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식품사고' - 소비자는 불안하다

농·식품 안전사고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부처 중심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식품업무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이는 소비자의 식탁안전을 위한 것으로 국내외 농·식품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0년 중국산 납 꽃게 파문과 2004년 만두소 파동, 지난해 김치사건 등과 함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소비자와 농가 및 관련기업 피해로 직결되는 점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런 측면에서 새해 '우리식탁 지키기 원년' 선포와 함께 현행 농·식품 안전관리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점검했다. 부처간 업무 산재·협조체계 미흡문제 발생해도 책임 소재 불분명생산부처 중심 관리 일원화 시급 독산동에 사는 김미월(49)씨는 식품매장을 찾을 때마다 어느 것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한다. 판매원들은 안전을 강조하지만 김치 기생충 알 검출과 수산물의 '말라카이트 그린' 등을 보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농·식품 안전관리 체계와 문제점=현행 농·식품 안전관리는 1차 생산물의 경우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맡고 수입 가공 유통 판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이다. 축산식품은 농림부가 생산 가공 유통 판매를 맡고 최종 소비만 식약청에서 담당한다. 이밖에 환경부(물)와 국세청(술), 산업자원부(소금), 교육부(학교급식), 국방부(군 급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처간 업무 산재와 협조체제 미흡이 문제로 제기된다. 지난해 수산물의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은 부처간 협조 네트워크 부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식약청의 발표와 달리 이미 교과서에 등록돼 해수부가 어민들에게 사용을 허용했던 것. 농산물의 경우 '안전성 확보'에 대한 생산자 의식과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심상인 농림부 소비안전과장은 "안전 농산물 생산유도를 위한 유인책이 부족하고 안전성 인증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차별화 관리가 안돼 제값을 받을 수 없다"며 "소비자 정보도 낮아 국내 안전 농산물의 판로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감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식품검사 당국의 전문성과 검사 효율성 저하도 제기된다. 식약청의 경우 2004년 식품 적합 여부에 대한 민간 검사기관 위탁이 73%로 이중 26%가 규정을 위반했다. 수입식품 정밀검사는 미국이 전체 5% 가운데 3∼4%가 부적합일 만큼 세밀하다. 식약청은 정밀검사 20% 가운데 부적합률은 0.5%에 그친다. 위생당국의 성급한 대응도 현행 관리체계의 문제다. 중국산 김치의 납과 기생충 알 검출파동은 식약청이 김치 전반을 조사해 발표했지만 중국의 보복조치에다 일본 수출까지 막혔다. 정안농산 김용운 사장은 "식약청이 기생충 알의 인체 무해성을 발표했지만 이미 일본 소비자들은 외면했다"며 "수출시장 상실과 종주국의 위상저하만 초래했다"고 성토했다. 수입 농·식품 관리는 더욱 심각하다. 식약청에서 대부분 검사하고 농림부는 비가공 단순 농산물을 검역 검사한다. 안전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 수입과 유통단계 관리가 분리돼 사전 사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국의 현지 위생관리와 정보수집도 부족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과 일본 등은 국내 수출 농수산물의 안전증명서를 요구하지만 우리는 수입국 위생약정 사례가 부족하다"며 "현지 병해충 발생 등의 정보수집과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선방향=전문가들의 견해는 생산부처 중심의 관리 일원화로 모아진다. 현행 식약청의 식품 업무를 분리해 통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농·식품 안전성 문제가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므로 이의 담당부처가 맡아야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안전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외국의 경우 독일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농업부처에서 일괄 관리하고 일본은 식품안전위원회가 맡고 있다. 성진근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현행 식품안전 관리는 주로 유통 소비단계 위생검사에 의한 단속 위주여서 식품사고가 발생해도 부처간 책임공방으로 적절한 대응을 못한다"며 "생산 유통이 연계된 사전예방의 식품안전관리체계 전환"을 주문했다. 농림부 산하에 식품안전청을 설립하고 식약청의 식품업무를 이관하는 방안이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식약청장)도 "선진국의 경우 1개 기관 통합이나 총괄기관 설립 또는 기능별 통합 등 다양하나 식품전담기구를 통한 '책임성, 일관성, 효율성'있는 관리 체계로 재편한다"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괄 관리와 식품 및 의약품 분리를 강조했다. 