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7종 최적의 숙도·포장 찾아…싱가포르 선박수출 성공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선박 물류비 항공의 ‘1/6’이지만 
채소류 ‘신선도 유지’ 힘들어
한 가지 품목씩만 주로 수출

농진청 ‘수확후관리 기술’ 적용
상추·시금치·깻잎·풋고추 등 7종  
부패 발생 없이 싱가포르 도착
현지 소비자 등 신선도 만족감

수출 가능 지역 크게 늘 듯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은 2018년 4월, 쉽게 시드는 엽채류와 저온장해가 발생하기 쉬운 과채류를 혼합해서 선박수출에 성공한 ‘수출용 수확후관리 기술’을 확립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3월 28일 수확한 상추, 시금치, 깻잎, 얼갈이배추, 열무, 풋고추, 애호박 등 7종의 채소 1.2톤을 4월 1일 선박을 통해 싱가포르로 수출했다. 또한 4월 11일부터 현지에서 유통시켰는데, 부패발생이 없었다. 수출용 채소류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도 유지조건이 각기 다른 채소류를 혼합해 선박수송을 해도 상품성이 유지되는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채소류 수출경쟁력 제고=채소류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류비가 저렴한 선박수송이 필요하다. 신선채소류의 선박수출 물류비가 항공수출의 1/5~1/6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류 선박수출의 경우 배추, 무처럼 비교적 저장성이 좋은 품목이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으로만 이뤄졌다. 상품성 유지 등의 문제로 다른 국가로 선박을 통해 수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채소류 선박수출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한 가지 품목을, 그 품목에 적합한 온도로 수송하는 것이 권장돼왔다. 몇 가지 채소를 혼합해 수출할 경우 적절한 수확후관리 기술이나 수송조건을 갖추지 못해 부패되거나 상품성이 나빠지는 게 이유였다.

반면, 수출현장에서는 배추와 같이 부피가 큰 품목을 제외하고는 여러 가지 채소를 묶어서 수출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는데, 특정품목만으로는 컨테이너를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채소류 수출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혼합채소류 선박수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4월, 주요 수출국인 싱가포르에서 수요가 높은 채소류를 대상으로 수출용 수확후관리 기술을 확립하고, 적정수송조건을 설정해 선박수출에 성공했다. 상추, 시금치, 깻잎, 얼갈이배추, 열무, 풋고추, 애호박 등 7개 품목, 1.2톤을 선박으로 수출하면서 신선채소류의 선박수출 가능지역을 크게 확대시킨 것이다.

▲애로사항과 투입기술=엽채류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0~1℃로 수송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깻잎은 0~1℃에서 잎이 검게 되는 저온장해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깻잎은 3~5℃를 유지하는 게 좋다. 과채류인 풋고추와 애호박은 7℃ 이하에 오래 노출되면 물러짐과 과피에 자국이 생기는 저온장해가 발생하기 쉽다. 또 수출과정에 엽채류는 조금만 수분이 손실돼도 쉽게 시들어버리고, 고추는 꼭지 또는 씨앗의 색깔이 변하며, 애호박은 물러짐과 부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품목의 채소류를 수출할 때는 각 품목별로 품질변화를 억제하는 수확후관리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각 품목에 적합한 숙도, 포장방법 등을 제시하고, 수송온도 차이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온도 및 환기조건을 구명해 수출현장에 적용했다. 싱가포르 선박수출 시에는 수확직후 예비냉장(예냉)을 실시했다. 또한 7종 채소류 각각 특성을 고려해 컨테이너 온도를 3℃로 유지하면서 환기구의 1/5를 개폐해 습도를 유지하고, 각 품목에 적합한 포장방법을 적용토록 했다.

