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해 9월 한산대첩 광장에서 열린 ‘통영해상풍력단지 건설 결사반대 집회’ 장면. 올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어업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반대집회는 주춤해 졌지만 일선수협과 어업인들로 구성된 해상풍력대책위원회는 방식을 바꿔 반대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수산업계가 국회에 ‘이것만은 꼭 풀어 달라’고 요구한 사안들이 있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서부터 불합리·불평등한 사안을 해소해 달라는 요구까지 사안들도 다양하다. 특히 21대 상반기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의 지역구가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수산업계의 기대감도 커 보인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맞아 3차례에 걸쳐 수산업계가 요구하는 개선사안을 살펴본다.  


해상풍력 밀어붙이기


이해당사자 의견 반영은 외면
지자체·발전사업자 좌지우지
30만여명 반대서명 참여 불구
실제 현장서는 달라지지 않아


오는 2030년까지 총 12GW의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지만 해상풍력시설 설치 문제는 어업인들이 생존권을 걸고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요 어장과 해상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설 장소가 중첩되면서 어업인들에게는 해상풍력시설 설치 자체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해당 지자체와 발전사업자들이 실제 이해당사자인 어업인들의 의견반영은 소홀히 한 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문재인 정부 들어 3년여 만에 해상풍력설치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산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관련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반대는 여전하다. 대책은 나왔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은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발전사업허가 전 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집적지역에 대해서는 정부주도로 적합부지를 발굴한다는 것. 이를 위해 △풍황정보와 규제정보·어선활동정보·어획량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1단계 ‘입지정보도’를 구축하고 △입지정보도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고려구역’을 발표하는 한편 △고려구역에 풍황계측기와 환경모니터링 설비를 설치해 경제성과 환경성에 대한 기본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해상풍력 적합부지가 발굴되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수용성 확보를 통해 직접화단지로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특히 공공주도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민관협의회 구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어업인단체에서는 지난 9월, 해상풍력 반대서명운동에 들어갔다. 1차 9월 28일까지 마감된 해상풍력반대서명운동에는 30만명이 넘게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왜 반대서명에 나선 것일까?

수협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따르면 우선 적합부지 발굴이 이뤄져야 하고 또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적합부지 발굴이나 민관협의회 운영지침, 그리고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각 지자체가 민관협의회 구성을 앞 다퉈 진행하면서 어업인들이 대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7월 발표된 정부 대책에 따르면 해상풍력 고려지역은 관계부처 협의와 민간전문가위원회 구성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나 발표된다. 또 공공주도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운영 가이드라인도 올 11월에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민간협의회 운영지침은 물론 적합부지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태세라는 것.

해상풍력대책위원회도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해상풍력발전사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어업인을 배제한 채 지자체와 발전사업자들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7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주요 이유.

해상풍력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공공주도의 해상풍력사업의 경우 민관협의회 구성을 의무화 한 반면, 민간주도는 권고한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되다보니 민간발전사업자들은 협의회 구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공주도의 경우도 정부가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지침과 실제 어업구역과 해상풍력발전부지의 중첩성 등을 고려한 해상풍력 적합부지를 정하게 될 텐데 이게 나오기도 전에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어업인들은 대책 이전과 같이 ‘밀어붙이기식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안전조업에 필수지만 어업인 직접 해결 어려워

노후 어선 현대화 지원


어선 절반 16년 이상 됐는데도
관련 예산 태부족, 지원 안돼
가뜩이나 소득 주는 어민들
스스로 어선 신조 사실상 불가

 

어선노후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주요 사안 중 하나. 특히 안전조업과 경제성 향상을 위해서는 필수 사안이지만 사실상 어업인들이 노후어선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만큼의 어업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만희 국민의힘(영천·청도)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데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총 6만5835척의 어선 중 건조된 지 16년 이상 된 어선이 48%인 3만1796척에 이른다.

