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부문 정책·지원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간 농가 대상 장비지원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스마트축산장비지원사업은 가축 사육과정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한편, 가칭 ‘축산물유통법’을 제정해 유통부문에서도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 정책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축산분야 2030 온실가스감축정책’과 맞물려 사육 및 분뇨처리 등의 분야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올 2~3월 내에 주요 축종을 대상으로 종합발전계획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총 4차례에 걸쳐 정부의 축산관련 주요정책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데이터 중심 축산으로 전환
②저탄소 녹색 축산업으로  전환
③효율화 꾀하는 축산물 유통
④주요 축종 중장기 대책

농식품부는 축산유통팀 신설 이후 축산물 유통법 제정,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의 유통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축산물 유통법이 제정되면 한국축산유통진흥원이 돼 축산 유통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게 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박병홍 원장이 지난해 9월 농협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온라인 경매 전환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농식품부는 축산유통팀 신설 이후 축산물 유통법 제정,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의 유통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축산물 유통법이 제정되면 한국축산유통진흥원이 돼 축산 유통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게 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박병홍 원장이 지난해 9월 농협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온라인 경매 전환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근본적으로 정부 조직 슬림화를 토대로 한 작은 정부 지향과 효율성 추구다. 그럼에도 2022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내 신설된 팀(과)이 있다. 축산물 유통을 총괄하는 ‘축산유통팀’이 1년여 전 식량정책실 축산정책관 소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국민주요 먹거리이자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인 소·돼지·닭고기와 계란·우유·벌꿀 등의 축산물 유통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데 발맞추겠다는 취지였다. 

축산물 유통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꾸려진 축산유통팀은 지난 1년간 유통 효율화를 위한 ‘체계를 만드는 부문’과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는 부문’ 등 2개로 나눠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했다. 체계 부문에선 1년간 공을 들여 현재 국회로 공이 넘어간 ‘축산물 유통법(축산물 유통 및 가축거래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구체적 사업으론 ‘온라인 거래 확대’ 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벌꿀 등급제의 본사업을 알렸고, 올해엔 돼지 등급제를 완전히 재편하는 등 축종별 유통 개선책도 들여다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12월 14일 진행한 축산유통포럼에서 서정호 농식품부 축산유통팀 과장이 축산물 유통법 제정과 이에 따른 정책의 변화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12월 14일 진행한 축산유통포럼에서 서정호 농식품부 축산유통팀 과장이 축산물 유통법 제정과 이에 따른 정책의 변화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축산물 유통법 

온라인 경매·유통구조 개선 등
유통 중요 사업 지원 근거 마련
축산·농안법 등 분산 조문도 이관
국회 농해수위 상정, 심사 앞둬

왜 필요한가=축산물 유통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동안 축산물 유통과 관련된 법은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축산법, 농안법 등에 분산돼 있었다. 분산된 각 법 안에서도 온라인 경매나 유통구조 개선, 유통 정보화, 전문 인력 육성 등의 중요한 사업에 대한 지원 근거 조항이 없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축산물 유통 체계 확립을 위한 법적 지원 기반 마련과 법률 정비도 요구됐다. 이에 축산물 유통을 총괄하면서도 축산물 유통에 대한 ‘지원’법 성격을 띠는 축산물 유통법 제정 필요성이 대두됐고, 2022년 12월 신설된 축산유통팀에선 이 법률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어떤 내용 담기나=정부 입법으로 추진 중인 축산물 유통법(안)은 기본적으로 품질관리 등 축산법에 있는 유통 관련 조문을 이관하고, 축산물 유통을 종합적으로 관리, 지원할 수 있는 신규 조문을 추가했다.  

신규로는 우선 ‘축산물 유통 발전 기본계획·시행계획 수립 의무화’가 담겼다. 정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매년 축산물 유통 발전 시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관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할 수 있다. 

‘축산물 유통 기반 조성’도 추진된다. 축산물 유통 정보를 수집, 관리해 제공하기 위한 종합정보시스템과 정보관리시스템, 전자거래시스템 등 유통 정보화사업을 시행하고, 축산물 유통 정보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정부 입법안대로 되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한국축산유통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 추진 사업도 확대돼 축산물 유통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아우르게 된다. 또한 축산물 유통 관련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역량 강화, 취·창업 촉진 교육 훈련 등의 내용도 축산물 유통 기반 조성을 위해 진행하게 된다.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지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축산물 유통체계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구조 개선 사업이 시행되며, 축산물 거래가격 대표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유통업자에게 거래가격을 보고하게 하고 이를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현재 진행 상황은=정부 입법으로 추진한 축산물 유통법은 축산물 유통 관련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법률안에 반영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축산물 유통법 통과에 온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회기가 지나면 자동 폐기되지만 정부 입법은 다시 정부 입법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다수의 다른 법들과 달리 지원 성격을 띠는 축산물 유통법은 이해관계자들이 특별히 이견을 보이지도 않고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어 22대 국회 개원 후 국회를 통과, 제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3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축산유통 디지털 플랫폼을 주제로 한 축산물 경매 참여 이벤트. 현장 모습 
지난해 11월 열린 2023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축산유통 디지털 플랫폼을 주제로 한 축산물 경매 참여 이벤트 현장 모습.

