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FTA 탄소중립시대 : 농업 대응전략은
<제2부> ‘탄소중립’이 경쟁력이다
⑥‘슬기로운 탄소생활’ 실천 현장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강재남 기자] 

메가FTA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는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농업 전반에 대한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가공·소비 전 분야에서 탄소중립 실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실천해 나가야 할 탄소저감 방안으로, 농산물 유통 단계 축소와 음식물 폐기량 최소화, 농산물 포장재 사용 제한과 재활용 등이 강조되고 있다.  

 농식품 공급망과 탄소배출 

농식품 가공·포장·운송·소비…
공급망서 발생 온실가스 ‘문제’
프랑스, 플라스틱 포장 축소 등
탄소배출 감축 움직임 일어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식품 가공과 포장, 운송, 소비, 폐기물 처리 등 농식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가 농업 생산 활동이나 토지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보다 중요해지는 추세다. 

보고서는 2019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1%인 170억톤이 전 세계 농식품 시스템에서 발생했고, 이중 농장 내 활동이 72억톤(13%), 농업 생산활동 전후 과정이 58억톤(11%),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발생이 35억톤(7%)으로 추산했다. 아직은 작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농업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크지만, 농업 생산 활동 전후 과정, 즉 농식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게 이번 FAO 보고서의 분석.

이와 관련 FAO는 농식품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선진국의 경우 전체 농식품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양의 절반을 넘었고, 개발도상국의 점유율은 지난 3년 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비엘로(Tubiello) FAO 선임 통계학자는 “우리의 분석으로 강조되는 가장 중요한 추세는 식량 공급망을 따라 생산 전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관련 배출량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농업 생산활동 중심으로 바라보던 농식품 분야 탄소배출 문제를 유통망까지 확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농식품 공급망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1월부터 호박, 가지, 사과 등 채소와 과일 30개 품목을 플라스틱 포장 없이 판매하도록 했다. 또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포장 사용 금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 

프랑스 환경부에 따르면 프랑스 내에서 유통되는 과일과 채소 중 37%가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연간 10억개 이상의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탄소 다이어트’ 실천 움직임 

진주텃밭협동조합 로컬푸드 직매장.
진주텃밭협동조합 로컬푸드 직매장.

9월 문 연 ‘진주텃밭협동조합’
경남 유일 ‘제로웨이스트’ 운영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도
유통 과정 폐비닐 줄이기 실천

쓰레기를 줄이려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운동과 함께 국내에서도 ‘탄소 다이어트’ 실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월 경남 진주시 평거동에 문을 연 진주텃밭협동조합 로컬푸드 직매장 3호점(진양호점). ‘경남 유일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표방한 이곳은 직매장을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포장·생활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진주텃밭에서 활동하는 전은미 씨는 “직매장 1·2호점에서 재사용·재활용 실천 운동을 해오며 매장 내 비닐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아이스팩을 재사용하면서 지금은 배송이나 택배용 아이스팩을 전혀 구매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개장한 3호점에선 녹차나 꽃차와 같은 차류를 포장재 없이 벌크로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불편하다는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다 보니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라는 것을 많이 인지하는 것 같다”며 “특히 2층에 있는 우리밀 빵 카페는 탄소중립의 가장 큰 포인트다. 생산자들이 올해 밀 파종도 완료해 내년엔 진주에서 생산된 밀로 빵을 만들어 탄소발자국을 한 발 더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차량 배송 시 제품 고정용 비닐 사용(좌측 사진)을 줄이기 위해 계속 사용이 가능한 재활용 그물 포장재(우측 사진)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경기도청
경기도는 차량 배송 시 제품 고정용 비닐 사용(좌측 사진)을 줄이기 위해 계속 사용이 가능한 재활용 그물 포장재(우측 사진)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경기도청

공공급식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움직임이 나타난다. 경기도는 지난 9월 친환경학교급식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줄여 연간 3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친환경학교급식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비닐 발생량은 연간 약 51톤으로, 농산물 포장용에 약 35톤, 차량 배송 시 제품 고정용으로 약 16톤의 폐비닐이 발생한다. 이에 포장용 속비닐을 생분해성으로 대체하거나 크기에 맞춰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방식 등으로 폐비닐 발생을 최소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구상이다. 

