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박완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가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김흥진 기자

당정이 내년 3월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목표로 한 ‘농업소득의보전에관한법률’(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가 16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이 주최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토론회’ 명칭이 붙었지만,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 발의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달 들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2조2000억원 규모를 확정한 데 이어 곧바로 ‘여당발’ 전부개정안이 발의됐고, 여론 수렴 절차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공익형직불제(공익직불제)의 세부 내용에 대해 농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청중 토론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당정이 공익직불제 도입을 밝힌 농업소득법 일부개정안 발의 이후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이 소농직불기준, 면적기준단계, 지급단가 등을 농식품부령(부령)과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세부 내용을 충분히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장 농업인 시각에서는 공익직불제의 실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 이런 가운데 당정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전부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며 속도를 높이고 있어 답답함과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대 섞인 목소리보다 우려가 더 많이 드러났던 이유다. 쌀 변동직불금 폐지에 따른 쌀 가격 및 수급안정 방안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청중 질의가 집중됐다.

내년 예산안 2조2000억 확정
‘여당발’ 전부개정안도 발의
여론 수렴까지 추진 ‘속도전’

지급단가 등 하위법령에 위임 
세부 내용 파악에는 ‘한계’
현장 농업인들 우려 목소리 커

대상 선정·품목 간 형평성 등 
검토 필요한 세부 과제도 산적


●직불제 개편, 왜 필요한가=현행 직불제가 2005년 도입 이후 농가 소득안전망 기능, 논밭 간 제도적 형평성, 공익적 역할 보상 기반 등의 성과를 냈지만, 쌀 집중과 대농 편중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는 것이 정부와 연구기관의 입장이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발제에서 “직불제는 농가 소득안전망 기능, 논밭 간 제도적 형평성, 공익적 역할 보상 기반 등의 성과를 냈지만, 쌀 집중 현상을 비롯해 도입 당시 식량 생산이라는 공익적 역할이 현재 환경·안전성으로 옮겨가며 공익적 역할을 재정립 필요, 대규모 농가 중심의 형평성 개선, 예산 관련 부분 등의 문제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농업직불제의 대부분(2017년 기준 81%)이 쌀에 집중돼 지급됐으며, 상위 7%의 농업인이 직불금의 38%를 수령하는 등 대농 편중 등의 문제로 직불제는 타작목 농가와 소규모 농업인의 소득안전망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또한 변동직불금은 쌀 생산을 조건으로 지급돼 쌀 생산을 유발하고 수급불균형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직불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인중 식량정책국장은 “쌀 수급균형을 회복하고 균형된 작물 생산체계를 구축해 곡물자급률을 향상시키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확산시키는 것이 개편의 기본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직불제를 통폐합하는 것을 중심으로 논밭 직불 동일단가 지급, 소규모농가직불·면적직불, 농업인의 교차준수의무, 변동직불제 폐지 등의 주요 내용이 전부개정안에 담겼다.

세부 검토 과제도 언급됐다. 박준기 박사는 기본지불의 대상 농지를 현행 기준(논은 1998년~2000년, 밭은 2012년~2014년) 또는 전체 농지로 작용할지 여부, 지원단가도 품목 간 형평성 확보를 위한 일시적 단일화 또는 단계적 단일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원단가의 적정성 문제도 꼽았다. 교차준수조건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와 모니터링 체계 구축 측면도 검토할 부분으로 제시됐다.

쌀 수급안정 방안의 검토도 요구됐다. 박준기 박사는 “사전조치인 조사료 생산 기반 확충에 대해 쌀 공급과잉 예상 면적과 곡물자급률 제고 효과를, 의무휴경방식에 대해 모니터링 문제와 실효성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후조치로 꼽히는 자동시장격리 방식에 대해 적정가격 문제와 쌀 시장 교란 최소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부개정안의 법률적 검토 내용은=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대표 변호사는 지난 9일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의 내용과 구조를 법률적으로 분석했다.

이영근 변호사는 “직불금 제도의 개별 규정상 목표는 소득안정, 영농 규모화, 친환경농업의 조기 정착, 환경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 지역 활성화, 경관 형성·유지·개선 등 다양한 측면이 혼재돼 있다”며 “전부개정안은 분산된 근거규정들을 정비하고 체계화해 직불금 제도의 추진 방향을 분명하게 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법 자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민감한 내용들이 대통령령과 부령 등 하위법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 정책 대상자의 소득 등과 관련한 부분인 만큼 법률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영근 변호사는 “직불제 관련해서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령이 아니라 가급적 법률 내용에 넣어야 정부의 독점적이고 정파적인 의사결정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본권과 관련된 사항들이 행정부 소관의 부령이나 고시, 예규, 훈령으로 내려가게 되면 국회 통제에서 멀어지게 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쟁점 내용은