#온라인 거래 활성화

온라인 화상 경매 품목 확대로
유통 과정 축소·탐색 비용 절감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을 위한 온라인 거래 활성화도 축산유통팀이 주력하는 사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되기 위해선 유통과정 축소나 탐색 비용 절감 등이 요구된다. 이에 제격인 유통이 온라인 거래라는 게 축산유통팀의 설명으로 이를 위해 본격적인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7개 공판장과 도매시장에 온라인 화상 경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화상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 등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참여가 용이하도록 이용자 교육 등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엔 소 부분육에 대한 화상 및 온라인 경매가 이뤄지도록 시스템과 장비를 구축, 지난달부터 도매시장 1개소에서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온라인 도매시장엔 계란과 돼지고기가 거래 품목으로 포함됐고, 앞으로 계란공판장 등 축산물공판장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축산유통팀은 향후 돼지 지육 중심의 온라인 화상 경매를 부분육으로 확대하고 특정한 시점에 거래될 수 있도록 선도거래 시스템도 도입, 축산물 유통의 신시장 창출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외 주력 사업은 

벌꿀 등급제 본사업으로 추진
돼지고기 등급제 기준 개편도

벌꿀등급제가 표시된 꿀 제품.
벌꿀등급제가 표시된 꿀 제품.

축산유통팀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벌꿀 등급제를 지난 1년간의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다. 벌꿀 등급제가 2014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왔지만 정부와 양봉협회로 등급제가 이원화돼 있어 혼선이 빚어졌다. 이에 지난 1년간 관계 기관·단체 간 합의를 도출해 일원화된 본사업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본격 개시했다. 식품 규격이나 잔류농약 등의 규격 검사도 진행, 안전한 꿀이라는 걸 보증할 수 있다고 축산유통팀은 강조한다. 

올해엔 돼지고기 품질관리 제도 정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동안의 돼지고기 등급제는 규격화 촉진에 기여하긴 했으나 농가의 품질 고급화·차별화 노력을 저해하는 한계가 있었고, 소매 단계에선 자율적으로 등급표기가 가능하지만 가공·소포장 단계에선 과지방 제거 등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 돼지고기 품목 특성상 소비자 구매 지표로서의 실효성이 낮아 소매 단계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이에 축산유통팀은 등급제를 도매 단계인 축산농가와 식육포장처리업체 간 거래 규격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편한다. 소비자들에겐 돼지고기 제품의 품질 정보 제공을 위해 가공·판매 단계 인증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생산단계에선 돼지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유인할 수 있도록 특성화 농가에 한해 품질 고급화와 가격 차별화를 지원할 수 있는 브랜드 인증제 도입을 살펴본다. 즉, 도매 단계 거래 규격으로서 등급제를 정비하는 한편, 생산단계 브랜드 인증제를 통해 품질 고급화·차별화를 유인하고, 가공·판매 단계 인증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과지방 여부 등 품질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고품질 돼지고기를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인터뷰] 서정호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유통팀 과장

“농가-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유통효율화에 방점”

농가들은 더 높은 가격 받고
소비자 저렴하게 구매 희망
모두 만족할 가격 형성 중요
멀리 내다보며 유통정책 펼 것

“농가들은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길,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하길 원합니다. 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할 만한 가격이 형성되기 위해선 유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어떻게 유통을 효율화할 것인지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축산유통팀 초대 팀장인 서정호 과장은 유통 효율화를 위한 주력 정책이 축산물 유통법 제정과 온라인 거래 활성화라고 밝힌다. 

서 과장은 “팀 신설과 맞물려 유통 효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으로 두 개를 나눠 진행했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축산물 유통법률안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바로 입법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축산물 유통법이 제정되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도 조속히 발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와 관련해서 그는 “유통 효율화를 위해 온라인 거래는 반드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고,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며 온라인 거래 정착을 유도했다”며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 중도매인 등이 탐색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물류비도 줄일 수 있어 적당한 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앞으로 몇 군데를 하겠다는 목표보단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온라인 거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축산물 유통법 제정과 온라인 거래 활성화 외에 지난해 시범사업으로만 머물렀던 꿀벌 등급제의 본 사업화, 올해 돼지고기 품질관리 제도 정비 주력 등을 소개한 서정호 과장은 축산물 유통의 베이스가 될 수급 관리의 중요성과 관련 계획도 알렸다. 

서 과장은 “축산유통팀 업무 분장 중에 수급관리 총괄이 있다. 축종별 수급 전망이나 대책은 축종 담당에서 하지만 우리 팀에선 이것들을 아우르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까지의 수급은 ‘작년이나 평년보다 얼마나 공급량이 늘었으니 가격은 떨어질 것 같다’는 식의 공급을 중심으로 수급을 전망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수급의 한 축은 수요가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에 수요는 ‘코로나19로 외국을 안 나가니 수요가 늘겠다’는 식의 정성적으로만 판단했는데 이젠 수요 데이터들을 계속 넣어가면서 보정을 하며 ‘수요함수’를 만들려고 한다”며 “현재 지속해서 운영을 해나가면서 보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유통팀 초대 과장 이전에도 축산유통계를 맡고 사료업무도 담당하는 등 축산부서와의 인연이 긴 서 과장은 “근시안적인 시각보다 멀리 내다보며 축산 유통 정책을 펴나가겠다. 축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축산 유통 정책을 펼치겠다. 근본적으로 양질의 국내산 축산물이 생산부터 식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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