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가 썩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제라”“고기는 안 잡히고 조개도 안 자라고. 바다가 썩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제라.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어장바닥을 갈고 폐기물도 줍고 있제. 지금까지 정부에서 한 일 중에 최고랑께”지난 22일 여수시 화양면 이천리 감도마을 앞바다. 이곳에선 여자만 특별관리어장 정화사업이 한창이다. 40여척 어선들이 거센 파도를 뚫고 정해진 항로를 따라 어장바닥을 뒤집고 폐기물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일사불란하다. 어민들은 “장흥, 완도 등 정화사업을 실시한 지역에서 어업 생산량이 늘고 새로운 어종이 출현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번 정화사업을 통해 여자만도 개조개 양식기간이 단축되고 품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높였다. #3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여자만 특별관리어장 정화사업은 어민들의 동의, 기초조사, 시공업체 선정 등 3년전부터 꾸준한 준비과정을 거쳐 시행됐다. 이 사업은 여수시 화양면 일대 3개 공구 3500ha를 대상으로 어장바닥 경운, 황토살포, 바닥 고르기, 폐기물 끌어올리기 등을 실시하며 31억3400만원(국고보조 80%, 지방비 20%)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에서 발주한 이 사업은 어장정화전문업체인 (주)진응종합건설(대표이사 백상호)이 시공하고 (주)메이텍엔지니어링(감리단장 김동춘)이 감리책임을 맡고 있다.#전문업체와 어촌계 손잡아이 일대는 새고막 어업면허가 92건에 이르지만 수확을 마친 어민들이 모두 사업에 동의했으며 지역어민들의 어선을 정화선으로 개조함으로써 금어기 어가 소득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화선에는 첨단장비인 GPS(위치측정시스템) 프로타, 혁망 등을 설치해 어장정화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진응종합건설 서선채 기술이사는 “지금까지 어촌계에서 3년에 한번 실시하던 어장청소와는 수준이 다르다”며 “사업면적 3500ha의 바닥을 샅샅이 갈아주고 황토를 뿌려줌으로써 어장청소는 물론 영양분 공급, 적조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서 이사는 “정화사업 참가 어민들에게 GPS 프로타 활용기술, 바닥 경운 방법 등을 1주일 이상 교육시켰다”면서 “전문업체의 첨단기술과 어민들의 인력 및 장비가 결합해 정화사업의 모범적인 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정화 전문업체 육성 과제로이처럼 호응이 높은 어장정화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업체들의 난립을 막고 정화 전문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어장정화사업이 공사인지 용역인지 모호한 성격을 명확히 하고 적격심사기준 마련도 중요한 과제라고 주문한다.김동춘 감리단장은 “좋은 업체를 골라내는 것이 어장정화사업을 개선하고 어민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수부가 등록업체들의 기술보유현황, 자본 및 신용도, 실적평가 등을 점수화(PQ점수제)해 사전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효과 조사예산 마련 급선무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어장정화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효과분석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신영태 박사는 “지금까지 어장정화사업에 수천억원 예산을 투입하고도 체계적인 효과조사는 없었다”며 “이는 어장정화사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자칫 예산 투입에 대한 산출근거가 미비해 정부예산 확보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동춘 감리단장은 “현행법에는 어장정화사업 효과조사를 하도록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집행이 안되는 실정”이라며 “정화사업 예산의 일부를 효과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예산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찬 기자 parkjc@agrinet.co.kr■ 인터뷰/ 전종철 감도어촌계장 “어장정화사업은 어민 살리는 일”“어촌계원들의 반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바다를 살려야 어민들도 살수 있다고 앞장서 설득했습니다.”감도 마을주민들과 공사시행업체는 여자만 어장정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데에 전종철 감도어촌계장을 일등공신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 계장은 “1년만 양식하면 다 자라던 새고막과 피조개가 3년이 넘어도 수확하기 힘들고 폐사율도 높아져 바다오염을 피부로 느꼈다”며 “더 이상 오염을 방치하다가는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어장정화사업에 앞장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전 계장은 또 “어민들 호응도 좋고 사업성과도 뛰어나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특히 전 계장은 “이번 정화사업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3년마다 한번씩 어촌계 자체 정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밀식, 불법어업 등을 어민 스스로 단속하는 자율관리형 어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