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시장 개척·내수 확대 ‘두토끼’ 몰이우리 고유 축산브랜드를 세계 무대에 홍보할 수 있는 마당이 활짝 열렸다.다음달 31일부터 한달간 개최되는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고급 축산물 수출시장 개척과 내수 소비기반 확대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미 관련 축산업계는 월드컵 특수를 이용, 자사 브랜드를 세계 속의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방역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74만여 관광객들이 대거 입국, 구제역 유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닭고기업계 ‘최대 수혜주’ 부상, 하림·마니커 등 발빠른 움직임5월31일 월드컵 개막 시작을 전후해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지역 관광객들이 대거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축산브랜드 업체들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 수립도 구체화되고 있다.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닭고기 업계는 신제품 출시와 관련 홍보물 제작, 포장디자인 개선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주)하림은 월드컵을 맞아 신제품인 ‘월드컵 그릴 윙’을 출시하고 TV광고 등 대대적인 판촉전에 돌입했다. 승리를 나타내는 V자 형태의 그릴 윙은 월드컵 경기장이나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면서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함경숙 하림 홍보팀 과장은 “월드컵을 대비한 마케팅을 위해 다각적인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월드컵 그릴 윙 출시를 시작으로 TV광고, 홍보팜플렛 제작, 시식회 등의 프로모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주)마니커도 5월말부터 사상 최초로 TV광고를 계획하고 있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살린 기업이미지 광고를 통해 마니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월드컵 관광객을 겨냥해 이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포장디자인을 대폭 교체하는 한편 다양한 패키지 제품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송병혁 마니커 홍보팀 주임은 “월드컵 시장에 대비한 스포츠 마케팅을 한다면 우선 ‘월드컵 경기장이나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먹을 수 있는 닭고기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반면 양평개군한우, 포천백운한우 등의 한우브랜드업체들은 월드컵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아 대조적이다.이들 업체들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광주, 부산 등 10개 도시의 경기장 주변 대형한우 식당이나 여행사와 연계된 한우식당 등 일부만 월드컵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그러나 쇠고기 수입업체들은 월드컵을 겨냥한 수요증가를 예상해 수입쇠고기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돈육브랜드업체도 가공품 시장이 협소하고 대부분 식당에서 삼겹살 등으로 소비되고 있어 월드컵 마케팅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목우촌’과 ‘하이포크’로 유명한 농협 육가공분사나 대상농장의 경우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이나 가정에서 간식용으로 소비할 수 있는 돼지고기 가공품 개발이 거의 없어 월드컵 마케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다만 대상농장은 돼지고기가 대부분 신선육 상태로 식당에서 소비되는 점을 감안, 1000여개 납품업소에 영어, 일어, 중국어로 표기된 ‘홍보용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철헌 대상농장 홍보팀 대리는 “시식회 등 경기장이나 실외에서 이뤄지는 홍보는 불가능하다”면서 “범 업계 차원에서 국산 돈육과 대표 음식인 삼겹살에 대한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축농가와 월드컵/ 양돈·육계농가 ‘야~호’양축농가들은 월드컵 개최시기인 5∼6월을 전후해 축산물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사육두수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월드컵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각종 선거 등이 이어져 돼지고기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조기 대일 돈육수출 재개가 확실시되면서 입식열기가 불붙고 있다. 돈육가공업체들도 부분육 구매량을 늘리고 있다. 김동성 양돈협회 상무는 “월드컵을 겨냥해 비인기 부위를 이용한 돈가스 등 다양한 요리개발과 체인점 확대로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월드컵 특수 간편식으로 인기가 예상되는 각종 치킨, 꼬치 등 닭고기 요리의 소비증가를 기대한 육계사육농가들도 사육수수를 늘리고 있다. 육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월드컵 특수의 가장 큰 수혜 축종은 맥주 안주용과 간편식 소비를 주도할 닭고기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육계농가들도 월드컵 소비 확대를 겨냥해 입추를 늘리는 등 호황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우농가는 사육기반 위축에 따라 사육두수도 137만두에 그치고 있는 상태에서 월드컵 특수에 따른 한우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따라서 소비도 지역적으로는 일부 고급호텔, 월드컵 축구경기장 인근 대형식당에 납품하는 브랜드 한우 일부와 갈비구이, 등심 등만 특수를 누리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농가들은 이러한 월드컵 특수에 따른 호황을 기대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구제역 발생국가에서 월드컵 관광객들이 대거 입국, 구제역 재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축산농가들이 철저한 방역대책을 수립해 구제역 유입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문가진단/ 정찬길 건국대학교 축산경영과 교수☞ 지나친 기대…거품 우려, 내수소비 확대에 역점을월드컵 특수는 순수 내수기반 확대가 아닌 외적요인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으로 거품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양축농가들이 월드컵 개최로 내수기반이 확대될 것이란 막연한 추측으로 무리하게 사육두수를 늘릴 경우 월드컵 이후 피해는 양축농가에게 돌아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특히 월드컵을 계기로 안정적인 내수소비기반을 확보하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며 월드컵 참가 국가별 육류소비 동향과 선호 축산품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생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 양돈의 경우 자체적인 소비기반이 형성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특수의 거품현상은 월드컵 종료 이후 산지가격 폭락을 불러 일으켜 축산농가만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한우의 경우도 사육두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월드컵 특수는 쇠고기 수입업체들에게만 호황의 기회를 줄 수 있으므로 월드컵을 내수소비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참가국 중 구제역 발생국 13곳○“불청객 함께 올라” 공·항만 방역 만전월드컵은 국산 축산브랜드 판촉기회인 동시에 구제역 발생국 관광객 유입에 따른 구제역 재발이 우려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실제 한·일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 국가 가운데 구제역 발생국가는 중국,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카메룬, 나이지리아, 세네갈, 튀니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총 13개국에 달한다.이들 국가에서 입국하는 월드컵 관광객들이 국내 축산농가를 방문할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가 그대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검역당국은 이달 15일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검역원장을 단장으로 4개반 24명의 동물지원단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구제역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선수단·관람객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등의 특별관리 대책도 수립했다. 특히 구제역 발생국의 가축사육농가 방문자 입국시 소독과 국내 가축사육농장 방문 자제 조치도 강력히 추진된다. 국경검역 조치로 발생국 관광객들이 반입하는 골프화, 골프채 등에 대해서는 전량 소독을, 기타 국가는 흙에 묻은 것에 한해 선별소독을 실시한다.특히 공·항만에는 발판 소독조 310개를 설치, 관광객 입국 즉시 소독하도록 조치하고 구제역 비청정국에서 반입되는 화물컨테이너, 중고 농기계류 소독 등 철저한 소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휴대육류 반입자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를 처분하고 육류탐지견을 5월까지 총 6마리를 투입해 불법휴대 축산물에 대한 검색을 대폭 강화한다.
이영주lee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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