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홍보 강화…가격·판로 보장돼야 ‘탄력’

“GAP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 중 하나인가요· 일반 농산물보다 가격은 훨씬 비싼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GAP는 또 무슨 뜻인가요?”(신미정 주부, 서울 서초구 서초동·34) “GAP 농산물 생산하면 시장에서 가격을 좀 더 받을 수 있다 길래 힘들어도 한번 해보는 거지. 요즘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친환경이나 안전 농산물을 찾는다잖아.”(송학수 농민, 경북 상주시·59) 농산물의 종합안전관리대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GAP사업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현실적인 시각은 이처럼 동상이몽이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생산자들과 생소한 농산물에 높은 비용 지불을 꺼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GAP제도, 과연 우리 식탁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시행 3년째, 시범 농가 965호 중 27% 중도탈락소비자 외면·상품구색 취약·안정적 공급 안돼 ▲GAP제도는=농장에서 식탁까지 고품질·안전농산물 공급을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우수농산물관리제도)는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 등 전 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는 농약이나 중금속과 같은 유해요소를 종합적으로 차단·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준에 맞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농식품을 제공함으로서 소비자들에게는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또 생산농업인에게는 소득 증대를 도모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궁극적인 취지. ▲시범사업 현황=정부는 GAP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예산을 연차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 아래 2004년에는 4억원, 2005년에는 26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올해는 총 38억원의 사업비를 편성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범사업 첫해인 2003년에는 약용작물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5품목 9농가가 참여했으며 2004년에는 21개 품목에 걸쳐 357농가가 GAP 농산물을 생산했고, 지난해에는 제도 시행에 앞서 품목을 47개로 대폭 늘리고 시범 농가도 965농가로 확대했다. GAP위생시설 및 생산기반은 올해 경북 김천의 어모농협·경북 상주시 수륜농협·전북 김제시 김제농협 등 3개소가 지정, 국고 30%, 지방비 20%, 자부담 50% 비율로 개소당 2억원씩 총 6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하지만 지난해 시범 사업을 실시한 농가들 가운데 27% 달하는 269호가 중도에 탈락한 실정이다. 탈락 사유로는 토양 및 수질 분석결과 GAP 지침에 부적합한 경우가 1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자진포기 63건, 의무교육 불참 53건, 이력추적자료 부실(영농일지 작성미흡) 27건, 농약 안전사용기준 위반 등이었다. 특별한 예로 오미자가 올해 예년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일부 재배농민들이 GAP가 아닌 일반 상품으로 시장에 출하한 사례도 있었다. ▲실태 및 문제점=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시범사업 시행에도 불구하고 GAP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농협 하나로클럽을 비롯해 대형 할인점 등에서 GAP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구비 품목도 적은데다 매출성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 양재동 하나로클럽의 경우 지난 8월 포도와 복숭아 등 2품목에 대해 GAP 농산물을 공급한데 이어 현재 단감·사과·토마토·미나리·시금치·양배추·상추 등 총 7개 품목의 GAP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품들이 매출을 주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판촉요원을 배치하고 주말 시식행사를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GAP 농산물 홍보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2~3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현재 200%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GAP 농산물을 알지 못하는데다 더러는 친환경농산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소비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즉, 잘 알지도 못하는 농산물이 가격만 높다보니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도 GAP 농산물이 미운 자식 취급받는 것은 마찬가지. 