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끝날 기미 없는 대유행으로 
침체의 늪 빠진 농업·농촌
주민 스스로 발 벗고 나서
마을호텔·치유·바지락 연금…
지속가능한 ‘희망의 싹’ 틔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혼란스럽다. 농업·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 축제가 취소되고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다가오는 새 학기, 농가들은 다시 학생 가정에 보낼 농산물 꾸러미를 싸야할지도 모른다.

어지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우리는 농촌마을을 들여다봤다.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변화를 맞닥뜨렸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온기를 잃어가던 강원도 정선의 폐광촌 고한마을은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5월 ‘마을호텔 18번가’를 탄생시켰다. 사람이 떠나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었다. 차츰 마을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들어 냈다. 

전남 광양 본정마을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우리에게 ‘치유’와 ‘힐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금광단지가 폐광하면서 활력을 잃었던 이 마을은 라벤더 세 그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5년 전 순천정원박람회 시설 철거과정에서 가지고 온 라벤더 세 그루. 마을 이장이었던 김동필 씨는 이 보랏빛 향기에 반해 마을 곳곳에 라벤더를 심었고, 코로나19 시대 치유의 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의성 안계면에서는 ‘청춘구 행복동’이라는 가상의 청년 마을이 경쟁에 내몰린 청춘들을 품어주고 있었다. ‘의성 살아보기’ 일환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농촌에도 청년들이 할 일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도 열려 있는 곳임을 일깨웠다. 워킹홀리데이에 가려다 코로나19에 의성으로 발길을 돌린 배슬기 씨는 아예 이곳에 눌러 앉기로 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만수동 마을 어촌계는 ‘바지락 연금’이 주민들의 소득 안전망이 되고 있었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마을연금. 공동 양식장에서 캔 바지락 판매액 일부를 적립해 은퇴한 어촌계 어르신에게 지급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어촌계를 은퇴하자 채취량은 줄어 바지락 씨알이 굵어졌고 그로 인해 소득은 더 늘었다. 만수동 주민들은 이 마을연금이 마을을 지탱하고, 젊은이를 다시 불러 모을 것이라 기대한다. 

충남 예산 시산마을에서는 마을자치요양센터 건립이 추진 중이다. 늙거나 병들면 요양병원으로 가는 시대,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선 격리된 생활에서 오는 집단 감염도 문제다.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싫다는 마을 어르신의 소동에, 마을주민들은 나와 가족,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주민들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환자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요양병원이 아닌, 고스톱치며 어울릴 수 있는 요양병원을 만들자’, 올해 3월 착공에 들어갈 시산마을 자치요양센터의 목표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다시 마을이다. ▶관련기사 2~6면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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