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탓 ‘생육 지연’…12월 이후 물량 몰릴 수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박형규 노성농협 딸기공선출하회장이 갓 수확한 딸기와 이제 곧 수확할 딸기를 같이 살펴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딸기 생육이 지연돼 있는 상황이다.

겨울철 혹한 등 기후가 변수
‘섣부른 예단 금물’ 지적도
선별 철저·품위 향상에 중점을

‘금실·킹스베리’ 등 본격 출하
시장 반응 여부 큰 관심


이제는 겨울철 주요 과채류로 인식되는 딸기, 그러나 올해 딸기를 비롯한 겨울 과채류 시장은 겨울 초입에 들어선 최근까지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날씨에 상당히 민감한 과채류 특성상 여름철 폭염, 가을철 일찍 찾아온 추위 및 잦은 비 등 날씨 영향을 계속해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딸기는 품종 다양화, 면적 증가, 생육 지연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며 올 시즌이 유독 중요해지고 있다. 21일 국내 최대 딸기 산지인 충남 논산의 딸기 단지 방문을 중심으로 올 시즌 딸기, 그리고 겨울 과채 시장을 점검해봤다.

▲딸기 산지를 가다=논산 노성에서 120여 딸기 농가를 이끌고 있는 박형규 노성농협 딸기공선출하회장. 21일 찾은 박 회장의 딸기 농장은 아직 붉은색보다 푸른색 빛을 띤 딸기를 더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해 박 회장은 “지난해 이 시기 같으면 노성농협 산지유통센터(APC)에 하루 평균 650상자(2kg 1상자)는 들어왔는데 지금은 250상자 정도 들어오고 있다”며 “여름철 고온으로 인해 화아분화가 원활하지 않아 정식이 10일 정도 늦어졌고, 9~10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잦은 비 등 흐렸던 것도 생육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됐다. 전국적인 현상이다”고 전했다.

우려스러운 건 12월 이후 물량이 몰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워낙 딸기가 날씨에 민감하기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고 산지에선 전하고 있다.

박 회장은 “평년 기온일 경우 전국적으로 출하가 지연됐던 게 나오고, 면적도 증가해 12월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난해도 생산량이 크게 늘 것이라고 봤지만 겨울철 기상전망 이상의 혹한으로 물량이 늘지 못했다. 올해도 겨울 추위가 강하다고 하고, 꽃눈도 예전 90% 발아됐다면 올해엔 75~80%에 그쳐 예상보다 물량이 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품종을 전환한 농가가 많다는 것도 올 딸기 시즌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설향’에 의해 어느 품목보다 국산 품종 보급률이 높은 딸기의 경우 최근 다양한 국산 품종이 보급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이 그 초석을 다질 시기다.

박 회장은 “2년 전엔 비닐하우스 4동(3300㎡) 모두 설향을 재배했지만 올해엔 설향이 1동에 불과하고 나머지 3동은 금실과 킹스베리로 전환했다. 올해 우리 공선출하회 전체를 봐도 금실이 28동, 킹스베리가 120동을 재배하고 있다”며 “금실과 킹스베리 모두 당도가 설향보다 좋아 현재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고 수출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상 노성농협 상무(산지유통센터장)는 “올해 킹스베리와 금실 등이 본격적으로 출하가 전개될 것”이라며 “다양한 국산 품종을 통해 딸기를 접하는 소비자들도 더 맛있는 딸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현재 농가들이 정성껏 재배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시장에서의 딸기 시세는 반입량이 늘지 못하며 평년 시세를 웃돌고 있다. 22일 가락시장에서 2kg 상품 기준 4만2612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4만원 내외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3만원 내외였던 평년 이 시기 시세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 다만 이 같은 딸기 시세가 길게 가지는 못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용흠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12월 물량이 몰릴 수 있지만 워낙 겨울 날씨를 예상하기 어려워 여러 변수가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먹기도 편한 딸기는 다른 품목보다 소비는 잘 되는 편이라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상황을 봐선 시세가 떨어질 개연성이 더 높다”며 “흐름대로 선별 잘하고 품위 향상 시켜 출하하는 것만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신품종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선 그는 “한 품종에 치우쳐져 있는 것보다 여러 품종이 출하되면 딸기 소비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아직 재배법이 산지에 정착되지 않은 품종도 많아 가격이 높은 것만을 보고 재배를 하게 되면 품질이나 생산량 모두 놓칠 수 있어 신중한 재배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평년가 웃도는 과채류 시세
작년 형편없이 높아보일 뿐
겨울철 물량도 늘지 못할 듯


▲올 겨울 과채 시장은=토마토, 오이 등 겨울 문턱에 들어선 최근 과채류 상황도 딸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출하량이 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토마토, 오이, 호박 등 과채류 시세가 평년가를 웃돌고 있지만 최근의 가격대가 생산량 감소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재희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토마토를 비롯한 주요 과채류 품목의 경우 현재 출하량이 워낙 없고 작년에 시세가 형편없어서 높아 보이는 것일 뿐 시세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김장철이 정점으로 가면서 과채류 매기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겨울철 과채 시장도 계속해서 물량이 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시기에 품위 간 시세 격차가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예고하고 있다.

강윤규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차장은 “오이나 호박 등의 상황도 딸기, 토마토 등 과일과채류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올 겨울 계속해서 생육이 불안할 수 있는데 이럴 때 품위 간 시세 격차는 유독 더 크게 벌어진다. 이 점을 유념해 산지에선 출하 계획을 세워 달라”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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