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회 전문가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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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경영안전망 구축…농업인 부채대책 마련 급선무”
“농업인 걱정없이 영농활동 매진할 수 있게 사회안전망 확충”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한농연 주관으로 열린 ‘230만 농업인, 제22대 국회에 바란다’ 정책토론회에서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을 좌장으로 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전문위원이 참석해 21대 국회 농정 평가와 22대 국회 농정공약을 소개했고, 현장 농업인과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22대 국회 농정방향 등을 제안했다. 종합토론이 끝난 후 청중질의에서 농업인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라는 점을 강조하며,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비춰지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한 국회가 반목과 다툼을 멈추고, 타협과 협치를 통해 농민들이 원하는 입법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토론자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좌장)
김덕호 국민의힘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전문위원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변호사
박덕수 청년농업인
현진성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여야, 제21대 국회 농정평가 

직불제 제한규정 삭제 주목
양곡법 여야 대치 아쉬워

김덕호=21대 국회에서 처리된 농정 관련 주요법안은 직불제법개정안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당초 2017~2019년 중 1회 이상 직불제를 받았던 농업인·농지만 직불제 신청을 하도록 한 제한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보다 많은 농업인이 직불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농촌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농식품부와 농촌협약을 통해 관련 지원을 패키지로 지원하도록 하는 일명 ‘농촌공간재구조화법’도 농촌발전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아쉬운 점이다. 현재 여야 간 소통과 신뢰가 깨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농업과 농촌을 위해 여야가 따로 없다는 농해수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법 개정안도 아쉬운 점이 있다. 주요한 농협 개혁 내용을 담았으나, 당시 회장 연임 허용 반대에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농협회장 선거가 끝났지만 일부 위원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 확대에만 초점
과거 농업·농촌 희생 기조 답습

이호중=일부 농산물 가격 급등의 원인은 농산물 공급부족 및 생산비 증가에 따른 결과지만 정부는 농산물 수입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가 관리를 위해 저율관세(TRQ) 물량을 확대할 수 있지만, 대신 재해 피해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농산물 수입으로 이중 피해를 당한 농가의 손실보전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정부는 2022년 식량안보 강화 위해 제시한 농지 150만ha(2027년) 유지목표의 이행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그린벨트 해제조치만을 발표함으로써 말뿐인 식량안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이후 농가경영안전망 관련 정부 대책을 기대했으나 정부 해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농가경영안정직불(미국의 ARC와 유사)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수입보장보험 시범사업 확대에 그쳤다. 현 정부의 농정은 과거 신자유주의 농정, 개방농정, 성장지상주의에 따른 농업·농촌의 희생이라는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여야, 제22대 국회 농정공약 

농지 관련 일부 규제 완화
‘쌀값 20만원’ 선제적 대응

김덕호=국민의힘은 ‘농촌을 새롭게! 농민을 신나게!’라는 모토로 △농촌활력 △농업인 지원 △농촌 의료 사각지대 해소 △취약층 먹거리 지원 △친환경 축산을 위한 정책 및 산림 공익가치보전지불제 등 5대 분야에 대한 공약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농막 제도개선 및 자투리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 농지 관련 일부 규제를 완화해서 농촌에 사람이 오게 하고, 농촌 난방시설 및 비용 지원방안, 세컨드하우스 농촌주택 세제감면 등을 주요 공약으로 담았다.

또 농촌경제에서 중요한 쌀값 관련해서 올해에도 20만 원 이상이 되도록 선제적 수급 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포함했다. 농업인 지원과 관련해선 농업 재해복구비 기준을 80%로 현실화하고, 국고보조율도 100%까지 상향하겠다. 여기에 청년농 영농정착지원 기간을 3년에서 최장 5년으로 연장하고, 무기질비료 가격지원, 수입보장보험 시범사업 확대 등 농업인단체의 건의도 반영했다.

일손·가격·재해 걱정 없는 농정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노력

이호중=민주당은 식량·먹거리, 지역소멸, 기후변화 등 위기 시대, 농업·농촌의 대전환으로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겠다. 5대 주요정책 방향은 △일손과 가격, 재해 걱정 없는 농정으로 대전환 △소멸위기 농산어촌을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대전환 △국민 먹거리 기본권 보장 및 식량안보산업 대전환 △기후위기 극복하는 농림축산업으로 대전환 △농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대전환 등이다.

