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년 전통의 깊은 장맛을 빚다

기순도 명인이 장독대에 있는 한 항아리에서 잘 숙성된 전통 진장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 담양의 장흥 고씨 종가에 가면 360년 역사의 전통 장을 맛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고경명의 14대이자 양진제(고세태) 문중 10대 종부인 기순도 명인이 가문 전래의 비법으로 전통 장류를 빚는 현장이다. 종가의 장독대에는 500여 개 항아리에서 전통 장류가 사철 익어간다.

죽염수 사용…짠맛 줄이고 감칠맛  더해
고추장·간장·청국장 등 98여종 제품 생산
유기농된장 인증·대형 발효실 준비 한창


기 명인은 72년 결혼과 함께 시어머니로부터 장류 비법을 배웠다. 일반인에 선보인 것은 남편(고갑석, 99년 작고)이 92년 고려기업을 창업하면서부터. 이후 96년 정부의 전통식품업체로 등록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99년 남편의 작고와 함께 고려전통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해 오늘에 이른다. 

기 명인의 전통장류는 제조 방법부터 다르다. 우선 동짓달(음력 11월) 말날(12간지 중 오(午)날) 메주를 쒀 한 달 정도 발효시킨다. 이후 정월(음력 1월)에 말날을 받아 죽염수와 항아리에 넣어 발효하는 것이 1차 과정이다. 50일 정도 지나 메주가 잘 발효되면 메줏가루를 혼합해 항아리에 넣고 숙성시킨다.

메주가 잘 우러나면 용수를 밖아 죽염수를 떠 내 달인 후 항아리에 숙성하면 간장이 된다. 1년 지난 간장을 떠서 별도 항아리에 보관하는데 이것이 ‘시장(始간장)’이다. 이를 5년 이상 숙성하면 ‘진장(陳醬)’이 된다. 제사와 명절 등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360년 10대 종가의 종자 장인 것. 기 명인이 2008년 8월 식품명인에 선정된 것도 ‘진장’이다.

중요한 것은 천일염이 아닌 죽염수를 사용하는 것. 기 명인은 “죽염을 사용하면 장이 덜 짜고 감칠맛은 더하다”며 “일반 장과 달리 메주를 많이 사용하고 숙성 과정에서 간장을 많이 빼지 않아 된장 맛이 좋고 간장도 진하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된장을 비롯한 고추장, 간장, 청국장, 죽염, 조청 등이다. 포장과 용량에 따라 98종에 이른다. 된장의 경우 고추씨·마늘·표고버섯·들깨·우거지·쑥·냉이·죽순·우엉된장 등이 있다. 고추장은 마늘·더덕고추장 등이고, 간장도 햇간장·진장·겹장 등 다양하다.

2001년에는 ‘냄새 없는 죽염청국장과 환’을 업계 처음으로 선보여 히트했다. 요즘은 유기농 된장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죽염은 지장수로 불순물을 제거한 천일염을 3년 이상 된 왕대에 넣고 소나무 장작불에 굽는다. 두벌 구이 죽염은 900~1000℃이고 아홉 번째는 1500℃ 이상에서 굽는데 중금속이 해독된 고품질 죽염이다. 브랜드는 ‘기순도 전통장.’ 명인의 이름을 내걸 만큼 품질을 자신한다. 그래서 2002년 죽염 파동에도 큰 피해 없이 극복했다.

지난 2005년부터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와 공동으로 메주 바자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메주 6000장이 팔릴 만큼 인기이다. 지난해부터 ‘가족장독대 만들어주기’ 행사를 병행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직접 공장을 방문해 된장·간장을 담그는 가족 체험행사로 숙성되면 배달해준다.

품질관리는 원료부터 시작된다. 콩의 경우 전량 국산인데 지난해 40톤을 구매했다. 이중 메주 바자회용이 12톤이다. 유기농 된장을 위해 유기농 콩 2.4톤을 처음 구매했다. 죽염용 소금은 부안과 신안 천일염만 고집한다.

기 명인은 “콩과 물, 메주 발효, 염도가 장맛을 결정한다”며 “메주 발효가 잘돼야 좋은 균의 접종이 잘돼 장맛도 좋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대형 전문 발효실 준비가 한창이다. 전통 황토방 218㎡ 규모로 메주 발효에 최적이란다. “소비자들이 돈 주고 사가면서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보시(布施)하는 마음으로 장을 빚는다’는 기 명인의 말에서 10대 종부의 넉넉한 인심이 묻어난다. 문의 (061)383-6209.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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