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친환경농산물 코너에 마련된 생산이력단말기를 통해 한 주부가 농산물의 생산이력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평창축협 ‘대관령 한우’를 판매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정육코너. 이곳에서 만난 공릉동에 사는 김모 주부(49)는 “쇠고기 이력시스템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직접 조회해 본적은 없다”며 “이런 제도가 운영되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며 앞으로는 좀더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손영익(61)씨는 "유명 브랜드 한우를 봐도 진짜일까 의심했는데 이러한 제도가 있어 한결 믿음이 간다"며 "수입육을 한우로 사는 일은 없겠다"고 즐거워했다. 생산~유통까지 단계별 정보 '바코드화'판매점 스크린 통해 언제든 조회 가능소비자 안심구매·수출 촉진에도 도움 농산물이력추적관리제도(Traceability)는 이처럼 농축산물 생산에서 판매까지 단계별로 정보를 기록·관리하여 문제 발생시 역추적을 통해 신속한 원인규명과 조치로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제도이다. 특히 이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신뢰도 확보 및 농·식품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우병 파동 이후 농·식품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나라마다 이력추적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쇠고기부터 시작해 농산물로 확대되는 추세다. 또한 농·식품 교육증가와 함께 이력정보는 수출확대 여부에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유럽(EU)은 2001년부터 모든 회원국에 쇠고기 이력추적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지난해 농·식품과 사료 등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2004년 12월부터 쇠고기에 의무 적용하고 농산물은 지역과 품목별로 자율 추진한다. 미국은 식품회수프로그램으로 이력추적제도 요소를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는 2004년 3월에 이력추적제도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8월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을 통해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11월 심벌과 로고를 확정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소의 경우 혈통과 사양관리 정보 등을 통합·관리할 수 있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평창축협의 대관령 한우의 경우 9개 브랜드 경영체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장에서 이력추적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69 농가에서 5600여 두를 사육하는데 송아지가 태어나면 개체식별번호를 부착한다. 또한 생산·도축·가공·판매 각 단계별 정보가 이력추적시스템에 입력돼 소비자는 판매점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다. 이석래 평창영월정선축협조합장은 "이력추적시스템은 사육자, 먹인 사료, 도축일, 최종 등급, 가공일 등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정보를 직접 조회해 볼 수 있어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면서 "각 단계별 정보를 입력하는데 인력 등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또 "이러한 비용문제로 현재 판매가격이 7~10%가량 높아졌지만 그 만큼 품질을 높여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력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홍보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환 평창축협 대관령한우 마케팅매니저도 “아직까지 이력추적제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점차 정착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화 신세계백화점 축산담당바이어는 "지난해 8월부터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실시하는데 아직 소비자의 관심이 부족하다"면서 "이력 추적시스템의 장점을 알리는 홍보강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석희진 농림부 축산위생과 과장은 "인터넷 홈페이지, 신문광고, 소비자 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전국적인 교육 등 이력제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2008년 전국적인 이력제 실시를 앞두고 브랜드 한우 뿐 아니라 일반농가의 한우까지 이력추적시스템을 운영토록 해 광우병 등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사례/ 이천시 호법면 신동식 씨 "모든 영농자료 한눈에 안전 농산물 보증수표"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에서 유기농 신선초와 케일을 재배하는 신동식(41)씨는 요즘 컴퓨터와 씨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얼마 전부터 농장에 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관련 자료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 아직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으나 거래처 투명거래가 가능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신씨를 설레게 한다. 신씨는 10년 전부터 풀무원에 녹즙용 신선초와 케일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 동네 작목반 6농가가 공동으로 연간 300여 톤 정도를 공급한다. 녹즙은 원료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풀무원뿐만 아니라 작목반에서도 유기재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2004년 10월 모 방송에 유기농 채소의 잔류농약 함유라는 근거 없는 보도가 나가면서 매출이 70%이상 줄고 장기적 소비자 불신이란 쓰린 경험을 했다. 