상품 구색이 취약하고, 지속적인 공급이 안돼 중간에 결품 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어 적극적인 공급 확대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하나로클럽 양재점 친환경농산물팀의 박해성과장은 “현재 양재점에 공급되는 GAP 농산물 가운데 90%가 저농약 이상의 친환경농산물로 병행 출하되고 있는 상품인데 단순히 GAP농산물 스티커만 부착할 경우 소비가 크게 줄어들만큼 소비자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판매자 입장에서 홍보를 강화할 수는 있으나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품목의 다변화는 산지에서 시급히 해결돼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표준재배지침 170항목으로GAP교육인력 1500명 확보전문인증기관 30개 지정도 ▲정부 추진계획=초기 운영상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GAP 제도는 조기정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난해 쓰레기 만두 나 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 및 기생충 알 파동과 같은 진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농산물의 안전관리는 무엇보다 시급한 선결과제. 이에 정부는 지난해까지 제도 기반 마련을 추진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GAP제도 정착을 위해 전문 인증기관을 설치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과제로 현재 96개 품목에 대해 설정된 표준재배지침을 오는 2008년까지 관리대상 품목을 170항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농협·aT, 인삼공사, 생약협회, 풀무원, 장원산업 등 현재 시범운영중인 6개 전문인증기관을 2013년까지 30여개로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GAP에 대한 농가 교육을 지속할 수 있는 교육인력도 1500여명까지 확대하고 민관 합동으로 신물, 지하철 역사 광고 등 대중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 홍보를 강화한다. 농림부 소비안전과 고경봉 사무관은 “GAP 사업의 조기 정착을 위해 내년도에는 GAP 유통센터를 7개소로 확대하고 소비자 홍보 강화를 위해 3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생산 기반과 소비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사례/ 약용작물 재배 포천 이인기씨 "비용 늘고 수확 주는데 가격은 제자리라 걱정" 포천의 이인기(67)씨는 '황기'와 '시호'를 GAP 기준에 맞춰 재배하는 약용작물 농가다. 지난 50여년간 인삼과 황기, 작약, 오미자, 백출, 시호 등을 키워온 이씨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약재를 공급하고 경쟁력 향상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3년째 GAP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황기 3만평과 시호 7000평을 재배해 약 2억8000여 만원 가량 소득을 올린다. 이중 생산비 1억7500여 만원을 제하면 순익은 1억여원에 지나지 않아 GAP 적용 이전보다 30%가량 수익이 줄었다. 문제는 GAP 적용으로 생산비용은 증가했으나 수확량은 감소한데 있다. 황기와 시호의 생산 원가가 각각 4600원, 5300원(1평 기준)이나 현재 유통가격은 황기가 8000원(1근, 600g) 시호는 1만3500원으로 일반약재와 같은 가격에 판매돼 GAP 재배로 인한 감소된 수확량을 채우지 못해 GAP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이씨가 GAP로 재배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기존 관행 농법에 비해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대폭 줄인 것. 토양과 잔류농약 검사 기준에 맞추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이로 인해 수확량은 감소하고 인건비 부담이 늘었지만 가격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판로도 안정적이지 못해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단다. 한국생약협회 부회장인 이씨는 "비료와 농약사용을 줄이면서 수확량은 30% 이상 감소했고 인력을 통한 제초작업 등으로 경비가 더 들어갔지만 시장에서는 일반 약재와 가격 차이가 없다"며 "정부와 생산자 단체가 GAP 한약재를 적극 홍보하고 수매와 가격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GAP에 대한 정보는 물론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며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교육과 홍보도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진단/ 한국GAP연구회 정덕화 회장 "명확한 안전성 기준 제시, 농가·소비자교육 병행을" 한국GAP연구회 정덕화 회장(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은 "성공적인 GAP 시행을 위해서는 인증제도가 아닌 안전성 수단으로서 GAP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GAP 제도가 수익을 보장하는 '인증제'의 하나로 취급돼서는 안된다는 것. 정 회장은 당장 GAP 재배 방식을 채택하면 수확량의 감소와 인건비의 증가 등으로 인해 곧바로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회장은 "GAP의 핵심사항인 미생물과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등과 관련한 토양 및 수질 검증 등의 과학적 연구와 모델 제시를 통해 각각의 농가에게 명확한 안전성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GAP 관련 교육과 홍보가 현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또 "GAP를 농산물이력생산제도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의식을 바꿀 것"도 제안했다. 정 회장은 특히 "GAP 제도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수준이 낮고 여건형성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지만 향후 GAP 제도는 종합적인 농산물 안전관리제도로 정착할 것이다"며 "지금은 다소 어렵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GAP를 준수해 국제적 수준의 농산물 생산이 필수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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