무엇보다 경영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1순위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급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산비가 급등해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필수농자재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재해대책의 일환으로 복구비 기준단가를 시가의 10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공약에 담았다. 농업인들이 걱정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대전환 공약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보다 구체적인 공약은 별도의 발표 행사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현장 농업인의 목소리 

농가경영 불안 해소 급선무
농가 부채문제 풀어줘야
청년농 특성별 지원 차별화
지역 후계농 조직 활성화 지원

현진성=급격한 농업 여건 변화 속에서 우리 농업인이 걱정 없이 영농활동에 매진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의료·교육·문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농가경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범농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재 농업생산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농업소득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2018~2022년 농가 부채 평균 규모는 3546만원으로 2013~2017년 대비 853만원 증가했다. 특히 농가 부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농업인들이 빚을 갚기 위해 투기적 경영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제값도 못 받고,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으면 부채는 늘어난다. 현재 청년농 유입, 스마트팜 재배 확대를 추진 중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부채를 안고 시작했다가, 빚만 얻고 농촌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차기 국회에서는 농가 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덕수=청년농 육성을 위해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시각이 필요하다. 청년농은 승계농, 기반보유창업농, 무기반창업농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들은 각기 특성이 굉장히 다른데 구분 없이 지원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승계농은 1차 생산기반이 있으니 이를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재배면적 확대나 기술이전, 가공시설 제공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후계농자금은 5억원인데, 청년농 입장에선 위험성이 높다. 농어촌공사에 진행하고 있는 선임대후매도 농지. 임대농지 시설보증 등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 소득이 창출될 때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제도적인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후계농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조직활동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는 정착단계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청년농은 재배기술 습득이나 현장정착 어려움에 대해 선배 농업인 등 멘토링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위해 지역의 후계농 조직 활성화를 위한 예산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 

농지제도 개선 늦춰선 안돼
농업인 정년도입 등 논의해야
선진농정 법·재정적 기반 강화
‘기술혁신 중심’ 농정 전환을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농업 관련 농지, 시설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핵심 농업 경영층 및 정책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들에게 자원이 집중돼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농업인 정의 재정립, 농업경영안정 대책 강구, 직불제 제도 정비, 농촌공간계획의 시행과 안착, 탄소중립과 환경보전, 에너지 사용 구조 개선, 농지제도의 개선, 농업인 정년 도입, 청년농업인 육성, 양도 및 상속세 제도 개선 등이 주요 현안이라 할 수 있다.

농지 소유 및 이용 제도의 개선은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과제이지만, 시기적으로 더 늦춰서는 곤란한 현안이자 미래 준비 차원의 핵심과제다. 중장기 농지의 소유·이용 구조 합리화, 농지대장 정비, 농업인 정년 도입과 청년농업인의 농지 접근성 제고 등 종합적인 연구와 정부 차원의 TF 구성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업경영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을 위해 신규 인력의 진입만이 아니라, 농업경영의 효율성이 담보되기 힘든 다양한 경영체의 은퇴 및 대안 모색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정빈=22대 국회는 선진 농정을 위한 법적, 재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농업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단지 정책 방향만 제시하는 규범법 성격에서 탈피, 미국과 EU 등 선진국과 같이 법적 구속력이 강화된 집행법적 성격을 포함해 주기적으로 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 의회는 오랜 시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농업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 최근 양곡관리법 등 논의과정에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은 농정방향과 시책에 대한 큰 틀에서의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업정책의 특성을 반영한 재정지출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부 재정지출은 크게 매년 예산을 책정해 그 한도 내에서 집행하는 재량적 지출과 상황이 발생하면 법령에 따라 반드시 집행이 이뤄지는 의무지출 방식으로 구분된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부문 예산은 농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주로 1년 단위의 재량적 재정지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영지원제도, 농업재해보험사업 등을 우선적으로 법정 의무지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영근=기후위기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세계적인 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기술혁신 중심으로의 농정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술혁신을 위한 자원 투입에 있어 기술혁신 수요의 급격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케이푸드 현상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건강기능성이 강화된 농산물의 수요와 개발·보급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과 제도는 기술혁신의 수요를 발견하고 예측하는데 있어 여전히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역설적으로 여당이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요컨대 기술혁신에 있어서 현재의 수요를 반영하고 장래의 수요 변화를 예측하려면 관련 기술자, 생산자 및 수요자의 기술에 대한 정보와 의견이 정부(특히 기획재정부) 정책과 맞닿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더더욱 민간 주도의 정책 사업 운영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
 

#청중 의견

▲박기태 한농연전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2004년 벼 수매가격과 요소가격을 지금 비교해보면, 수매가격은 그대로지만, 요소가격은 다섯 배나 올랐다. 농민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수농자재 지원 등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송종만 한농연경북도연합회장=농산물 가격 오르면 급등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생산량이 줄어서 그런 것이다. 농자재 가격이 오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폭등이라고 하는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

▲김선오 한농연담양군연합회 정책부회장=정부에서 농민들이 심는 종자량을 파악해 미리 알려주면 홍수출하와 같은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양곡관리법은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고 협의해서 농민들을 위한 개정을 재추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천택 한농연청송군연합회장=라면 수출이 1조원을 넘었다고 자랑하는데 라면에 들어가는 우리 농산물이 몇 퍼센트나 되나.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식품이나 외식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법제화를 해 달라. 고추 농사를 짓는데 고춧가루를 팔 곳이 없다.

정리=김영민·조영규·이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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