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미국시장 진출 성공 ‘한국농원영농조합법인’

한국산 파프리카 수출 불모지인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생산자 조직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문제, 중국 등 새로운 경쟁국의 등장으로 악전고투 하면서도 지속적인 실적을 보여 온 수출농업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 등 기존 수출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새로운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의 미국시장 개척, 새송이버섯의 네덜란드 진출은 우리 농산물 수출 불모지에서 신규시장 개척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과 선호하는 미국 입맛에 ‘딱’
일본서 눈돌려 수출시장 다변화
“색상·맛·모양 우수” 호평 이어져
저렴한 해상운송체계 마련 숙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농원영농조합법인 유리온실에서는 수출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파프리카 수확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파프리카 중 70%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더불어 한국농원에서는 3월부터 경기도 화성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화성21영농조합법인과 번갈아 1주에 한 번씩 112상자(5kg 기준)를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한국산 파프리카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미국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 미국 바이어를 통해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원 이병찬 대표는 “현재 파프리카 수출시장이 일본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시장다변화가 필요하다”며 “3월 초순부터 한국산 파프리카를 미국으로 매주 보내고 있는데 색상, 맛, 모양 등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수출확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산 파프리카 미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년째로 2007년 미국 수출실적은 약 4만6000달러(8톤) 수준으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사실 2007년 파프리카 수출규모는 약 4795만7000달러(1만4417톤)으로 수출물량의 99% 이상이 일본지역으로 공급됐다. 일본과 지리적적으로 가깝고 신선하고 고품질 파프리카 공급이 가능해 한국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프리카 생산농가나 조직에서 보면 일본은 안정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사실 1995년 전후해서 파프리카가 재배되기 시작했으나 재배초기 국내 수요는 거의 전무했다. 소비자 가격이 비싸고 인식도 낮았던 시기였던 만큼 국내 파프리카 산업은 국내보다 일본 수출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국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나 그래도 일본시장은 국내 파프리카 재배농가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황금시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한국농원, 화성21, 진주 대곡 3개 생산자조직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대미수출단지로 지정받고 미국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에 국한된 수출시장을 다각화시켜야 가격안정, 물량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본 소비자는 145~180g 중?소과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 소비자는 180g 이상 대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국내 농가에서 미국 수출시장에 접근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현재 일본시장에 대?중?소과를 한꺼번에 수출하면서 저평가 받아야 하는 한국산 파프리카의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틈새시장이다.

미국시장에서한국산 파프리카 평가와 시장경쟁력은 어떨까. 경기도와 aT서울경기지사는 지난 3월 14~20일 미국 LA에서 개최한 ‘경기특산품판촉행사’에서 한국산 파프리카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한 유통업체 매장에서 진열된 이스라엘산과 품질 면에서 대등했으며, 멕시코산보다는 월등하게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산 파프리카 판매가격은 1파운드(0.45kg)당 3.9달러로 이스라엘산 6.9달러보다는 낮고 멕시코산 2.4달러보다는 높았다. 아직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행사여서 중저가에 판매됐다. 일단 미국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우리 농가들의 재배기술도 선진국 수준에 육박해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이 가능한 덕분이다. aT가 지난해 연말에 분석한 한국산 파프리카의 미국시장 분석에서 멕시코산 노지 파프리카가 유통되는 11월~익년 3월까지 가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기로 분석됐다.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파프리카 수출량이 늘리려면 수송체계에 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까지 대부분 파프리카 수출량이 항공편으로 미국에 수송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항공운임이 너무 비싸고 대량 운송이 불가능해 지속적으로 항공편을 이용한 수출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신선도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운송비용이 저렴한 해상운송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국농원 이병찬 대표는 “운송 및 통관기간까지 15일 정도 소요되는데 지난해 연말 해상으로 유통시켰을 때 품질저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그래도 아직 대미수출단지마다 컨테이너 하나를 채우기에는 부족한 규모여서 파프리카와 비슷한 저온저장 품목을 찾아 함께 수출한다면 일본 수출과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미국에 대과만 수출해도 성과를 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광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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