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 부진에 산지 거래 잠잠…김장철 소비력도 ‘뚝’ 시세 전망 우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박동원 한농연 신안군연합회장(사진 오른쪽)과 조학현 씨가 겨울대파를 뽑아보며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파 생육 상황이 좋지 못하지만 조 씨 농장에서 재배된 대파는 연작을 하지 않고, 40여년의 농사 노하우까지 더해져 다행히 대파 상태가 양호했다.

12월 이후 전남 신안과 진도를 중심으로 겨울대파가 본격 출하된다. 이를 비롯해 제주 월동무와 양배추·당근, 해남 배추 등 주요 겨울 채소가 내년 봄, 늦으면 초여름까지 출하가 전개된다. 겨울 채소류는 노지에서 대부분 재배되고 한파·폭설 등 겨울철 날씨 변수도 유독 커 수급 상황이 요동치는 경우가 잦다. 더욱이 올해엔 생육 초반 작황이 좋지 못했던 품목이 많고, 푹 가라앉은 김장철 소비 영향도 받을 것으로 보여 겨울 채소 시장이 어둡게 전망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겨울대파 최대 주산지 중 한 곳인 신안 자은도를 찾아 겨울 대파 상황을 점검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겨울 채소 시장 동향도 살펴봤다.


겨울대파 정식 늦은 ‘자은도’ 
12월 말까지 출하 밀릴 가능성
그나마 작황은 8~9월보다 회복 
유통인들 관망하고 있는 상황

 
▲겨울대파 산지를 가다=미네랄과 유기물이 풍부한 갯벌과 질 좋은 사질토에서 재배되며,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맞고 자라 품질 좋기로 유명한 자은 대파. 이 신안 자은 대파도 올해엔 궂은 날씨 영향을 피해가지 못해 예년보다 생육 상황이 좋지 못한 편이다. 겨울을 목전에 둔 지난달 27일 찾은 자은도 대파 단지는 크기가 잘은 물량이 눈에 쉽게 목격됐다. 

자은도에서 8만2000여㎡ 규모의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조학현 씨는 “대파는 저온성 작물로 30도를 넘어서면 생육이 정지된다.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이 대파 생육에 좋지 않게 작용하는 데 올해엔 여름철 이후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생육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박동원 한국농업경영인 신안군연합회장도 “예년 같으면 이른 물량은 지금부터 첫 출하가 진행되고 보통 12월 중순이면 첫 출하를 대부분 하는 상황인데 올해엔 출하 시작이 12월 하순까지 밀릴 수 있다”며 “생육 환경도 좋지 못했고, 정식도 늦어져 올해엔 대파 출하가 지연될 것 같다. 그나마 가을철 날씨가 좋아 8~9월 예상보다는 생육이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생육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닌 가운데 산지 거래도 잠잠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있기도 하다. 김장철 소비력이 뚝 떨어져 예상보다 시장에서 대파 시세가 나오지 않고 있고, 8~9월보단 작황도 회복돼 유통인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11월 월보를 통해 가락시장에서의 11월 대파 가격을 출하량 감소에 김장 수요 영향으로 2200원(kg 상품) 내외의 강세를 전망했지만, 11월 한 달간 2200원을 넘어선 날은 이틀밖에 불과했고, 대체적으로 1500원 내외의 시세를 보였다.

조학현 씨는 “5월에서 6월까지 대파 정식이 이뤄졌고, 이후 여름철 작황이 워낙 안 좋아 당시엔 밭떼기거래가 원활히 진행됐지만 겨울을 앞둔 최근엔 오히려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같은 경우야 항상 거래하는 곳이 있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걱정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겨울대파의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이태민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부장은 “현재 대파 시장은 가을철 원활한 날씨 속에 경기권 물량이 지연 출하되며 계속해서 출하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김장철 소비가 워낙 안 돼 전체적으로 채소 가격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 정식 이후 생육 초기 예상보다 겨울대파 시세가 좋지 않게 전망되고 있다”며 “생육 초반 밭떼기거래 시세가 비교적 높아 기대 심리가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 농가에선 적극적으로 밭떼기거래를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노지에서 재배되는 모든 겨울채소가 날씨에 민감해 수급 상황이 급격히 변동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평년 날씨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며 “겨울철 날씨가 평년대로 흘러가고, 밭떼기거래는 진행되지 못하면 시장 상황이 정말 좋지 않게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추·무 가격 약세 여파로
양배추 등 채소 전망 ‘어두워’
한파·폭설 예고, 날씨가 변수


▲올 겨울 채소 시장은=올해 겨울 채소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장철 무와 배추 소비가 상당히 좋지 못해, 산지에서 제대로 출하되지 못한 물량이 많아 이 여파가 겨울 채소 시장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폭락 수준인 무의 경우 김장철 출하하지 않고 저장에 들어간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월동무 재배면적도 평년과 지난해보다 많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배추와 무의 가격 약세는 양배추, 당근 등 타 겨울 채소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연쇄적으로 겨울 채소 수급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게 흘러갈 수도 있다.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겨울양배추도 12월 중순을 기해 본격적으로 출하가 전개될 예정인데 김장철 주요 품목은 아니지만 배추와 무 약세 영향을 받아 현재 시세가 좋지 못하고, 겨울철 전망 역시 어둡게 예고되고 있다”며 “김장철 여파가 올 겨울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변수는 날씨다. 워낙 겨울철 날씨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올해엔 겨울철 한파와 폭설이 잦을 것으로 예보돼 우려했던 수준만큼은 채소 시장이 얼어붙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겨울철 날씨가 여름철 폭염에 비례될 만큼 상당히 좋지 못할 경우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다. 산지에선 양쪽의 상황을 모두 대비해 선제적인 수급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동원 한농연 신안군연합회장은 “겨울채소는 워낙 생산비도 많이 들어가고, 농가가 농사를 짓고 출하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올해엔 전망이 상당히 좋지 못해 농가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선제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높았을 때 못지않게 농산물 가격이 낮았을 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설령 올해 겨울 채소 가격이 높아져도 물량이 크게 줄고, 생산비는 많이 투입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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