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 지위 인정하지 않는 정책 변해야”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보수적인 농촌사회에서도
여성농 지위·중요성 인정하는데
유독 정책만 과거 수준 머물러
강원도 농민수당 가구 당 지급
가구에 귀속된 취급 받게 돼

임기 내 ‘여성농 지위 향상’ 최선
농산물 유통 개혁에도 힘쓸 것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을 일컬어 “키를 잡고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키는 선박의 진행 방향을 조정하는 조정간을 일컫는 단어인데 키를 잡는 건 대단히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키를 잡은 조종자가 방향 조절을 살짝만 잘못하면 배 전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를 잡은 사람은 누구보다 더 고민하고, 신중해야 한다. 농업·농촌 현장에서 여성농업인 관련 키를 잡고 있는 리더들을 만나 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들어봤다.

“가정이나 마을에서 여성농업인이 없으면 농사나 수익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압니다. 그래서 여성농업인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정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며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책도 변해야 합니다.”

남숙현 한여농강원도연합회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2019년에 처음 한여농강원도연합회장에 당선돼 첫 번째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임기를 이어나가는 남 회장은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한여농강원도연합회 조직을 어떻게 하면 내실화할 것인지 그리고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이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지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여성농업인의 지위 확보였다. 보수적인 농촌사회에서도 여성농업인들이 지위와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유독 정부의 정책만은 아직도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남 회장에 따르면 작년에 전국적으로 농민수당 지급 요구가 거셌다. 강원도에서는 한여농이 예산협의회에 참여해 농민수당이 왜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쳤다. 결국 2021년부터 1년에 7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농민수당 지급을 농업인 개인이 아닌 가구당 지급하기로 결정한 까닭에 여성농업인이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가구에 귀속된 취급을 받게 됐다. 또 농민수당 예산 확보 과정에서 여성농업인 관련 예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남 회장은 여성농업인 예산 확보를 위해 강원도의회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해야 했다. 다행히 여성농업인 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강원도의회 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반대해 여성농업인 관련 예산만은 지킬 수 있었다.

남 회장은 “여성농업인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수당 지급 과정에서 가구에 포함되고, 또 농민수당 예산 확보를 위해 여성농업인 예산부터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며 아직도 여성농업인의 지위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라며 “이번 임기 동안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숙현 회장의 또 다른 고민은 농산물 유통 개혁이다. 농업인들이 힘들게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제값을 주고 판매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농산물 유통은 도매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 유통 정책도 철저하게 소비자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결국 도매시장에 가격결정권이 쥐어지게 되고 농업인들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남 회장은 농산물 유통 개혁을 위해선 도매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정부가 농협에 예산을 투입해 농협이 농업인들의 농산물을 수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강원도에 유통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공무원들이 쉽게 나서지 않아 결국 바뀐 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임기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농산물 유통 개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농업인들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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