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직불제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쌀 수급·소득안정대책 없이
변동직불제부터 폐지 ‘불안’
핵심내용 법률안에 안 담고
부령으로 넘긴 것도 문제


내년 공익형 직불제 시행을 목표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정부가 직불제 개편의 총론만 내놓고, 각론에 대한 구체적 협의 없이 지나치게 ‘속도전’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은 추곡수매 폐지 이후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온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도, 이에 따른 수급 및 소득안정대책은 확실하지 않아 쌀값 하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했다. 이에 앞서 박완주 의원은 2020년 3월 1일부터 ‘공익형 직불제’ 시행을 골자로 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을 9일 대표 발의했다. 사실상 당정이 공동 추진하는 법안 제출에 이어진 토론회다.

토론에 참석한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쌀 등 주요작물의 소득 경영안정장치가 미흡한 가운데 공익형 직불제가 ‘만병통치약’처럼 논의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공익형 직불제 시행이 국민의 삶의 질과 관계되는 토양·물·생태· 환경 개선 등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농업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나온 법의 완성도가 낮다는 점. 임정빈 교수는 “소농의 면적기준이라든가, 지급단가, 의무준수조건, 모니터링이나 성과관리 주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등이 법에 구체화되지 않고 대부분 부령(농식품부령)으로 넘어갔다”면서 “법안에 모든 걸 담을 수는 없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해당되는 기관들이 공청회 등을 통해 공감하고 이해를 높임으로써 많은 것들이 해소되는데 부령으로 넘어갔을 때 향후 갈등요소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부개정안 검토 결과를 발표한 이영근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법률안에 들어갈 내용이 시행령이나 부령에 들어갈 경우 정부의 독자적인, 전횡적인, 정파적인 의사결정에 좌지우지될 우려가 높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제도의 골간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 시행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은 법률안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행정부 소관 하의 부령이나 고시, 예규, 훈령 등으로 너무 많은 것이 내려가면 국회 통제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러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면서 “농업계가 합치된 목소리로 법안이나 시행령에 담겨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쌀 변동직불금 폐지에 따른 가격 및 수급안정 방안에 대해서도 “향후 세부방안 마련 시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밝힐 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아 청중석에서 "쌀값이 폭락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켰던 박완주 의원은 “농업인 준수의무와 관련한 성과지표 부분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모호성 있는 부령이나 하위법령으로 돼 있던 것을 부령이 아니라 본 법안에 올릴 수 있도록 ‘리스트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직불제 개편 기본방향이 올해 국회에서 처리되고, 내년 시행하는 목표 아래 지금 제기되는 쟁점들을 9월 말부터는 논의하려고 한다”며 “공익형직불제가 단순히 직불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아·고성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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