방식 IQF를 활용하고 있다. 밥알 하나하나를 분리 후 동결해 밥알이 서로 붙지 않고 정상적으로 해동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식감에서 기존의 제품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태송은 향후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단과 기능성 제품을 통한 시장 확대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에 발맞춰 유동식의 확대 또한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이에 맞는 메뉴 개발로 2차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문희 대표는 “태송을 포함해 엄지그룹의 목표는 초일류 냉동편의식 선도 기업이 되는 것이다”라며 “냉동가정간편식 사업 영역을 점차적으로 확장하고, 소비자 접점의 영업을 확대해 오는 2025년까지 그룹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영모 ㈜엄지그룹 회장
“음식 맛은 좋은 식재료서 나와지역 농산물 구매 최우선”

건강한 먹거리 제공 한길
지역사회 상생 앞장서며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온힘

“음식의 맛은 좋은 식재료에서 나옵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조금이라도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쓰면 소비자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더 이상 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송은 생산단가가 오르더라도 우리 땅에서 자란 양질의 농산물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종합 식품기업 엄지그룹의 창업주 마영모 회장은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1989년 손만두로 사업을 시작해 32년간 식품회사를 운영하며 매출액 1000억원을 이루기까지 식재료에 대한 엄격한 신념과 기준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2015년 가정간편식 전문 생산기업 태송을 설립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영모 회장에 따르면 밥의 맛은 주 재료인 쌀과 물이 좌우하는데 안전하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전북 김제였다. 그래서 김제에 냉동밥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고,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로 만든 냉동밥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은 소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마영모 회장이 강조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지역과의 상생이다. 냉동밥에 들어가는 재료의 경우 최우선적으로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한다. 또 최근에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마트와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함께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을 쓰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식품기업이 상생을 추구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기업이 상생을 외면하고 이윤만 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마영모 회장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마 회장은 “조그마한 손만두 공장으로 시작해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하며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안전한 식재료에 대한 고집과 상생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소비자에게 더욱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 경영을 이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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