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농업경영체 등록 실효성 있게 개편
명확한 지주 수혜구조 파악 체계 구축
농지 전수조사 체계로 작동하게 해야
직불금 지급이 시작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까지 직불금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고, 11월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할 계획이다(농식품부 2025.11.19. 보도자료). 예년과 마찬가지로 소농직불금은 지급 면적(18.8→19.1만 ha), 지급 대상 농가(75만→77만 호), 총지급액(6,933억→7,324억 원)이 모두 증가하였다. 반면 면적직불금은 지급 면적(89만→85만 ha)과 지급 대상 농업인(53만→51만 명)은 감소했지만, 총지급액은 1조 6,151억 원에서 1조 6,519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금년 초 직불금 개편 과정에서 소농직불금 단가가 12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인상되었을 뿐 아니라, 면적직불금 단가 또한 213만 원에서 224만 원/ha로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공익직불제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농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것처럼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 변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농업 또한 그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이제는 단지 소농 구조의 온존 문제를 넘어 직불제를 활용하여 우리 농업 전체가 어떻게 구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직불제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가 중소농가의 소득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농직불제가 농업의 산업적 발전 측면에서 다소 한계를 보이더라도 중소농 경영안정이라는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성과이다. 또한 이미 다수 농가가 혜택을 받고 있는 소농직불금을 축소하거나 대폭 개편하는 것은 정책 현실상 쉽지 않다. 따라서 직불제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직불제의 틀을 유지하되, 면적직불금과 선택형 직불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농정 개혁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모든 농업인이 직불제 신청 과정에서 수행하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실효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 현재는 기본적인 경영정보만 기입하도록 되어 있으나, 여기에 농업인의 소득 내역을 기입하도록 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회계장부 기록, 사업자 등록 등을 제출한 농가에 대해 추가 직불금(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기존 양식대로 기입하는 농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농가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편은 각 농가의 생산·판매 현황과 소득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며, 불완전한 농업통계의 보완 효과뿐 아니라 산업적 성장을 지향하는 농가를 육성하는 기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직불금 지급 과정에서 지주의 수혜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직불제 도입 초기부터 실제 농업활동을 하지 않는 부재지주를 직불금 수혜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우리 직불제는 경작자 지급 원칙을 도입하고, 사전검증 체계를 통해 농업인의 경작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계약을 통한 지대 상승 등 지주에게 돌아가는 간접적 이익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지대의 본질적 성격에 따라 임대료나 그에 준하는 보상 형태로 지주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EU는 직불금을 지주에게 직접 지급하고 모든 책무를 지주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착시켰다. 임차인은 지주와의 계약에 따라 농지를 관리할 뿐, 직불금의 주체는 법적으로 지주이다. 그러면 책임은 지주가 부담하고, 실제 혜택은 경작 농업인이 받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러한 방식은 직불금 제도를 사실상 농지 전수조사 체계로 작동하게 한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지주가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주 기반 직불제 도입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지주 수혜 파악 체계’는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농지 관리 정책과 농지은행 기능 개선에도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현재 소농을 지키는 주요 장치가 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 농업을 혁신으로 이끄는 동력으로도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보다 정교한 직불제 운용을 통해 우리 농업이 안정성과 경쟁력을 함께 갖추는 미래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농정개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