상추의 경우 식당에 공급하는 상자포장은 내포장 필름에 흡습지를 넣어 포장했고, 소매용 포장은 상추에 적합한 투과율을 갖는 초미세 필름으로 포장했다. 시금치는 뿌리부분을 세척한 다음 수송과정에 수분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흡습지를 덮어주고, 20㎛ 미세천공 필름으로 내포장을 했다. 깻잎은 30㎛ 두께의 OPP(연신폴리프로필렌) 초미세 천공필름에 소포장을 하고, 낮은 온도에 오래 노출되지 않게 상자 위에 알루미늄 필름커버를 덮어 수송했다. 풋고추는 적정 수확시기와 저온장해를 억제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식물 휘발성 물질을 처리한 후 내포장을 했다. 애호박은 100㎛ PE필름으로 소포장을 하고, 상자포장 시 보온을 위해 알루미늄 필름커버를 사용했다. 얼갈이배추와 열무는 내포장 필름으로 수분을 유지하고 흡습지를 사용해 포장을 했다.

▲선박수출에도 품질 우수=수출용 수확후관리 기술을 적용해 수출한 엽·과채류는 현지유통 4일을 포함해 수확 후 17일까지 우수한 품질과 상품성을 유지했다. 수출 후 품질을 조사한 결과, 기존방식으로 포장한 상추는 물러짐이 20~30% 발생했으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상추는 물러짐이나 시들음 발생이 없었다. 저온에 민감한 깻잎 역시 싱가포르 도착 후 관행방법에서는 15%가 잎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장해가 발생했지만 개선된 기술로는 꼭지변색이나 물러짐이 없었다. 풋고추의 경우에도 기존 방법은 물러짐이 11% 발생하는데, 개선된 방법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애호박 역시 개선된 방법에서는 물러짐이 적어 선도유지 기간을 기존 방법보다 2~5일간 연장할 수 있었다.

시금치, 얼갈이배추, 열무 등도 물러짐이나 부패발생 없이 품질이 유지됐으며, 싱가포르의 농산물 수입관계자 및 소비자들 역시 한국산 엽·과채류에 대한 신선도에 만족감을 표했다.

농진청은 엽·과채류 혼합수출로 그동안 선박수출 시 애로사항이었던 컨테이너를 다 채우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한국산 채소류를 선박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었다. 아울러, 농진청은 보다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수출용 선도유지기술과 수송조건 등의 매뉴얼을 개발해 신선농산물 수출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한국산 채소류, 선박수출로 가격경쟁력 갖춰"
김지강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장

품목별 온도 관리 기술 통해
여러 농산물 한 컨테이너로 수송
15일 이상 ‘상품성 유지’ 가능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수출 확대

여러 농산물을 한꺼번에 선박으로 수출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다품목 수출을 위한 선도유지기술과 수송조건 등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선박수출이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바이어들도 선박수송이 가능하면 한국산 채소류를 충분히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상추와 시금치를 중심으로 수확후관리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었는데, 싱가포르 현지에서 깻잎수출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그래서 2017년 깻잎을 포함한 수출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풋고추, 애호박 등 과채류까지 포함한 선박수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채소류 수출에 있어 관건은 예냉이다. 예냉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 거리가 짧은 국내 유통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수출은 문제가 된다. 또, 시금치의 경우 상추와는 호흡량이 다르고, 뿌리에 흙이 묻어 있으면 미생물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물로 세척을 한다. 물을 많이 뿌려줄 경우 유통과정에 시금치가 물러진다. 그래서 수출용 시금치는 뿌리부분만 살짝 세척토록 했다.

깻잎은 국내포장과 수출포장이 완전히 다르다. 국내는 10일 동안 품질을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출은 최소 15일 이상 품질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포장방법을 새롭게 했다. 또한 엽채류는 0~1℃, 깻잎은 3~5℃, 애호박이나 풋고추는 7~8℃ 등 신선도를 유지하는 온도가 각기 다르다. 그래서 7종의 채소류를 수출할 때 3℃에 맞추도록 했다. 과채류가 없을 때는 1℃에 맞춘다. 또한 알루미늄필름 등을 활용해 각 품목별로 온도를 관리한다. 혼합되는 채소류에 맞춰 적정온도를 제시하고, 한 컨테이너로 수송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신선농산물 수출과정에 간혹 클레임이 발생하는데, 수확 후 관리를 이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농산물이 신선도로 인한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용 수확후관리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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