“변동직불 폐지로 쌀값 폭락하면 누가 책임지나”
“임차농이 절반…부당수령 방지 대책 있나”


▲쌀 수급균형과 밭작물 확대=전부개정안은 쌀과 밭 직불을 통합해 재배작물·가격과 상관없이 동일 단가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직불 통합으로 밭농업 직불이 올라가면 쌀 재배면적이 줄어 쌀 수급균형이 이뤄질 수 있고, 쌀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 이와 달리 가격 안정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쌀은 물론 밭작물 수급안정이 힘들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청중 질의에서 “밭 직불이 논 고정 직불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밭농사 짓는 분들이 좋다고 얘기하는데, 현장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쌀농사가 안 되면 밭농사도 안 된다. 지난해 정부가 쌀 생산조정제를 추진하면서 고추, 마늘, 양파를 심었다. 올해 마늘과 양파 가격 폭락했다. 밭으로 전환한 농가는 물론 기존 밭 농가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밭 농업도 특정품목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가격안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김인중 식량정책국장은 “타작물의 수급안정을 위해 콩, 옥수수, 조사료 등 자급률이 낮고 수급이 문제되지 않는 품목 중심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채소가격안정제 등 수급 안정화 방안을 내년도 개편방안 마련 시 검토할 예정”이라며 “쌀의 경우도 합리적 수준의 수확기 시장안정 장치의 제도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은 이 자리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변동직불제 폐지와 자동시장격리제=가격안정 방안 요구의 근거에는 변동직불제 폐지 부분이 있다.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2019년산 목표가격만 유효하고, 이후 폐지된다. 이에 따라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자동시장격리제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공익형직불제로의 개편은 지금까지 쌀 생산 농업인 95% 이상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목표가격제도에 따른 변동직불제의 중지를 뜻한다”며 “이에 현장 쌀 생산농업인은 시장가격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공익직불제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시장격리제는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석 정책위원장은 “직불제 개편의 핵심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사실상 쌀 양곡정책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다. 가격 안정이 이뤄져야 농민들이 살 수 있는데, 쌀 가격이 폭락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공익형직불제의 미래가 장밋빛이어도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AMS(감축대상보조)에 해당하는 1조4900억원을 쌀 등 농산물 가격 안정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경우 매년 큰 변화를 보이는 국내외 쌀 수급관련 여건과 동향을 감안할 때, 시행을 위한 정확한 수급물량 계측, 자동격리를 위한 합리적 발동기준 가격 및 적정 시장격리물량 산정 등 많은 난제가 남아 있다”고 짚었다.

▲농업인의 준수의무=생태·환경과 관련해 농업인의 준수의무를 강화하는 데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지적됐다. 무리한 준수의무는 오히려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임정빈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실천프로그램 사례 분석을 통해 농민에게 어떤 의무와 부담이 주어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물, 토양, 대기, 생태, 환경에 관련된 것은 무엇인지, 또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이미 시간을 충분히 줬어야 했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법이 시행하고 나서 이해하는데 1~2년이 걸릴 것이고, 5년 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할 시 성과가 안 나타나고 국민에 어필할 성과지표가 나오지 않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임병희 사무총장은 “무리한 의무준수기준은 오히려 독소조항이 될 수 있기에 농업인의 순수한 영농활동 속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생산조정 의무는 지역, 토양, 농업환경 등 고려돼야 할 사항이 다수인 관계로 의무사항에서는 제외돼야 하며, 이는 정부 정책에 포함,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농 소득안정=기본직불 중 소규모 농가의 기준, 지급 단가 등의 문제도 예민한 부분. 하지만 전부개정안에서는 이 역시 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관련 논의가 향후 이뤄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중소농 소득안정 취지를 위해선 예산 증액 조건도 요구됐다. 임병희 사무총장은 “당정 협의로 발표된 2조2000억원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이는 빠른 국회 논의를 통해, 보다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산 부분과 관련, 임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도 기존 직불제는 물가인상 적용기준이 제외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것을 지적했고, 정부는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기존 직불제가 5년 주기로 목표가격을 재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익형직불제 역시 5년 주기로 물가인상률까지 적용한 공익형직불금 재산정 방식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불금 부당수령 방지=제도 개편에 따라 직불 지급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부정수급 우려도 제기됐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전체 농가 중 임차농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직불제를 확대할 경우 부정수급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농지 취득 조건과 직불금 수령 신청이 가능한 농업인 자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두환 사무총장은 “직불제 개편에 앞서 대대적인 전수 조사를 시행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실태를 점검하고 위반 시 강제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며 “농지 규제 강화는 지가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농업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이런 손실분을 공익형직불제로 보전해 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직불 예산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방식=당정이 전부개정안을 정부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농민 의견 수렴이 안 되더라도 당정이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강행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 이것은 농민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완주 의원은 “이번 토론회가 끝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한 번 공청회를 열 의사가 있고, 여야 차원에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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