특히 21년 이상 선령인 경우도 1만7771척으로 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만7785척의 연안어선 중 21년 이상 어선 수는 9798척으로 26%가량이며, 근해어선의 경우 총 2677척 중 21년 이상 선령의 어선이 998척으로 37%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의 경우 21년 이상 어선의 비율은 연안어선이 6.6%, 근해어선이 21%가량. 10년 사이 급속하게 어선 노령화가 진행된 상황이다.

하지만 어업인들 스스로 어선을 신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조업이 가능한 어장이 큰 폭으로 감소한데다 경영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 한·일간 어업협정이 불발되면서 1990년대 초 약 86만㎢였던 조업어장은 2016년 69만㎢로 21%가량 감소했고 어획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혁신방안’을 연구 중인 김도훈 부경대학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 수준에서 연안어선 26%와 근해어선 20~40%를 감척한 후 남은 잔존어선을 현대화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3조3773억원 가량. 여기에 더해 어선감척과 잔존어선 스마트화 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에는 4조3533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액은 3조9572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어선현대화와 관련된 사업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어선을 신조하는데 적용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정부의 이차보전이 이뤄지는 정책사업과 어업인이 개별적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일반건조방식이다.

정책사업은 선령이 15년 이상인 선단중심의 어선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90% 융자와 자부담 등을 포함해 수년째 총 사업비는 177억7800만원. 이 사업에 정부가 들이는 돈은 이차보전금액 8억330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받을 수 없는 어업인들은 일반건조방식으로 신조를 해야 하는데, 대출에서부터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선 건조가 완료된 후 등기를 마쳐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신조 어선임에도 불구하고 담보인정률이 70%에 불과한데다 개인 15억원·법인 20억원으로 대출한도도 정해져 있다. 사실상 자체자금 없이는 신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김도훈 교수는 “해운분야의 경우 선박건조 계약금인 20%정도만 있으면 신조를 위한 대출이 가능한데 어선의 경우 건조 후 등기를 완료한 후에나 대출이 가능하다”며 “현재의 수익으로 어업인들이 어선을 신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에서 노후어선을 들여와 고쳐서 써 왔는데 이마져도 일본에서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 2년간 정부가 해운재건에 나섰다면 앞으로 2년은 수산재건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지금처럼 해서는 현재 수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어선 현대화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일이며 과감한 감척과 함께 어선현대화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 귀속 아닌 수산분야기금 조성…어민 지원에 써야


불법조업 담보금 활용

 

이처럼 수산분야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또 하나는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 어업을 하다 적발된 외국인이 납부한 벌금이나 담보금의 사용처다. 현재는 불법어업에 따라 납부된 벌금이나 담보금이 국고로 귀속되는데 이를 수산분야 기금으로 조성해 직접 피해를 입은 어업인들을 위해 쓰도록 해달라는 것.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홍문표 국민의힘(홍성·예산)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 되기도 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어업인 피해는 심각하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매년 8만척 수준의 불법조업이 만연한 상황이며, 특히 직접 피해지역 중 한 곳인 인천 서해 5도의 경우 어획량이 2011년 3만8326톤에서 2018년 2만4346톤으로, 2014년 33만4917톤의 어획량을 보였던 동해안 오징어는 2018년 8만7000여톤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그만큼 어업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불법 중국어선에 부과하는 담보금과 압수 어획물의 판매대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되고 있는 상황. 일반회계로 국고로 귀속되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홍문표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조업으로 중국어선 1037척(중국인 1만2694명)을 나포했으며, 837억원 담보금을 부과하고 징수된 담보금 643억원 전액이 국고로 귀속됐다. 한발 더 나가 수협중앙회가 파악한 2008년 이후 2019년까지 누적액은 1941억원에 달한다.

홍문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불법어업활동 피해어업인 지원기금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조항과 지원대상 등이,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기금에 대한 설치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국고로 귀속시킬 것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입은 어업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처사”라면서 “특히 우리 어민이 잡아야 할 것을 불법으로 잡아감으로서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른 불법과는 달리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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