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 식탁까지 ‘야금야금’

‘식당에서 먹는 김치가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시장에서 판매되는 양념류는 중국산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중국산 농산물은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의 식탁을 파고 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반찬이고 한국을 상징하는 김치 역시 주재료인 무, 배추를 비롯 마늘, 고추 등 양념류까지 중국산이 알게 모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도 문제지만 원산지표시가 안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불법유통 등 유통질서가 흐려질 뿐 아니라 국내 무,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본보는 중국산 김치 유통의 심각성과 국내 채소류 파급영향 등을 집중취재, 시리즈로 엮는다.

중국산 완제품 김치가 대량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테스코에서도 주문자생산방식으로 수입 포기김치를 판매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식당·기업에 이어 대형할인점 판매 가세값 1㎏ 800원 내외, 맛·모양 국산과 비슷3월현재 수입량 2만톤 육박, 지난해 2배 요즘 상당수 소비자들은 중국산 김치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식당 등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실제 식당 운영자들이 직접 수입김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판매장에서 상품김치를 구매하려 해도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아 망설여진다”고 말할 정도로 이미 중국산 김치는 식당과 판매장, 심지어 일반 가정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 해 동안만 완제품 김치가 7만2605톤이 수입됐다. 전년인 2003년만 하더라도 2만9000여톤이던 것이 1년새 153% 가량 급증한 것. 국내 배추값이 높게 형성됐던 2003년에 신선배추가 9800여톤 가량 수입돼 주변을 놀라게 했으나 지난해에는 신선배추는 줄고 완제품 김치가 급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신선배추는 전혀 없는 가운데 완제품 김치는 2만여톤을 넘어 지난해 같은시기 2배를 넘어섰다. 매월 1만톤을 육박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올 완제품 수입김치가 10만톤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완제품 김치는 말 그대로 완제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싼 인건비로 저가상품이 이뤄지고 무,배추를 비롯 고추, 마늘 등 부재료 모두 중국산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김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국산 소금을 수입해 사용하거나 현지의 일부 김치업체는 정수기를 이용하는 등 물도 정화해 김치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산동성에 집중된 김치공장은 대략 40여개가 넘는 것으로 잠정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코트라(KOTRA) 청도무역관이 200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일 평균 2~5톤, 연간 1000톤 이상의 제조능력을 갖춘 업체가 8개 정도로 나타났다. 점차 자동설비를 갖춘 업체가 늘어나 최근 현지에서도 김치맛과 모양이 국산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국산김치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또한 포장 유통으로 국내 유통망을 조직적으로 침투해 국산 김치의 설 자리를 뺏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1kg 800원선 내외, 국내산은 1300원선. 값이 낮다보니 일반 식당과 기업체, 휴게소 등의 구매가 많아지고 있는데 전문 공급업자들도 덩달아 많아져 수요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업자들이 아파트 부녀회나 노인정, 체육대회 등 각종행사에 수입김치를 판매하기 위해 홍보전단을 뿌리며 접촉하는 사례도 나타나 판매망이 점조직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대형 할인점인 삼성테스코에서 중국산 김치를 주문자생산방식(PB)상품으로 버젓이 판매, 배추 농민과 유통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광형 전국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산 김치는 소량구매도 배달이 가능해 국내산보다 손쉽게 판매되는 경향이 있고 최근에는 온라인판매나 일반 매장을 통해 공공연히 판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중국산인지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해 실제 중국산 김치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원산지표시가 파괴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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