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에 성공한 농촌교육농장 우수상/맛있는 텃밭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1300여종 씨앗 박물관에 전시
인류 생존케 하는 게 씨앗문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대응 등
종 다양성 위해 토종씨앗 보전

‘맛있는 텃밭’에서 아이들이 포트에 토종씨앗을 심는 체험을 하고 있다. 토종씨앗의 소중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배우는 시간이다.

작은 텃밭을 가꿨다. 시어머니의 텃밭을 물려받았는데, ‘토종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보람이 컸다. 이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먹거리의 중요성도 함께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관심있는 사람 오세요’ 했고, 알음알음 찾아왔다. 점점 농촌교육농장에 관심을 키워왔다. 한쪽에 방치돼 있던 과수원을 바꿔 여럿이 농사를 지었다. 토종씨앗을 귀하게 여기는 농업인들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이 ‘토종씨앗을 위한 전시관’을 만들었고,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는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다. 이 전시관이 지금의 ‘한국토종씨앗박물관’이다. 전국 각지에서 소중하게 모은 토종씨앗박물관의 토종씨앗은 ‘맛있는 텃밭’의 소중한 보물로, 인류의 생명창고인 씨앗을 올바로 알리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맛있는 텃밭’의 김영숙 대표는 남편 강희진 대표와 함께 이렇게 농촌교육농장을 가꿔왔다.

이처럼 ‘2020년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 경진대회’ 우수상인 ‘맛있는 텃밭’(충남 예산군 대술면 시산서길 64-9)은 ‘한국토종씨앗박물관’에 뿌리를 둔다. 김영숙 대표는 한국토종씨앗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촌교육농장으로 ‘맛있는 텃밭’을 소개하고 있으며, ‘맛있는 텃밭@한국토종씨앗박물관’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김영숙 대표는 “한국토종씨앗박물관은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토종씨앗만을 가지고 만든 박물관으로 전국의 토종씨앗을 지켜온 농민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은 씨앗”이라면서 “1300여종의 씨앗들이 전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를 지속 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기초적인 문화가 바로 씨앗문화다’, 한국토종씨앗박물관 대표도 맡고 있는 강희진 대표의 얘기다.

김영숙 대표는 “단순히 우리 것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종 다양성을 위해서 토종씨앗을 지켜야 한다는 등을 얘기하면서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일랜드의 감자사건이 먼나라 얘기만은 아니다”라는 경각심도 더했다. 1845년부터 1850년까지의 일로, 감자역병으로 감자 대기근이 일어나면서 감자가 주식이었던 아일랜드 국민 100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토종씨앗이 중요한 이유를 에둘러 표현한 김 대표다.

‘맛있는 텃밭’은 순환농업과 공생농업, 비교농업 등을 위한 체험장을 따로 만들었다. 씨앗에서 시작되는 자연의 생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씨앗과 토양, 작물의 연결고리를 배우는 공간이자, 씨앗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하나의 씨앗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소중함, 그 생명이 주는 먹거리의 가치 등을 전해주는 장소가 바로 ‘맛있는 텃밭’인 것이다.

‘콩의 나라 대한민국’, ‘맛있는 텃밭’의 대표 교육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다양한 콩을 통해 토종씨앗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해한다’는 목표를 두고, 토종씨앗을 관찰하고 콩을 심고 시루떡과 콩나물시루를 만드는 체험을 한다. GMO(유전자변형식품)을 바르게 이해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또한, 토종텃밭 활동을 하면서 가족간 공동의 가치를 알아보는 ‘어린이 농부학교, 씨앗에 날다’와 장애인들의 자아 형성을 돕고,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기여하자는 취지를 담은 ‘땅에서 희망을 꽃피우다’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김영숙 대표는 “직접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맛있는 텃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 ‘우리 씨앗을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뿌듯하다”면서 “먹거리의 근간인 씨앗을 한사람이라도 더 귀하게 생각하고, 나와 같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 이것만이라도 깨닫는다면 농촌교육농장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