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에 성공한 농촌교육농장 최우수상/최은명 자연꿀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최은명 대표(사진 맨 오른쪽)가 보호복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벌을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

보호복 입고 사육장 들어가
벌통 열고 알·벌집 등 관찰

꿀·프로폴리스·밀랍 등 활용
초콜릿·입술보호제 등 만들어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최은명 여왕벌 선생님이에요. 저기 계신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데 도움을 주실 일벌 선생님이에요. 오늘 선생님들과 함께 즐거운 학습활동을 해봐요.”

‘2020년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촌교육농장 ‘최은명 자연꿀’(경기 화성시 봉담읍 방축길 6). 이곳의 최은명 대표는 교육 전 선생님들을 여왕벌과 일벌에 빚대어 안내한다. ‘벌’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설명한다. 최은명 대표가 벌과 친구가 된 연유로, 최 대표는 “30여년 전에 병을 앓게 됐는데, 아버지께서 아픈 딸을 위해 벌을 길렀고, 벌이 준 선물을 먹으면서 몸이 좋아졌다”며 “아버지께서 양봉을 그만 둔 이후 자연숙성꿀을 만나기가 어려워 양봉을 잇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최은명 대표는 아버지를 이어 양봉을 하고 있다. 15년여가 넘는 세월이다.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벌을 기르고 있다. 화성시양봉지회연구회(박길호 회장) 활동은 최 대표가 양봉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수십년의 투병생활을 해온 최 대표는 벌을 만나면서 건강이 회복했으니, 벌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었다.

그는 ‘벌이 선물하는 봉산물이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란 물음을 던졌고, 그것이 바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길이며, 더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 벌의 ‘의미’를 알리는 길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더욱이, 최 대표가 벌을 교육 주제로 삼은 또다른 이유, ‘벌이 4년만 없으면 인류는 사라진다’는 경고다. 식량자원의 30% 이상이 벌에 의해 수정된다. 벌의 위기는 곧 식량위기와도 맞물린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이 메시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은명 대표는 “벌이 우리 밥상을 책임져준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벌을 살려야 하고, 또 벌을 위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된다”면서 “벌의 소중함과 환경의 고마움을 통해 양봉인들에게도 감사함을 갖게 되고, 자연히 농업·농촌에도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을 전하는 장이 ‘최은명 자연꿀’인 셈이다.

‘최은명 자연꿀’에서는 가장 먼저 벌을 관찰한다. 벌의 일생부터 벌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이런 벌이 왜 사라지는지, 또 벌의 천적은 무엇인지 알아본 다음, 보호복을 입고 벌 사육장에 간다. 벌통을 열어 훈연한 다음 알과 애벌레를 보고 벌집의 모습과 벌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벌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다.

이젠 만들기 시간. 벌이 가져다 준 꿀과 프로폴리스, 밀랍 등을 알아보고, 초콜릿과 꿀 비누, 프로폴리스 치약, 밀랍 천연입술보호제 등을 만든다. 초등학교 3~4학년때 진행하는 ‘밀랍을 이용한 천연 입술보호제’가 대표적인데, 최은명 대표는 “밀랍은 보습력이 뛰어나 예부터 밀랍을 녹여 떡에 발라먹으면 빨리 굳지 않고 고소했다고 한다”며 “현재 석유에서 추출해 낸 성분을 보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음이 쓰여 친환경적인 입술보호제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밀랍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최은명 대표는 “이런 과정에서 벌이 만든 밀랍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최은명 대표는 “모둠이 아닌 개인 키트를 개발해서 때로는 원격강의로 교육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농업·농촌을 영상에 담아 현장감 있는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대면 시대에 대비한 교육농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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