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FTA와 탄소중립시대 : 농업대응 전략은
<제2부> ‘탄소중립’이 경쟁력이다
⑤에너지자립마을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이종석 산림바이오매스센터 위원장이 마을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있는 모습. 어르신들은 노인정에도 중앙난방 배관이 연결돼, 한 겨울에도 물이 얼 걱정이 없다며 만족해했다. 
이종석 산림바이오매스센터 위원장이 마을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있는 모습. 어르신들은 노인정에도 중앙난방 배관이 연결돼, 한 겨울에도 물이 얼 걱정이 없다며 만족해했다. 

2011년 ‘산림탄소순환마을’ 선정 
집집마다 연결 배관 4.1km 깔고
보일러 운영·검침 등 주민 참여

연간 약 500톤의 목재칩 사용
기름 대비 난방비 40% 절감 
최근 기름값 올라, 만족도 높아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에너지 자립마을’이 늘어나고 있고,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업·농촌 RE100(Renewable Energy 100) 실증지원’을 시작하고,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발생을 줄이고,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자립 모델 구축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목재칩을 이용한 중앙난방, 느릅마을

벌채한 바이오매스로 만든 목재칩.
벌채한 바이오매스로 만든 목재칩.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위치한 느릅마을은 산림바이오매스(산림에서 생산된 목질 임산물)를 이용해 8년째 중앙난방을 해오고 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 겨울에도 뜨거운 물이 잘 나오고, 기름보일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마을 주민들 상당수가 만족해하고 있다. 중앙난방을 실시하고 있는 마을 노인정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만난 정덕희(83) 씨는 “그동안 불을 한 번도 안 꺼뜨렸다. 중앙난방을 하면서 추운 겨울에도 물이 얼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서 “11월부터 날이 추워지면 많이 사용하는데 난방비가 기름보일러의 절반도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느릅마을은 2011년 산림청의 ‘산림탄소순환마을’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중앙난방을 시작했다. 보일러를 비롯한 기계설비 등을 갖춘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구축했고, 약 75도의 온수를 집집마다 연결하는 배관(4.1km)을 깔았다. 보일러 원료인 목재칩은 연간 약 500톤이 사용되는데, 인근 산에서 벌채한 목재 등 바이오매스를 파쇄해 만든다.

마을주민이자 산림바이오매스센터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석(55) 씨는 “사업예산에 맞춰 70여 가구에 배관을 연결했고, 현재 50여 가구가 중앙난방을 이용하고 있다”며 “당시 이중창 등 에너지단열사업을 함께 진행했고, 노후 주택 20가구는 목조주택으로 신축하면서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종석 위원장이 보일러 불을 확인하고 있다. 
이종석 위원장이 보일러 불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름값이 많이 올라 주민 만족도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종석 위원장은 “목재칩 등 원료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키로와트(Kwh)당 가격이 130원에서 65원까지 낮아졌다”면서 “지금 보일러 등유 한드럼(200리터)에 20만원이 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최소 40%는 난방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느릅마을은 목재수확부터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통한 보일러 운영, 검침까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등 완전한 에너지자립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목재칩을 이용한 중앙난방을 꾸준히 이어오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석 위원장은 “초창기에는 목재펠릿을 사용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경제성이 맞지 않았다. 다행히 목재펠릿과 목재칩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겸용 보일러를 설치해 목재칩 사용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여름철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아끼는 습관이 있다보니 요금이 너무 안 나와서 문제다. 여전히 경제성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원료수급 등 산림과학원의 도움으로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험한 산에선 산림과학원의 임업기계를 사용한다. 
경사가 가파르고 험한 산에선 산림과학원의 임업기계를 사용한다. 

느릅마을은 에너지자립마을의 초기 사례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느릅마을을 통해 경제성 분석이 이뤄지는 등 적정 마을규모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열병합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함께 생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자립마을 지원사업이 새롭게 도입됐다.

김점복 산림청 목재산업과 사무관은 “느릅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중앙난방을 운영하면서 경제성 분석도 이뤄지고, 난방열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열병합을 통해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느릅마을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경제성을 보완하는 등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종석 위원장은 “중앙난방을 지속하기 위해선 경제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에 대해 탄소배출권거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근 산림청에서 전기에너지를 함께 생산하는 시설을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 마을의 경우 전기 생산 시설만 추가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지원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 오재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임업연구관 
“느릅마을 사례 바탕 최적의 에너지자립 모델 연구”

목재칩 재 ‘바이오차’ 활용 등
농산촌 순환모델 고민 필요

느릅마을의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가구 수가 적다보니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를 활용하면 일부 경제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느릅마을의 사례를 바탕으로 최적의 에너지자립 모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 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느릅마을은 목재칩을 활용해 난방열만 생산했다면,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은 열병합 발전으로 전기를 함께 생산하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재칩이 타고 남은 재는 ‘바이오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산촌의 순환모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열분해로 만든 탄소함량이 높은 고형물로 탄소격리, 온실가스 저감, 토양개량 등의 효과가 있다.

산은 그냥 두는 것이 아니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병해충과 산불 등 재해가 발생한다. 산림경영을 통해 친환경적인 순환고리를 만들어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도와 임업기계화 등에 대한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공간계획과 RE100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을 의미한다.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주거·농업용 전력 사용량을 진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농식품부가 추진해온 가축분뇨의 에너지화 사업은 주민 반대가 심해 속도가 나지 않았다면, 내년부터 새롭게 추진되는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은 컨설팅을 통해 태양광 등 마을 여건에 맞는 재생에너지시설을 지원하고,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이용시설(경로당, 마을회관 등) 등의 리모델링을 함께 지원한다는 점에서 호응이 예상된다.

특히 농촌지역의 주거환경 정비 등 농촌공간계획의 한 축으로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연계한 RE100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송재원 농식품부 농촌재생에너지팀 과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은 마을에서 소비되는 난방 연료 등을 분석해 어떤 방식으로 RE100을 달성해야 하는지 검증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처의 에너지자립마을 사업과 차별화 된다”면서 “농업·농촌도 탄소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는 에너지자립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RE100을 농촌공간계획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