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충격 완화 ‘마지노선’ · DDA 협상 ‘성패’ 가늠자우리나라는 지난 UR 협상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으로 인정돼 관세인하 및 보조금 감축의 정도가 선진국의 2/3 수준에 그쳤고, 그런 약속을 이행하는 기간도 선진국은 6년인데 우리는 10년이 허용됐다. 또한 시설보조와 농가에 대한 투입재 보조 등의 규제에서도 개도국 지위로 융통성을 확보했다. 시장개방 태풍 속에서도 개도국 지위 덕분에 그나마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개도국 우대 조치란지난 UR협상의 결과인 세계무역기구(WTO)체제는 개도국에 대해 여러 분야에 걸쳐 감축폭이나 이행기간에 대해 우대조치를 두고 있다. 수적으로 과반수가 넘는 개도국에 대한 특별고려가 없는 WTO체제는 사실상 존립이 불가능하다. 농업분야만 보면 시장개방분야에서는 선진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95년~200년까지 6년 동안 관세의 36%를,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은 24%를 감축하도록 했다. 개별 농산물에 대한 최소감축률은 선진국은 15%를 개도국은 10%를 적용했다. 이행기간도 선진국은 95~2000년까지 6년간을, 개도국은 95~2004년까지 10년간으로 설정했다. 보조금 분야에서는 선진국의 경우 6년간 감축대상보조금을 20% 줄여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2004년까지 10년간 13.3%만 감축하면 된다. UR협정에서는 최소허용보조(de-minimis)라 해서, 특정품목의 감축보조가 당해 총생산액의 5% 미만이면 감축의무를 면제하고 있는데, 개도국은 10% 미만이면 면제해 준다. 또 개도국은 선진국과 달리 수출농산물에 대한 유통비용 지원과 국내 운송비 지원에 한해 수출보조금 감축의무도 면제된다. 그리고 농업·농촌개발을 위해 개도국에게는 농업에 대한 일반적인 투자보조, 영세농보조와 농업투입재보조, 마약작물의 일반작물 전환 등에도 보조감축 의무를 면제했다. 특히 최빈개도국의 경우 일체의 감축의무가 면제되는 등 별도의 우대조치가 적용된다.■각국의 입장이번 협상은 도하개발아젠다(DDA)로 이름 붙일 만큼 개도국의 입김이 세졌다. 개도국들은 UR이후 선진국의 시장장벽은 더 높아지고, 개도국은 더 어려워졌다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 이런 반발은 99년 시애틀 각료회의의 파행 원인중 하나였으며, 뉴라운드 출범시에도 개도국우대조치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개도국들은 농산물 협상에서 △개도국 농산물에 부과되는 관세 대폭 인하 △시장접근 물량 특혜적 배분 △국내보조에서 개도국 식량안보와 농촌개발 관련 보조의 감축의무 면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개도국의 주장에 이해를 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우대조치와 그 방안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다만 유럽연합(EU)은 시장접근 분야에서 개도국에게 무역특혜를 강화하자는 진보적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접근분야에서 개도국 관세감축 의무의 경감, 핵심 주곡에 대한 특별 배려를 제안했다. 국내보조분야에서는 식량안보와 농촌고용을 위해 무역에 일부 영향을 끼치는 조치도 허용보조로 인정하고, 수출보조는 개도국에 허용되는 수출보조를 유지·확대하자는 주장. ■협상 전망과 대응전략시애틀 각료회의 이후 WTO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개도국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향후 개도국에 대한 우대조치의 확대는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느냐의 여부가 DDA 협상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WTO 협정에는 개도국을 구분하는 명문화된 기준은 없다. 기본적으로 개도국 지위 문제는 당사국이 개도국임을 스스로 선언(Self-declaration)하면, 관련 무역협정 체결시 다른 이해당사국들이 이의를 제기 하지 않으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문제는 그동안 미국, EU 등이 의문을 제기해 온바 있으나, 아직 협상의 구체적 이슈가 되지는 않고 있다. 그것은 2004년으로 예정된 양자간 협상과정에서 불거질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만달러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 세계 11위의 교역국이란 점을 들어 개도국 지위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을 편다. 특히 시장개방론자들이 그렇다. 가장 문제는 대외협상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및 통상교섭본부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각종 국제기구나 대외협상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거나 이미 선진국 그룹에서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개도국 지위 유지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져 볼 때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 당연히 이것을 관철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각종 경제지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농업지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유엔개발계획(UNDP)의 국가분류에서도 마찬가지다. OECD에서도 멕시코와 터키는 개도국이다. 우리나라는 96년 가입시 농업분야를 개도국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김영삼정부 시절 OECD에 가입하며 1인당 GNP가 1만달러를 넘은 것을 자랑했으나 그것은 95~97년 3년뿐, 곧바로 IMF를 맞으면서 98년 6723달러, 99년 8551달러, 2000년 9628 달러로 겨우 회복중인 것을 알아야 한다. 이상길 기자 leesg@agrinet.co.kr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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