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확충·철저한 사후관리가 '성패열쇠'

안전하고 위생적인 농축산물 생산을 위해 축산·식품업계가 발벗고 나섰다. 사진은 HACCP인증을 받은 백두사료의 제어실.

"에이치에이...뭐라구요? 처음 들어보는데…잘 모르겠네. 그게 축산물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어떻게 확인하는건데요?"(최순호 주부, 인천·57)"올해 농장 HACCP를 도입해보려고 하는데, 업계에서는 국내 방식이 맞는지 외국 방식이 맞는지 의견이 분분해 답답해요."(정종극 양돈농가, 이천) 축산물 등 식품의 위생·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농림부와 식약청이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농가나 기존에 HACCP을 도입한 업체들도 혼란스러워하는 상황. HACCP 도입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도축장·유가공·사료업계 등 281곳 시행중저리자금 지원 확대·지속적 교육훈련 원해 ▲도입현황=현재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HACCP을 인증받은 업체는 축산 281곳, 식품 136곳. 축산은 도축장에서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고 식품은 올해부터 어묵류, 빙과류, 냉동식품(만두·피자·면류), 냉동수산식품(어류연체류), 레토르트 식품 등 6개 식품에 대해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잘 되고 있나?=기존에 HACCP을 도입한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경기도 모 도축장의 한 관계자는 "없는 살림 쪼개 HACCP을 도입했는데, 도축장 운영이 제대로 안되니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HACCP 시설 설립에 적잖은 돈을 투자했지만 도축장간 과당경쟁으로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져 HACCP 사후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농가 확보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특히 도축장 HACCP의 경우 전문 지식을 갖춘 전담 직원 없이 해당 시도에서 관할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HACCP 업무 이외에도 가축방역 등 다른 업무가 수북히 쌓여있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사료업계 일각에서는 통일된 기준 없이 업체별로 다르게 HACCP 인증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경기도 A사료공장 관계자는 "심사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이 회사에서 잘된 부분을 다른 회사에 바로 적용하는 등 일관성도 없고, 심사원마다 기준도 달라 갑갑하다"며 말꼬리를 흐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담부서 및 전문 관리인력 확충과 함께 HACCP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감히 인증을 취소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충분하고 저렴한 자금 지원을 통해 축산·식품업체들이 HACCP를 안정적으로 도입 및 관리하도록 하고 HACCP 도입 업체 관계자들의 의식고취를 위해 해외 전문가 초빙 교육 실시 등 지속적인 의무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한 이해 제고 및 매체를 통한 대국민 홍보 등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HACCP가 식품 위생 확보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업계의 의식 고취가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농장HACCP 7월 양돈부터 도입도축검사 보조원 30명 채용 배치보관·운반분야 평가기준 마련도 ▲정부는 올해 무엇을 준비하나=농림부는 HACCP를 축산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구간 도입을 위해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간다는 계획이다. 생산단계인 농장 HACCP는 올 6월과 11월 전국 순회교육을 실시한 후 7월부터 양돈농가를 시작으로 전 축종에 도입하고 지난해 1월 시범사업으로 시작, 총 31개 공장이 인증을 받은 사료공장 HACCP는 올해도 교육별 지정업무가 지속적으로 시행된다. 의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축장 HACCP는 제도정착 및 사후관리강화를 위해 도축장 HACCP 운용수준 평가를 하반기에 실시하고 운용실태에 대한 시도 점검강화 및 행정처분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도축검사보조원 30명을 채용, 교육실시 후 도축장에 배치하고 105개 기관에 HACCP 제품에 대한 우선 사용 홍보 및 불법명칭사용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또 축산물유통(보관·운반·판매·집유)단계의 HACCP 도입을 위해 올해 보관·운반업 HACCP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HACCP 확대 도입에 따른 전담 조직의 설립을 추진한다. 식약청은 어묵류, 빙과류, 냉동식품(만두·피자·면류), 냉동수산식품(어류연체류), 레토르트 식품 등 6개식품에 대해 2006년부터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매출액이 연간 20억원 이상이고 종업원수가 51인 이상인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하고 김치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HACCP 의무화도 추진한다. 인증후 사후관리 중요충분한 의견수렴 필수 ●전문가 진단/홍종해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HACCP 도입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효과면에 있어서는 정부의 운영이 부족한 바가 있다. 단계별·규모별로 HACCP를 지정한 도축장은 인증 후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는지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도축검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관할 시도의 HACCP 담당공무원들이 HACCP 이외에도 방역 등의 다른 업무가 많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쉽지 않은 것. 도축장들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생적인 부분까지 신경쓰기가 쉽지 않다. HACCP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인증을 취소하는 등의 과감한 사후관리와 HACCP 담당자에 대한 철저한 전문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또 외국도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직접 병행하는 만큼 HACCP의 민간인증기관 위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립이 추진중인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도 이 부분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올 7월부터 추진하는 농장 HACCP의 경우 기존 업체들의 HACCP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농장 HACCP가 어떻게 추진돼야 할 지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한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장사례 경기 이천 우리농장 꼼꼼한 기록관리 덕분생산성 향상·비용 절감 2005년 8월. 모돈 360두 규모의 우리농장(농장주 손종서,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는 큰 경사가 생겼다. 외국의 유명 HACCP 인증기관인 SGS사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았기 때문. 국내 몇 안되는 HACCP 인증 농장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인증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손종서씨는 "홀가분하고 후련했다"면서 "하지만 인증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점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에게 낯선 농장 HACCP 인증을 그는 왜 준비한 것일까? 손씨는 "위생적인 돈육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고 이에 맞게 농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HACCP 인증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판단돼 이에 맞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HACCP 도입은 우리농장에 큰 변화를 안겨줬다. 생산일보, 소독관리, 약품관리, 도태관리 등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0여개의 기록관리를 매일 해야 한다는 점은 직원들에게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기록을 통해 농장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기록을 바탕으로 농장을 관리하다보니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효과를 누렸다. 상당수 양돈장에 소모성 질병이 퍼져있지만 우리농장의 PSY는 24두에 달했고 보통 kg당 320~330원 소요되는 사료비는 278원에 불과하다. 약품비도 다른 농장의 절반 수준인 월 150만~200만원 정도. HACCP 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장단점에 대한 토론을 하고 농장에 적용시키는 점도 우리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물론 HACCP 인증과 유지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HACCP의 필수조건인 기록관리가 익숙치않았던 직원들의 의식을 전환시켜야 하는 점과 직원 교체시 새롭게 다시 가르쳐야 하는 점, HACCP 도입으로 상승한 생산비에 대한 보상책이 아직 마련되지 못한 점 등이 난관으로 작용했던 것. 하지만 손씨는 여전히 HACCP가 농장에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위생적인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반드시 HACCP은 필요하다"면서 "돼지고기 품질이 뒷받침되면서 HACCP이 도입되며 소비시장이 넓어져 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손씨. 그의 사고방식이 안전하고 위생적인 돈육 생산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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