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 바이오파크 조성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사업을 공식화한 LG측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선으로 농민단체를 비롯 토마토·파프리카 생산자단체 등을 만나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LG가 농민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 △LG는 작물 생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농업인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며 △생산물량 전량을 수출, 기존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20여 농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중앙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첫 설명회에서도 LG측은 이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해 참석한 농민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농업계 설득작업 나선 LG·농식품부

“LG, 생산활동 참여 안해” 강조 불구
구체적 농가 참여 방안은 제시 못해
전량 수출 약속도 “신뢰 못하겠다”


이날 사업 설명에 나선 LG CNS 측은 “LG는 실질적인 생산 활동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 국내 농민들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하되, 해외 전문재배사는 한국 농민들과 경쟁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참여할 것이다. 해외 전문재배사로부터 한국 농민들이 재배하지 않은 품종으로, 한국 농민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 전량 수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LG는 재배단지 50ha 중 20ha를 국내 농민에게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농가 참여 방안이 무엇이냐는 농민단체장들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농민들 참여시킨다고 말은 하면서 그 방안은 전혀 없다. 현재로선 일꾼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대안이 없다. 정부가 뭘 어떻게 해주겠나. 농민들한테 공짜로 돈이라도 빌려주나. 기존 농민들은 어떻게 할건가”라고 따졌다.

LG CNS 이종명 부장은 “농민들이 일꾼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직접 경영주체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투자비 등의 부담 때문에 직접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여러 가지로 정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부분, 정부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량 수출 약속도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은 “수출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기업들 행태를 봤을 때 신뢰하기 어렵다. 농민단체와 첫 공식회의인데, 그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오늘은 구체적인 방안을 들고 나왔어야 한다. 토마토나 파프리카는 수출시장이 겹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기존 수출농가의 물량은 내수로 들어올 것이고 가격은 폭락하게 돼 있다. 농가에게는 생존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성희 새농민회 회장은 “요즘 토마토 값이 10kg에 3000원, 4000원 나간다. 인건비도 안나온다. 수확 포기하는 농가도 부지기수다. 수출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국내에 시판하지 않는다고 누가 확인하고 보장하겠나. 여지껏 기업들이 했던 부분을 보면 농업인 입장에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병규 한돈협회 회장도 “10대 기업들이 농업계와 상생하겠다면서 사내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넣는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하나도 안지키고 있다. 이제 농민들은 정부나 기업의 말은 믿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단체장들은 농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상생방안을 전제로 농업 진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준봉 활력농촌운동본부 대표는 “전량 수출 약속을 문서로 담보하고, 기존 수출농가들의 수출 길도 함께 터준다든가, 온실에 참여하려는 농민들에게 1% 저금리 대출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 등을 내놓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천영 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은 “FTA시대 한국농업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규모화와 기업화로 갈 수밖에 없다”며 “기존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고 가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현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현행 정책 프로그램상 땅 매입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농어촌공사가 농민들에 한해 30년, 50년 장기 임대를 결정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농업인에게는 기존 원예시설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LG 이재성 전무는 “LG는 농사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 설비사업을 하려는거다. 저희들 1년 사업금액이 100조다. 농사해서 얼마나 벌겠나. 걱정 안해도 된다. 농민들에게 피해가 안가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LG측은 토마토·파프리카 재배면적은 농가 피해가 없도록 6~10ha로 제한할 계획이며, 농업계와의 협상시한을 9월 말로 잡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준비 중인 다른 품목이 무엇인지 따로 확인을 요청하자 LG CNS측은 “품목을 거론하기 어렵다. 확정이 안된 상태에서 미리 나가면 괜한 분란이 우려된다. 최대한 농가 피해가 안가는 품목을 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오는 이유
“땅값 상승만으로 투자비용 상쇄 가능”

농업생산으로 수익 내긴 어렵지만
예정부지, 동아시아 교역 ‘노른자위’
2020년엔 평당 100만원 호가 전망


LG CNS의 스마트 바이오파크는 새만금산업단지 1공구 안에 들어설 예정이다. 총 76.2ha(약 23만평) 규모로 여기에는 시설원예 설비 연구·개발·홍보를 위한 R&D 센터 및 어메니티단지(26ha)와 농업설비를 실증하기 위한 생산실증단지(50ha) 등이 조성된다.

총 사업비는 3800억원.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 매입비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한 산업단지의 분양가격은 3.3㎡(1평)당 50만원으로 약 1152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새만금개발청에 확인한 결과 재배단지(50ha, 약 756억)는 해외 투자자인 어드밴스 인터내셔널이, R&D 센터 및 어메니티단지(26ha, 약 393억)는 LG측이 매입할 예정이다. 어드밴스 인터내셔널은 터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계 물류회사로 ‘어드밴스 바이오’라는 한국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LG 스마트 바이오파크가 들어설 예정부지는 공항·철도·항만이 인접한 동아시아 교역의 노른자위 땅으로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만금 사업이 1차 완공되는 2020년에는 평당 10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LG 바이오파크가 값싼 농지가 아닌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것도 전용과 매각에 따른 특혜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땅값 상승분 만으로도 투자비용 상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손해 볼 일은 없다는 얘기다.

대규모 첨단시설원예단지 운영 경험을 가진 한 전문가는 “현재 구조에서 농산물 생산사업으로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시장이 그렇다. 성공해봐야 경상이익이 5% 미만이다. LG는 설비시장을 노린다 치고, 농산물 생산이 아닌 다른 수익모델이 분명히 있어야 해외 자본이든 국내 자본이든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LG CNS의 설명대로라면 재배는 해외 전문재배사가 책임지고 LG는 시공사에 불과하다는 얘기인데, 책임 있는 당사자가 나와서 설명을 해야지 LG가 나서서 하는 약속이 무슨 효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국내 농가 고사 위협

스마트 바이오파크 토마토 생산성
국내 우수 농가보다 2.5배 앞설 듯
“같은 링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


LG가 짓겠다는 첨단 시설원예단지는 작물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온도·습도·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활용,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첨단 농장이다. 시설원예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첨단온실의 경우 ha당 현장 인원은 7~10명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LG측은 첨단 유리온실의 경우 단동형 비닐하우스보다 9~12배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인근 열병합발전소의 열을 활용해 40%에 달하는 에너지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공동 자재 구입 등으로 운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중 경제협력단지로서 무관세 혜택은 물론 항공, 항만, 철도 등이 확보돼 있어 물류비용 절감도 가능하고 덧붙였다. 김현권 의원은 이러한 이유로 LG 스마트 바이오파크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생산성은 국내 우수농가보다 2.5배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링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유통전문가는 “현재 일본의 토마토 시장이 3조원 규모인데, 최근 일본에서도 유리온실을 많이 짓고 있다. 여기에 다 토마토가 들어간다. 한국산이 생식용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 또 많이 들어가게 되면 일본 정부가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거다. 그렇다면 파프리카인데, 일본 입장에선 땡큐다. 싼 가격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 기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중묵 한국파프리카 생산자자조회 회장은 “수출전문단지 만들라고 해서 20년 가까이 노력해 왔는데, 기존에 융자 받고 자부담 들여 온실 지은 사람들은 지금 눈앞이 캄캄하다.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이미 생산과잉 상태인데 유통이나 수출대책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 이상 농민들 보고 참여하라는 것도 의미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