안동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은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사람에게도 친환경적이고, 자연에도 친환경적인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이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환경오염 방지와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기업들 

이마트는 채소·과일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 팩을 '재생 플라스틱 용기'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채소·과일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 팩을 '재생 플라스틱 용기'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이마트

‘ESG 경영’ 앞세운 기업들도
재생 PET 확대·올 페이퍼 운동

일반기업들도 앞다퉈 탄소중립 실천 공약을 내걸고 있다. 특히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머리글자를 딴 ‘ESG 경영’이 기업활동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환경친화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 

대형유통업체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플라스틱 팩에 담긴 과일과 채소 상품 포장을 ‘재생 플라스틱 용기’로 바꾸고 있다. 기존 상품 플라스틱 팩의 경우 100% 신규 PET 원료를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재생 PET 원료 사용을 점차적으로 높이거나, 재생 원료를 사용한 플라스틱 팩 사용을 늘려나가겠다는 것.

이마트는 재생 플라스틱 용기 전환을 통해 연간 10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가 판매하는 과일·채소의 연간 플라스틱 팩 사용량은 약 2101톤으로, 이중 1099톤을 재생 PET 원료로 전환해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지난 6월 열린 ‘제11회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곽경선 마켓컬리 매니저는 유통에서의 친환경 포장 사례를 발표하며 “마켓컬리는 ‘올 페이퍼(All Paper) 챌린지’를 시행, 플라스틱 포장지를 국내에서 90% 이상 재활용되는 종이 포장지로 바꿨다. 또한 지난달부터 시행한 재사용 포장재를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국내 식품 포장 역시 지속가능한 포장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식품 유통 과정 전반에서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우리나라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유통 분야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 저감·제로웨이스트 앞장 제주 ‘올바른 농민상회’ 
“유통 쓰레기 없는 것이 농업·지구환경에 이상적”

문희선 올바른 농민상회 대표가 올바른 농민상회 운영 방식을 설명하며, 농산물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제로웨이스트 등 탄소 배출 저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희선 올바른 농민상회 대표가 올바른 농민상회 운영 방식을 설명하며, 농산물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제로웨이스트 등 탄소 배출 저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별도의 용기 준비
원하는 만큼 농산물 가져가

“먹고 살아가는 문제를 얘기하면서, 먹기 위해 쓰레기를 만드는 건 논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는 유통 과정에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포장 없이, 남는 음식 없이 소비할 수 있다면 농업에도,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로컬푸드 활성화, 포장재 사용 제한 등을 실천하고 있는 ‘올바른 농민상회’ 문희선 대표의 말이다. 

운영 주체인 올바른농부영농조합은 친환경농가와 청년농가 조합원 30명, 연구회원 4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직거래 중심의 다품종 소량 생산 농가들을 주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농업과 지구환경을 위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참여, 비닐 등 포장재 사용을 제한해 소비자가 장바구니 또는 별도의 용기를 가지고 와 원하는 만큼 농산물 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올바른 농민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 '올바른 농민상회'에 설치된 곡물 디스펜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곡물을 구매할 수 있고, 포장 쓰레기도 발생하지 않는다.
제주 '올바른 농민상회'에 설치된 곡물 디스펜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곡물을 구매할 수 있고, 포장 쓰레기도 발생하지 않는다.

문희선 대표는 “올바른 농민상회는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 단계를 농가와 소비자 한 단계로 최소화하는 등 직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제주산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핸드메이드 제품 모두 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아직 이곳을 찾는 소비자가 많지는 않지만, 마트에 없는 농산물이나 소량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찾는다”며 “탄소배출 저감과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매장에선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장바구니를 가지고 오거나, 반찬통이나 용기를 들고 와 소량으로 농산물을 사 가기 때문에 가격도 부담되지 않고, 버려지는 농산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닐 봉투를 달라고 하면 재사용 종이봉투를 제공하고 있다. 재사용 봉투는 주변에서 종이봉투를 모아 활용하는데, 봉투 재사용으로 포장재 등이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농민상회에선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 역시 벌크 형태로 가져와 진열한 뒤 2~3일에 한 번씩 자신이 납품한 농산물의 품질과 신선도 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납품 농가들은 그때그때 마다 진열된 농산물을 관리하며 판매량을 확인하고, 해당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 등을 피드백 받고 있으며, 가격도 소비 정도에 따라 농가가 직접 결정 한다.

문 대표는 “농산물 가공품도 유리병을 용기로 쓴 가공품이 많다”며 “소비자들이 유리병을 다시 가져오면 1000원을 돌려주는 등 가공 용기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는 우리에게도 건강해야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한 방안이 유통단계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포장 없이, 남는 음식 없이 소비한다면 농업과 지구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고, 가능한 한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아가 폐기되는 농산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관태·강재남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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