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고시 등 세부내용 확정 안돼
내년 관련 예산 반영 걸림돌
비영리법인·단체도 참여 자격
브로커 개입 양성화 우려도
외국인 계절근로 전문기관 지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부 운영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예산 반영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내년도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기관은 농업 현장의 필수 인력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위해 MOU 체결부터 선발, 입출국 관리, 체류, 언어교육까지 지자체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자체의 행정업무 과부하와 불법 브로커(중개인) 개입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이 추진됐고, 현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기대감이 크다. 올해 7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내년 1월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전문기관과 관련 밑그림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무부가 5월부터 진행해 온 ‘계절근로 지정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이민정책연구원)이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고시 등 세부 내용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정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다”며 “지자체별 전문기관을 둘지, 모든 지자체가 전문기관에 의존할지, 중앙·광역·기초 단위 운영체계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은 아직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도 예산 논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내년도 관련 예산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예비심사를 통해 계절근로 전문기관 지정·위탁 예산 8억2700만원을 신규 증액해 예결위로 넘긴 상태다.
베트남·필리핀·라오스·캄보디아 등 4개 송출국 현지 사정과 언어에 능통한 전문가 6명에 대한 인건비(3억1500만원)와 운영비(5억1200만원)를 포함한 예산으로, 중앙단위 전문기관 1곳을 우선 운영하기 위한 편성이다. 연간 10만명 배정 인원과 142개 지자체의 업무를 지원하기에는 적은 규모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미애의원실 관계자는 “세부 운영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최소 단위 예산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은 중앙단위 기관을 먼저 설치해 운영하면서 이후 지역별 수요에 맞춰 추가 전문기관 예산을 반영하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기관을 어떤 기관이 맡을지도 불분명하다. 법무부는 최근 전문기관 지정·운영 참여 가능 주체를 공공기관, 농·수협, 지자체 출연기관뿐 아니라 비영리법인·단체까지 포함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대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기존 브로커들이 민간단체를 만들어 전문기관으로 지정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전문기관은 꼭 공공기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농업 고용인력 지원 체계와 농어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을 적임 기관으로 제시했으나, 강형석 농식품부 차관은 “농정원이 맡으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주민 인권 단체는 고용허가제 업무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을 대안으로 보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법무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임미애 의원의 질의에 “공공기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하며, 공공성 중심의 운영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에 MOU 체결·선발 지원 업무 등 일부 요건을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으나, 이는 민간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운영상 공공성이 있는 기관이 중심을 맡고, 민간단체는 인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규칙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지만, 이 부분 역시 국무조정실 규제영향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 논의와 검토 등을 거쳐 조속히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