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FTA와 탄소중립시대 : 농업대응 전략은
<제1부> 새로운 무역질서가 다가온다
②2050 탄소중립과 새로운 무역질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북극의 폭염과 미 텍사스주 한파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의 습격까지
전 세계 예측불가 기후재난 직면
기상이변 원인은 지구온난화지만
지구 온난화 초래 범인은 ‘인간’
기온상승 1.5℃ 이하로 억제해야
EU·미국 등 ‘탄소국경세’ 도입
RE100 캠페인·ESG 경영 등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 예고
“아무도 섬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우리 모두에게(Nobody is an island. We are interconnected. Our actions have consequences −for all of us).” 유엔대학교 환경 및 인간안보 연구소(UNU-EHS)가 지난 9월 8일 발표한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0/2021’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재난은 연결돼 있다
지난 2년간 전 지구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 보고서는 2020~2021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10건의 기록적인 재난들도,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북극의 폭염과 텍사스주의 한파가 대표적이다. 202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지구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1.2℃ 가량 높아졌다. 북극의 온난화는 더 심각해 시베리아 영구동토 지역은 무려 온도가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보고서는 북극 상공에서 회전하는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기온 상승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북아메리카 쪽으로 남하, 지난 2월 중순 미국 텍사스주에 이례적인 한파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익숙했던 텍사스의 전력망은 갑작스런 폭설과 한파에 무너졌고, 대규모 정전사태로 400만 명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2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재난은 종종 동시에 발생하고 서로 복합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인구의 거의 50%가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경지역의 사이클론 대피소에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봉쇄조치 때문에 고국에 돌아온 이들이 수용돼 있었다.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이 이 지역을 강타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등을 우려한 주민들은 격리자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를 기피했고, 이로 인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30억 달러 이상의 피해, 49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자연재해가 감염병과 결합하면서 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재난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 개인들의 행동과도 연결되어 있다. 보고서는 5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한 산불의 원인을 전 지구적으로 늘고 있는 ‘육식’ 소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축사료로 쓰일 대규모 콩을 재배하기 위해 농경지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숲을 태우기 시작하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는 세계적인 재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애초에 왜 일어났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할 위험의 빈도와 심각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앙을 부르는 ‘지구 온난화’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이유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된 지는 오래되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문명이 온실가스를 내뿜으면서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national Pan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된 UN 산하 국제기구다. IPCC는 5~7년마다 글로벌 기후위기에 관한 가장 신뢰받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1990년 ‘지구의 기후변화’를 규명한 제1차 보고서가 나온 이후 세계 각국은 2년 뒤인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한다. 협약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는 당사국총회(COP : Conference of the parties)로 당사국들은 1995년부터 매년 말 당사국총회를 열어 협약의 이행방법 등 주요 사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1995년 나온 제2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자연적 요인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것임을 밝혔고, 이 보고서는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설정과 준수를 강제하는 ‘교토의정서’ 출범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2001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고, 캐나다·러시아·일본·뉴질랜드 등이 잇따라 탈퇴하거나 기간연장에 불참하면서 흐지부지됐다.
3차(2001) 보고서와 4차(2007) 보고서가 나온 이후 IPCC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지구 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해 온 공로로 2008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14년 발간된 제5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범인은 인간(신뢰 수준 95%)’이라는 점을 보다 확실히 한다. 그리고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파리기후변화협정’이 탄생했다. 파리협정에서 당사국들은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폭을 2℃ 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되,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종전의 교통의정서가 주로 선진국의 의무를 정한 것이었다면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에게 국가별 감축목표(NDC)를 세우게 했다.
IPCC가 2018년에 발간한 <1.5℃ 특별보고서>는 기후 파국을 막으려면 지구 상승온도를 1.5℃로 제한해야 하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지난 8월9일 발표된 제6차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다. 특별보고서에서 2052년으로 예측한 1.5℃ 기온상승 도달 시점이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이미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 높아졌고, 해수면 상승과 그린란드의 얼음 유실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지구온도가 상승할수록 폭염이나 가뭄, 폭우, 홍수 등 전례 없는 극단의 날씨가 더욱 더 잦아지고 심해질 것이다. 이번 6차 보고서는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의 재앙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2050 탄소중립과 새 무역질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닌 당면한 과제가 됐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티핑포인트가 오기 전에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란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이 시기가 지나면 회복 불가능한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나선 것도 그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20여개 국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2030년까지 1조 유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유럽 그린딜’을 내놨고, 지난 7월엔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다.
‘Fit for 55’는 2030년까지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정책으로 2035년부터 EU내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선박연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 규제가 약하고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의 수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로 우선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가 적용대상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취임하자마자 지구 온난화를 시급한 주제로 삼고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협약에 복귀했다. 청정·재생에너지 산업에 대대적인 정부 재정 투자를 약속하면서 4년간 2조 달러를 투입,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탄소 국경조정세(Carbon Border Adjustment Taxes) 도입 의지도 공식화했다.
인류는 지금 산업화 이래 땅 속과 바다 밑에서 수억년 동안 잠자고 있던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꺼내 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음 속에 '탄소중립'을 향한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새로운 무역장벽 예고 ‘RE100’과 ESG
재생에너지로 사용전력 100% 충당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나 단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BMW, 소니 같은 전 세계 300여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보호운동으로, 이들은 전 세계 거래 상대방에게 RE100 목표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요건에 맞지 않으면 해당업체를 바꿀 정도로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RE100이 ‘보이지 않는 탄소관세’로 인식되는 이유다.
세계적 기업 ‘지속가능 경영’ 주목
ESG도 국제 무역질서에서 글로벌 기업 경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가치가 기업경영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불법 벌목이나 살충제 방출, 수질·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이나, 강제·착취적 노동이나 여성·소수인종에 대한 차별 등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은 더 이상 새로운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제작지원 : 2021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