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국 공세에 ‘주눅 든’ 우리 정부 “백기 들고 농업희생 강요”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뉴라운드)의 농업협상을 전담하는 농업위원회는 3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내년 3월까지 1년간의 세부원칙(modality) 협상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04년까지의 새로운 다자간 농업협상이 본격화됐다.추가적인 무역자유화를 기치로 하는 DDA 농업협상은 우리농업에는 UR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최소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본보는 DDA 농업협상이 본격화한 시점에서 지금까지 농업협상의 진행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각 쟁점별 협상목표와 전략, 국내외 대응과제를 종합 점검한다.■ DDA 협상일정지난해 11월 14일 카타르 도하 4차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한 DDA는 선언문 일정에 따라 지난 2월1일 협상을 총괄할 무역협상위원회(TNC)를 출범시켰고, 농업분야 협상은 2000년부터 UR에 따라 농업협상을 진행해온 농업위원회가 맡게 됐다. 일정별 협상의제를 보면 6월 17~20일까지 수출경쟁(수출제한), 9월 2~4일 시장접근, 9월 23~27일 국내보조 등 3개 협상분야를 다룬 후, 11월 18~22일에 이를 보완하는 회의를 연다. 이어 12월 18일까지 1차 협상결과에 따른 가안을 배포한 뒤 내년 1월 22~24일에는 세부원칙 가안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벌인다. 그리고 내년 2월 24~28일까지 1차 초안을 검토 한 후 3월 25~31일까지 세부원칙을 확정할 예정.또한 이를 기초로 2003년 말에 열리는 5차 WTO 각료회의 이전까지는 각국별 이행계획서(Country Schedule)를 제출하고, 2004년 12월 31일까지 전체 협상의 한 부분으로 협상을 마치게 된다. ■ 무엇이 문제인가2000년부터 진행된 WTO 농업협상 결과 우리나라의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 대한 수출국들의 공세가 강하다. 또 최대 관심사인 개도국 지위 유지에 대해서도 WTO 주요 회원국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보다 큰 문제는 외교통상부, 재경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통상부처와 전경련 등 재계, 연구기관의 태도다. 이들은 처음부터 WTO와 FTA 문제에서 무역자유화에만 무게를 두고 농업분야의 경우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 뿐, 사실상 농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은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식의 완전개방이 유리하다거나 개도국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유포하고 있다. 경제부처들은 개방확대와 소득, 직불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위한 위한 예산지원은 막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 주무부처인 농림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자세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높다. 일부 인사들은 현행 MMA(최소시장접근) 방식을 유지(관세화 유예)하려면 다른 것을 추가로 줘야 하고, 2004년 쌀 재협상에서 합의가 안되면 자동으로 관세화로 이행된다는 자동관세화론을 펴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뉴라운드가 출범하자 부처별 통상조직 강화와 범정부적인 협상대책기구 수립을 공언하고도 이미 DDA 농업협상이 본격화된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의 경우 1급 상당의 국제농업정책관과 3급심의관, 농업협상과의 신설을 행자부에 요청했지만, 행자부측에서 농림부뿐 아니라 산자부·해수부·환경부·공정거래위 등 5개부처가 같이 요청했다는 점 때문에 결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 다만 농림부는 자체적으로 WTO협상실무대책반을 만들어 과장급 1명과 기존의 WTO업무 담당자 등 11명을 파견 운영중이다. ■ 대응원칙은전문가들은 지난 UR협상의 주요 실패원인으로 선협상, 후대책을 들고, 이번에는 선대책, 후협상의 원칙을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를 협상이 끝나는 2004년까지 운영키로 했다. 지금이라도 WTO가 허용하는 각종 허용대상 보조, 소득안정, 수급조절, 대외원조 등 농업지원정책을 서둘러야 협상에도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현재 농림부 인력으로는 도저히 대응이 불가능한 만큼 빠른 시일내 정부와 농업분야의 전문가, 농민단체를 모아 품목별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농협중앙회 조사부 관계자는 “HS분류상 농산물이 1400개나 되는데 현재 정부 인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면서 “시급히 협상기구를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것은 협상결과를 예단하고 패배주의를 유포하는 일이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소위 자동관세화론이나 개도국 유지가 어렵다는 등 협상결과를 예단하는 주장은 국익에도 도움이 안되고 농민들만 불안하게 한다”면서 “결과 예단보다는 대책수립과 농민 불안해소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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