심상인 농림부 소비안전과장은 "농·식품 안전 종합대책은 올해부터 GAP와 생산이력제의 본격시행을 거쳐 2013년 친환경농산물 비중 10% 확대, 표시인증제 개선 등 3단계가 추진된다"며 "식품안전 행정체계도 외국의 경우 위해성 평가와 안전관리(기준설정 및 집행) 모두 생산 유통까지 책임 가능한 생산부처가 맡는다"고 소개했다. ▶주요 농·식품 안전 사고 일지 □ 납 꽃게 사건(2000년 8월) 중국에서 수입되는 꽃게와 복어에서 납이 검출된 것이 계기다. 이로 인해 국산 꽃게 업소까지 발길이 끊겨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문제는 통관된 수산물 처리를 놓고 식약청과 해양수산부의 이견으로 처리가 지연된 점이다. 납 꽃게 주범이나 수입경로를 밝히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됐고, 정부가 밝힌 중국의 수산물 가공공장 사전등록제 추진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물검사소가 수입 수산물에 대해 금속탐지기로 검사한다. □조류 인플루엔자(AI )(2003년 12월) 충북 음성의 양계농장에서 처음 발병돼 2004년 3월까지 전국 19개 농장으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닭과 오리 소비가 80%나 급감하고, 닭 가공업체의 연쇄 부도와 치킨업소 사장이 자살했다. 농가와 가공업소 피해도 8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비는 30% 감소했다. AI는 75도에서 5분간 익히면 인체 무해한 점을 모르기 때문. 이에 따라 생산자 단체가 20억 원의 보험금을 내걸 만큼 인식제고에 나서고 있다. □불량 만두소 파동(2004년 6월) 경찰이 단무지 자투리로 만든 만두소를 '쓰레기 만두'라고 발표한 것이 계기다. 식약청이 당장 조사에 착수해 26개 적발업체를 발표했다. 소비자 불신은 극에 달했고 연쇄부도의 와중에 업체 사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한강에 투신했다. 만두시장은 재기불능으로 침체됐고 일본 수출까지 중단됐다. 하지만 13개 업체의 시정명령과 행정지도 이외에는 혐의가 확인되지 않거나 무혐의 처리됐다. □수산물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2005년 7월) 중국산 장어에서 처음 발견 이후 붕어 잉어 홍민어로 번졌고 국산 향어와 송어 자리에서도 검출됐다. 중국의 언론보도가 계기로 식약청이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민물어류 전체를 외면했다. 정부가 중국에 활어 수출에 대한 위생증명서 첨부를 요구해 약정을 체결했다. 결국 해수부의 사용허용 물질을 식약청이 사전 확인 없이 발표해 양식 어민들만 피해를 보았다. □김치 파동(2005년 9월)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중국산 김치에서의 납 검출 사실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식약청은 중국산 김치와 국산 전반을 조사해 기생충 알 검출 사실을 발표했다. 국내 16개 검출 업체는 물론 상품김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가중시켰다. 중국의 보복조치에다 일본 수출까지 위축돼 김치 종주국의 체면과 수출 효자품목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했다. 물론 검출업체는 안전성을 입증 받아 식약청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전문가진단/ 김숙희 한국식품영양재단 이사장 "식품 80%가 농산물, 농림부 중심 관리를" 식품영양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이 건강하도록 식탁을 관리하고 질병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그런데 식품의 80%가 농산물이다. 이렇게 볼 때 국민건강을 감안한다면 생산지에서 식탁까지 농림부가 중심이 돼 관리해야 한다. 또 식품영양학적으로 보면 생산에서부터 밥상에 오르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것이 가장 좋은 식품이다. 유통기간이 수개월씩 걸리는 수입농산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의 김치 기생충알 파동 역시 배추생산과정에서 막아야할 문제인 것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식품관리업무를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부가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림부의 정책도 과거 식량생산위주의 정책, 고부가가치 상품생산 위주의 정책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건강한 국민을 위한 식품생산 및 관리를 위한 정책담당 부서로 전환돼야 하는 것이다. 농민들도 제 식구들이 먹는 식품과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면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값싼 수입농산물과 차별화하는 방안이기도하다. 또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식품생산계획을 수립한다면 어떤 해에는 배추 값이 폭락해 밭을 갈아엎었다가 어떤 해에는 김치가 '금치'가 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식품업무를 일부 담당해온 보건복지부는 음식점 위생문제라든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는 문제, 성인병예방 등 식생활연구 및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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