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틀에 가두지 말고 세상에 나가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김향숙 한여농전남도연합회 신임 회장은 여성농업인들이 남성 중심의 농업·농촌에서 스스로 틀에 가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나서길 주문했다.

‘여자가 무슨’ 따가운 시선 딛고
불태산 포도작목반 반장 맡아
남성중심주의 틀 깨기 앞장

30대부터 한여농 활동 동참
농민수당·농업바우처 등
여성농업인 현실과 맞지 않는 
농업정책 개선 해결 고심
40~60대 위한 정책 고민도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농업·농촌 사회에서는 남성중심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성농업인들이 남성중심주의의 농업·농촌에서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말고 자신감 있게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김향숙 한여농전남도연합회 신임 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포도 농사 준비와 더불어 한여농전남도연합회 회장과 진원 불태산 포도작목반 반장까지 맡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의 눈에는 개인의 욕심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여성농업인이 농사와 더불어 사회활동까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다는 게 김향숙 회장의 설명이다.

김향숙 회장은 2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남성중심의 농업·농촌이 늘 안타까웠다. 과거에는 남성이 농사를 짓는 형태인 반면 지금은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여전히 농사 관련 교육이나 작목반에는 남성들만 참여하며 여성농업인의 경제나 사회 활동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향숙 회장은 농촌의 이 같은 남성중심주의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여성농업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작목반 반장에 도전했다. 처음에 작목반 반장이 됐을 때 불신의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수확량이나 품질로 결과를 내고, 또 좋은 정보를 공유하며 작목반 회원들에게 신뢰를 쌓았다.

그는 “여자가 무슨 작목반 반장이냐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회원들에게 포도 알솎기부터 재배 요령 등을 전수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해결해주니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라며 “여성농업인들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기존에 답습해오던 농업·농촌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펼쳤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여농 활동도 김 회장에겐 큰 가치이자 도전이었다. 39살의 젊은 나이에 한여농장성군연합회 회장에 당선돼 한여농전남도연합회 감사와 대외협력부회장, 수석부회장 등을 거치며 여성농업인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자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회장이 된 그에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그가 여성농업인 문제로 생각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가구당 농외소득이 3700만원 이상이면 농민수당을 비롯해 여성농업인 바우처 카드 등의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김 회장에 따르면 남편은 농업이 아닌 다른 직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아내가 농업을 하는 경우 개인이 아닌 한 가구로 묶이는 까닭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부부가 농사를 짓더라도 여성농업인이 노인 요양사나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일정 금액 이상의 농외소득을 올렸을 때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고령화가 급속도로 퍼지는 농촌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또 다른 문제는 농업 활동의 중심인 40~60대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한정된 농업 예산 속에 정부와 지자체가 실적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 보니까 20~30대를 대상으로 귀농·귀촌 유도나 후계농 육성에 집중한 결과 40~60대 여성농업인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회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저울질을 하기 보다 농업 예산을 늘려 모든 여성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회장은 “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정책의 소외를 받는 여성농업인들이 없도록 전남도와 협력해 하나하나 바꿔나갈 것”이라며 “여성농업인들도 기존에 틀에 갇혀있기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농업 환경을 함께  바꿔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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