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농정이 잘 실현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는 4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체장의 확고한 철학과 비전 △지방농정 시책의 집중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안전 농특산물 육성 △지역민들의 참여농정을 실현하는 시스템 구축 등이 그것. 이러한 4가지 공통점을 갖춘 지자체로 강원도 양구군, 전북도 고창군, 경북도 영천시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을 분석하고 해당 단체장의 지방농정에 대한 바람을 싣는다.자치농정 성공요인▶단체장의 확고한 의지▶중점시책에 역량 집중▶안전한 농특산물 육성▶지역민 참여농정 실현■ 강원도 양구군/ 군민의 목소리를 ‘하늘처럼’강원도 내무국장을 거친 임경순 양구군수는 30년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청렴한 공직자상을 보여주며, 군민들을 직접 만나 여론을 수렴한다. 공무원을 호되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임 군수는 ‘양구는 지역의 선사유적지·전적지 등을 활용한 관광과 이를 매개로 환경농업을 실현해야 잘 살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이를 위해 임 군수는 현장을 누비며 얻은 군민들의 건의를 반드시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한다. 양구군이 펼친 상조서비스 사업, 채소 및 특용작물 유통개선을 위한 저온저장고 설치 등 각종 지원사업이 그것이다.양구군의 기본전략은 그린투어리즘과 연계한 환경농업을 추진, 청정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이를 위해 양구군은 선사문화유적지를 조성하는 동시에 양구-춘천간 1시간대 물류망 확충을 위한 도로 건설과 새농어촌건설운동, 농특산물 신유통체계 확립, 쾌적한 산림환경 조성 등에 집중 투자한다.소득개발 작목엔 청정환경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양구꾀꼬리쌀, 가시오이, 고랭지포도, 민통선 꿀, 버섯, 백합 등이 있다. 특히 농가별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사업에 5억원의 투자비를 배당, 양구군과 인접한 시·군 농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또 산악지대인 양구군의 특성을 살려 자연친화적 산림자원을 조성하고 방산면 오미리에 친환경농업마을을 조성하는 한편 생활환경과 용수 확보, 땅심 높이기 등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정양구 햅쌀생산사업, 약초재배단지 조성, 토종과채류 시험 개발, 청정꿀 생산 지원 등 청정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구군은 참여농정을 실천하기 위해 연 2회 학자, 농업관련 단체 대표, 농민대표 등이 함께 참석하는 양구농업발전토론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또 강원대와 일본 도토리현의 대학이 상호 지역간 농촌모델 연구를 시행, 농정 제안을 교류한다. 특히 현장에서 임경순 군수가 직접 만난 농민들의 요구를 시책에 반영하는 것과 인터넷 참여광장을 통한 여론 수렴도 참여농정의 한 방식이다. □ 임경순 군수 “예산항목 배정 자율권 확대”중앙정부의 농업예산을 지방농정의 현실에 맞게 투자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지방농정의 가장 어려운 점은 예산항목과 농업인들의 요구사항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투자돼 같은 돈을 투자하고도 농업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평야지대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입안된 정책은 산과 밭이 많고 농지규모가 한정된 강원도의 특성상 일관적인 정책 수행이 어렵다. 적어도 농업 예산의 50% 이상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농정의 현실에 맞게 쓸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우선 배정해야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군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접경지대에서는 더욱 시급하다.■ 전라북도 고창군/ ‘모든 농사 기본은 쌀’, 이유있는 ‘고집’ 주목고창군은 지난해 6년 연속 쌀생산 도내 최우수 영예와 함께 쌀생산 종합대책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군으로 선정됐다. 이는 이호종 고창군수가 ‘쌀만은 절대 수입해서는 안된다’는 농업관을 가지고 쌀 생산을 군정 최대 역점시책으로 추진한 결과다. 쌀은 식량안보 이상의 정서적·문화적 영향력이 있다는 게 이 군수의 생각. 이를 바탕으로 이 군수는 폐염전과 휴경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우직하게 벼농사를 중심으로 농업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게 고창군 농정의 고집인 것이다. 이에 따라 품목별 대책의 상당수가 고품질 쌀 생산과 유통을 위한 시책으로 군은 전체 재배면적 98%에 양질다수성벼를 평당 85주 이상 확대 재배해 반당 수확량이 561kg으로 도내에서 최고다. 이밖에 특수시책으로 고창수박, 해풍고추축제를 개최, 지역 농특산물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판매 촉진을 꾀하고 있다. 쌀과 수박, 해풍고추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이를 그린투어리즘과 연계, 청정이미지를 부각시켜 관광산업과 환경농산물판매를 촉진한다는 전략이다.특히 고창군은 지방행정의 주민참여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방정책을 심의·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포럼과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고창=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이종호 군수 “상향식 농정체계 구축 시급”중앙정부는 농업 예산이 자치단체 실정에 맞게 쓰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괄예산 지원을 한다면 자치단체의 특색을 살린 농업을 살릴 수 있음은 물론 농가소득 높이기가 한층 유리할 것이다. 지자체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농업부문들이 많이 있음에도 일률적인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즉 상향식 농정만이 21세기 한국 농업을 이끌어 나갈 지름길이다.현재 경지정리가 안된 농지 대부분이 영세농의 소유로 돼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농촌 여건을 감안한 경지정리(소규모)는 지속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농업의 자연재해가 있을시 보상금이 적고 복구에 장시간이 소요돼 보상금을 상향 조정해야 농가 부담을 덜 수 있다.■ 경상북도 영천시/ 시장실 문 언제든 ‘활짝’, 영천 포도에 투자 집중농업직으로 경북도 농정국장을 역임한 농업전문가 박진규(63) 영천시장. 박 시장은 “농업은 투자한 만큼 열매를 거두는 산업”이라며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아무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농촌·농업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대도시를 12회에 걸쳐 직접 방문, 영천 농특산물 홍보에 나선 것도 박 시장의 이런 농정철학 덕분이다. 농산물 직판거리를 조성하고 영천5일장과 지역문화유적지를 연계한 관광열차를 운행하는 것도 영천시의 돋보이는 신농정시책.특히 전국 최대의 포도주산지인 영천의 특성을 살려 지자체중 처음으로 포도담당을 신설, 포도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그린투어리즘을 통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에 역점을 두고 오지농산물 생산지원사업을 추진, 관광객과 소비자들을 오지로 끌어드리는 전략도 수립해 나가고 있다.이와 함께 참여농정의 실현을 위해 영천시는 누구나 지역현안을 건의할 수 있도록 시장실을 개방했다. 또 영천포도발전협의회 등 특화작목협의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가진다. 이와 함께 박진규 시장은 현장의 현안 해결을 위해 공무원 마을담당제를 실시하는 한편 매월 ‘농가방문의 날’을 추진,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 □ 박진규 시장 “열악한 지방 재정 지원부터”지역농정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예산 부족으로 지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국비사업이 내려오더라도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아직까지 중앙정부 중심의 짜여진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농정이 발전하려면 지자체의 현실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고 중앙정부는 열악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농정의 주체는 단체장을 비롯해 지자체와 농민들이다. 농업은 투자한 만큼 결실을 얻는 산업이다. 지역농정 실현은 단체장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농민들이 주체임을 각인,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실현될 수 있다.
김영하knong120@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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