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현재 그리고 미래
① 걸어온 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농업인이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농촌 인구의 감소와 폐농 등으로 우리 농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산지와 소비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농식품법인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농식품법인들은 농업인들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하거나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고 식품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농식품법인들을 조직화하고 전문화해 성공적인 경영체로 육성·발전하도록 힘쓰고 있는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현안 과제와 미래상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2006년 농업CEO연합회로 첫발
138개 회원사·조합원 3411명
8000여개 농가와 계약 재배 등
연간 매출액 1조760여억 달해

농식품법인들의 ‘구심점’ 
역량 강화 교육·전문화 등 앞장
‘공정거래사무국’ 설치 운영도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는 전국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농식품법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협회는 농식품법인들을 조직·규모화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전문화를 통해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족했다. 2006년 3월 한국농업CEO연합회로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2년에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로 재출범했다. 2022년 기준 138개의 농식품법인(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138개 회원사에 속한 직원 2868명에 조합원만 3411명에 달한다. 회원사들은 8000여 농가와 계약을 통해 산지와 소비지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매출은 1조760여억원 규모나 된다.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는 제1대 회장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으로 시작해 제2대 이원규 회장, 제3~6대 강용 회장, 제7~8대 유송식 회장 등 여러 회장을 거치며 농식품법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왔다.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가 지금까지 펼쳐온 주요 활동은 크게 △정부 사업 지원 △공동 마케팅 △공정거래 사무 △교육·연수 △제도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정부 사업 지원의 경우 물류기기 공동 이용 지원 사업 대행과 산지 유통 활성화 사업 지원, 직매장 확대 및 직거래 사업을 통해 농식품법인들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규모가 영세한 농식품법인들이 개별적으로 하기 힘든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는 농식품 공정거래 모니터링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연합회 내에 공정거래사무국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사업을 위탁받아 활동하고 있다. 또 회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농산물 유통계열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협회 설립 이후 정부에 정책 제안을 통해 농업분야에 특례규정을 적용한 ‘노동관계법’ 변경과 작물재배로 발생하는 농업소득세 폐지, 전통주 전자상거래 판매 허용, 피해보전직불제 발동요건 상향, 농업법인의 법인세 및 지방세 등 세제 감면·면제 축소 대응, 농업법인 산지유통센터에서의 외국인 근로자 특례고용(H-2) 허가, 영농조합법인의 유한책임화 등 농식품법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 시행을 유도했다. 
 


#인터뷰/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
“영세 농식품법인 위한 온라인 유통 대응 시스템 만들 것”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통시장
공동 대응으로 어려움 최소화

빅데이터 활용 농촌 인력 중개
농업·농촌 소멸화 멈출 수 있어
정부에 끊임없이 제언할 터

“바다의 정어리들은 떼를 이뤄 이동합니다. 떼를 이뤄 이동하면 덩치가 커 보이기 때문에 고래나 큰 물고기 등 여러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수 있거든요. 농식품법인들도 조직화를 통한 규모화를 이뤄내 농촌 소멸과 자유 무역 확대 등의 위협에 맞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제9대)은 지난 2021년 협회로 복귀했다. 2012년 3대 회장을 시작으로 6대까지 회장 임기를 마치고 4년간 농업·농촌 현장으로 돌아가 본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하며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이는 곧 농식품법인들의 재정 악화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농식품법인연합회의 조직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미 7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협회 복귀를 권유했을 때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산재해 있는 농식품법인 관련 현안을 급하게 진화하기 위해 복귀를 결심했다는 게 강용 회장의 설명이다. 

강 회장이 농식품법인 관련 가장 큰 현안으로 꼽는 건 ‘유통 형태의 변화’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유통의 형태가 오프라인 시장 중심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급격하게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신세계 SSG 등 다양한 농식품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와 반대로 전국 산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영세한 규모의 농식품법인들은 유통 형태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고, 농식품법인연합회에서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농식품법인 6개 업체가 공동으로 출자해 경기도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법인들은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서울 안에 있는 소규모 야채 및 과일 가게에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해당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온라인으로도 확장해 새로운 온라인 공동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강용 회장은 “과거에도 가락시장과 도매시장에서 대형 유통업체로,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의 형태가 변할 때마다 규모가 영세한 농식품법인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협회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통 형태에 공동의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통 시장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인력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사안으로 꼽았다. 농촌에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까지 막혀 전국 산지에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나서서 인력을 중개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강 회장의 주장이다. 따라서 강 회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인력 중개시스템을 정부차원에서 개발 및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 회장이 말하는 농업 인력 중개시스템에는 노동자의 경험과 경력을 빅데이터화 해서 농가들에게 제공하면, 농가들은 농작업 2~3주 전 간편하게 인력 요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는 “단순히 노동을 하는 개념이 아닌, 노동자가 어떤 작물 재배나 수확에 경험이나 경력이 있는지 파악하면 농작업의 효율 극대화를 이뤄낼 수 있고 농가는 재배하는 작물에 알맞은 인력을 편하게 구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인력 중개시스템을 구축하면 농업 서비스업이라는 새로운 일자리 형태를 만들 수 있고, 결국 농업·농촌 소멸화를 멈출 수 있다. 농식품법인연합회에서 정부에 끊임없이 시스템 구축 마련을 위한 제언에 나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용 회장은 농식품법인들에게 유통 환경 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 시스템이나 농업 인력 중개시스템 구축 등을 현실화하려면 협회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농업·농촌의 여건과 경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농식품법인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만 늘어나는 상황이다”며 “농식품법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영하기 위해선 농식품법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뭉쳐서 사안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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