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살림에 허약한 조직 ‘울고 싶어라’◇ “국세 중심 조세제도 확 뜯어고쳐”박진규 영천시장은 지역민으로부터 능력있는 자치단체장으로 인정받고 있다.그 이유는 지난 98년 보궐선거 당선 후 박 시장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1년만에 농업투자 예산이 이전의 2배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지역 국회 뿐만 아니라 기획예산처 등 중앙부처를 수시로 드나들며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영천시는 전국 시단위 지자체에서 재정자립도가 최하층이기 때문에 그렇게 활동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인건비조차 자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여건이다.다른 농촌지역 지자체도 조건은 마찬가지다. 지자체는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분담된 지방비를 채워 넣는데 급급해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행정자치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4.6%에 불과하다. 그중 시 단위의 재정자립도 평균이 47.5%인 반면 농촌지역인 군 단위는 평균 19.1%로 농촌지역 지자체의 재정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시 단위에서 보더라도 1위인 경기도 과천시의 재정자립도가 94.8%인 반면 농촌지역인 문경시의 재정자립도는 14.3%로 꼴찌를 보이고 있다.이같이 농촌지역 지자체의 재정이 열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세제도를 살펴보면 국세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수비율이 높은 세금으로 구성된 반면, 지방세는 취득세, 등록세 등 도세와 주민세, 재산세, 담배소비세 등 시·군세로 이뤄져 있기 때문. 따라서 지자체는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지방재정을 꾸려갈 수 없는 실정이다.올해 지자체 총 예산은 중앙정부 총 예산 145조9602억원의 32%에 달하는 50조4886억원. 그러나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어진 조세제도 하에서 지자체가 거둘 수 있는 세 수입은 올해 26조1604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어 세입 예산의 절반수준에 머물 전망이다.그나마 농촌지역 지자체는 도시지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국세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전환하는 조세제도의 개혁 없이는 지방자치제의 정착은 요원한 실정이다. 유도형 경기도 농정국장은 “예산규모 비율로 부가가치세 수입을 지방으로 나누는 등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위한 과감히 조세개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이같은 지방재정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자치단체별로 조성하고 있는 농어촌발전기금, 제3섹터 활용, 지방채 발행을 통한 사업 수행 등이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가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한계를 안고 있다.때문에 이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방식을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먼저 ①지자체가 농업관련 기금을 조성할 경우 중앙정부가 일정비율을 보조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또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 사업과 같이 ②포괄 보조금 지원을 확대, 지자체 스스로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③경지정리사업, 산림병해충 방제사업과 같이 사업이 편중되거나 사업단가 편차가 큰 사업의 경우 차등보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또 ④유리온실 등과 같이 억대의 시설비가 투자되는 투융자사업은 RPC와 마찬가지로 농협이나 농업투자회사가 맡거나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투자하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속된 격무에 주말 잊은지 오래”시로 승격된지 만 1년이 넘은 화성시.화성시의 농업관련 공무원은 요즘 인력부족으로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구제역 방역을 위해 축수산과의 축산위생 담당 공무원 3명이 구제역 예방활동을 벌이느라 주말을 잊은 지 오래다. 지난 2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일제 방제의 날’로 정한 화성시는 2년전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역이기에 농업기술센터 전 직원을 동원, 2000여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소독을 펼치고 있다. 봄만 되면 산불, 가뭄, 황사와 싸우는 것에 이제는 이골이 났다는 것.축산위생 담당자 3명과 농업기술센터 20여명은 봄철 다른 일을 도저히 할 수 없다. 방역활동에다 산불방지 홍보, 가뭄 물대기 등으로 자리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다른 부서도 여건은 마찬가지다. 과 수준의 기반조성분야가 1개 계로 건설과로 이관됐고, 원예·특작·농산물 수출·양정 등 분야가 1개 계로 통합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94년 민선 자치호가 출범한 후 지자체는 95년 지역특성에 맞는 조직개편을 위해 조직진단을 실시,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1997 농정개혁백서’에 따르면 그 결과 도와 시·군의 농정조직은 대폭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인력도 농업분야가 가장 많은 규모로 줄었다.당시 조직진단의 결과 중앙농정의 단순 집행업무만을 담당했다는 결론에 따라 조직의 축소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방조직 개편이 지방농정의 역할 증대를 대비한 미래지향의 방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쌀값 파동에 따른 지자체의 새로운 움직임과 지방고유 농정시책의 확대를 고려한다면 향후 지방농정조직은 중앙사무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을 전제로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이젠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사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특수시책을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직접지불제도를 시행함은 물론 자체기금사업을 펼치기 위해 기획·조정·관리·평가팀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이를 위해 지방조직을 집행과 기획기능이 양립하는 체제로 갖추는 한편 기획기능 속에 사업을 평가하고 자체 특수시책을 개발할 수 있는 팀을 확대해 지방민의 행정 수요를 충족하고, 현장 실무인력을 부족하지 않게 채워야 한다.한농연양주군연합회 신홍섭 회장은 “앞으로 농정과는 지자체 직불제도 시행해야 하고, 뉴라운드에 대응한 농업특별위원회도 구성해 활동해야 하고, 경북과 같이 지자체 차원의 NGO대회를 여는 등 역할이 늘어난다”며 “이를 대비해 인력을 늘리는 것은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지방농정의 또다른 문제점은 농업관련 기관·단체간 횡적 연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각 기관과 단체들은 개별, 조직별 종적 연계는 구축되어 있지만 지역단위로 사업별 횡적 연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시·군 단위에서 농정조직을 살펴보면 시·군청을 행정의 축으로 농업기술센터, 농협시군지부와 농·축·수협, 산림조합, 농업기반공사 시·군지부, 지역농민단체 등의 조직이 있다. 이 조직들은 각 개별조직의 종적인 관계 속에 사업이 이뤄질 뿐 지역조직간 사업연대나 협의의 부족으로 중복사업이 이뤄지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간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중심이 돼 협력체제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다.전북도의 한 면장은 “이젠 기관·단체의 중앙 사업이 상향식으로 바뀌어 지역내 기관·단체간 협력이 우선되는 시대”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농업관련 위원회에서 협의된 사안이 기관·단체별로 중앙으로 올라가 계획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이밖에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읍·면이 지역자치센터로 전환되는 시기에 있지만 이는 말단 농정기능의 약화를 초래, 지방농정을 후퇴시킨다는 지적도 있어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참여농정을 실현할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높다.김영하 기자 kimy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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