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기세에 김치 제조·수출업체 휘청… 국산 배추소비 급락 ‘직격탄’

가락시장 작년 배추거래 예년비 300억 급감고추·마늘 등 부재료가격 동반하락 우려 고조 최근 외식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일부 묵은지(오랫동안 숙성시킨 김치)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이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일반 완제품김치와 같이 수입돼 삼겹살 등 육류와 함께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지역의 전통김치로 특산품처럼 인식됐던 묵은지가 수입산으로 바뀐다면 국산 김치를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몇몇 김치업체들의 꿈은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미 국내에서 대표적인 김치수출업체로 명성을 날린 영성상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가 났는가 하면 강원도의 한 김치공장이 수십억원의 시설투자를 해놓고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소 김치절임공장들이 판매가 제대로 안돼 문을 닫는 사례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러한 여파는 곧바로 도매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가락동시장의 도매법인 관계자들은 배추 반입물량 중에서 15~20% 가량이 김치공장 등 가공공장으로 판매됐으나 현재는 5% 이상 줄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소비지 판매장에 중국산 완제품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많아지면서 국내 김치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산지에서 배추를 수집해 판매하는 유통인들과 도매시장 중도매인들 모두 납품량 감소와 결재지연 등으로 연쇄 부도를 맞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통계에 따르면 가락동시장의 배추 거래액이 2001∼2003년까지 매년 1100억∼147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750억원대로 약 300억원 이상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치다. 지난해 중국산 완제품김치가 7만톤 넘게 수입돼 국산 배추의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많이 취급하는 대아청과㈜가 김치 수입이 없었던 98년과 신선배추 수입만 이뤄지던 2002년, 완제품김치가 수입됐던 2004년의 3년간 9~10월중 40일간의 거래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완제품김치 수입증가로 심한 판매부진으로 값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중국산 완제품김치의 일본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산 수출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4년 전만해도 400g에 180엔 하던 수출김치가 현재 120엔까지 떨어졌다. 수출업체간 덤핑수출의 영향도 일부 있지만 일본 유통업체들이 중국김치를 핑계로 한국산 김치의 수출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내수물량 증가에 따른 국내 배추값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 2003년에 kg당 500원대이던 배추가격은 지난해 300원대로 뚝 떨어졌다. 국내 배추생산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kg당 300원선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비를 밑돌아 값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중국산 완제품김치의 수입증가는 주재료인 배추 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정수 대아청과 사장은 “수입 완제품김치에 쓰이는 고추와 마늘, 생강 등 부재료 모두 중국산이기 때문에 국내 주요 채소류값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고 전망했다. 또 이광형 전국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김치공장들의 산지계약재배 등이 많았으나 판매경쟁력이 떨어져 점차 거래량이 줄고 있는 추세”라며 채소류의 산지거래 변화도 내비쳤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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