이는 신씨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모두의 피해로 유기채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다행히 사과방송을 했지만 그 여파는 1년 이상 지속될 만큼 심각했다. 신씨가 이력관리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도입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구매 업체의 안전성 검사가 강화된 이유도 있으나 무엇보다 문제 발생시 언제, 어느 비닐하우스에서, 얼마만큼 하자가 있는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씨의 이력관리시스템은 연령층별로 자료 입력을 쉽게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터치 스크린을 설치하고, 집안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해서도 입력과 자료검색이 가능하다. 비닐하우스에 각각의 코드와 위치를 알려주는 번호가 설정됐다. 또한 출하예정정보와 영농관리 작업인원, 작업시간까지 체크된다. 이밖에 하우스마다 온·습도가 원격으로 자동 기록돼 이상 발생시 휴대폰으로 통보해준다. 영농일지에 기록된 모든 정보가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입력·관리되고 인터넷을 통해 거래처나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신씨는 “농산물 이력추적관리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으나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이에 대한 정부의 교육과 홍보가 절실하고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지에 가보니… 매장 단말기·참여 농가 늘리고낯선 농업용어 설명자료 첨부를 "사람 이력서처럼 재배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자라는 아이들 때문에 평소 친환경농산물을 주로 찾는다는 김영자(41) 주부는 'GAP 안동사과'의 생산이력 정보를 보고 "신뢰감이 배가 됐다"며 반색했다. 김 씨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친환경농산물 코너의 농산물 생산이력단말기를 통해 6개입 봉지 사과의 생산이력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 포장지에 표기된 이력관리 번호를 단말기에 입력하자 생산자 정보, 상품 정보, 출하 정보, 영농일지 등 파종에서 매장에 오기까지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화면에 나타났다. 이전에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아 구매한 뒤 포장지에 표기된 농가에 항의한 적이 있다는 김씨는 평소 믿을 수 있는 생산농가 정보를 한눈에 보기를 원했다고 한다. 김씨는 "너도나도 고품질·친환경농산물이라고 내놓는데 실제 어떤 과정을 거쳐 친환경농산물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살충·살균제 횟수 등이 자세히 제시돼 나름대로 기준이 생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가 이력추적한 'GAP안동사과'는 안동녹래사과작목반이 출하되는 전량(매년 20kg 상자로 1만4000상자)이 친환경 및 IPM(농약종합관리)농법으로 재배, 수확 후 위생관리를 통해 시중에 공급되고 있다. 이완기 작목반장은 "다른 지역 사과에 비해 소비자들 반응도 좋고 가격도 월등히 높게 받고 있다"며 "청결을 유지하고 영농일지를 꼼꼼히 정리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주위 농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장을 찾은 소비자 신재훈(34)씨는 "농산물이력추적제도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매장에 단말기와 참여 농가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질병이나 사용농약 등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기록한 작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며 용어 설명자료도 부탁했다. 이에 대해 하나로마트 판매직원 복기분씨는 "하루 평균 이력추적단말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5∼6명에 그치는 등 GAP나 이력추적관리제도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아직 많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단말기를 전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유통 청과부 관계자는 "계절에 따라 이력추적이 가능한 과일이 10개 내외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시식행사 등 홍보를 통해 안전농산물 선호도를 높이고, 이력추적이 가능한 농산물 품목을 점차 늘리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진단 이병서 농진청 농업경영관실 박사 "민간업체·생산조직 주도, 정부는 교육·홍보 늘려야" 농산물 이력추적관리제도는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업체나 생산조직이 자율적으로 실시해야 될 시스템이다. 현재 이 제도와 관련 민간보다는 정부 주도의 의무사항처럼 잘못 인식된 부분이 많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따른 제약 요인을 감안, 단계별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유통업체나 생산조직 등 민간의 참여가 절실함에도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정부 차원의 홍보와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도 시행의 초기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계별 평가를 통한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이력추적관리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 시행 주체인 민간업체와 생산조직이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이 높아져야 한다. 시스템 구축에 따른 다양한 부가가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력추적관리제도 시행에 따른 품질과 물류관리 등이 같이 연결되는 종합시스템으로 발전될 수 있어야 바람직한 농산물 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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