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증가 ‘호재’…특수로 연결 ‘기대감’월드컵 행사기간동안 신선농산물 수요는 평상시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반 채소보다는 과일·과채 및 양채류의 판매량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대체적으로 호텔, 패스트푸드점, 양식당 등에서 농산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행사 기간에 외국 관광객의 입맛에 맞는 오렌지, 감자 등 농산물 수입도 당초 예상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유통환경을 바탕으로 신선농산물의 소비시장 및 가격흐름을 살펴본다. 농산물 생산농가 및 유통종사자들은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산물 시장규모도 현재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방문객 75만명을 감안한 전국 예상유동인구는 300만명에 육박해 대중 음식점 및 일반 소비자의 농산물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월드컵 특수기로 농림수산업 분야의 부가가치가 381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산지에서 출하를 극히 제한하고 있는 사과·배 등의 고급과일 가격상승 여부에 가장 관심이 높다. 후식용인 메론, 수박, 토마토 등의 판매량 증가가 예상돼 상승세를 탈것으로 보인다. 양채류의 경우 수요는 30%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생산량은 한정돼 있어 큰 폭 오름세가 예상된다. 대형유통업체들은 6월경 시작되는 장마기간부터 농산물 비수기로 분류하고 있으나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개최 시점에 맞춰 농산물 판매 확대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한 업체는 5월 중순부터 고품질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박, 참외 등 산지를 중심으로 물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4월 중순부터 전국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한국축구 16강 진출 기원 농산물소비촉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비촉진 행사기간에 발생한 매출의 1%를 적립, 2002만원의 후원금을 조성할 계획이어서 소비자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농산물 전문유통업체인 (주)애드팜의 안병권 사장은 “사람들의 이동이 많으면 신선채소의 공급 요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중국 등 우리 음식문화가 비슷한 관광객 입맛에 맞추고, 조리가 빠른 음식을 개발한다면 농산물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호텔 등은 고품질 농산물 구매를 원하기 때문에 안정된 공급처를 물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산물 공급업체의 영업력도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산물 소비증가에 변수로 작용할 요인도 많은 편이다. 주요 숙박업소의 방문객 식단이 한식보다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외국요리 중심으로 짜여질 것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입맛에 맞는 식단 개발도 비빔밥, 불고기 등에 국한돼 있어 배추, 오이 등 일반 신선농산물의 수요까지 따라 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농산물 수요 증가는 확실해 보이나 품목별로 선호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또 고품질 상품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양채류/ 양상추·샐러리 큰폭 오름새 예상브로콜리, 비트, 청경채, 샐러리 등 양채류 수요는 현재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 양상추 면적만 지난해보다 15% 정도 증가했을 뿐 특수품목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해 공급차질마저 우려된다. 가락시장의 경우 작년 6월 반입물량은 3934톤으로 전국 유통물량의 70∼80%를 담당하고 있다. 올 생산량이 10% 정도 늘어도 4300톤으로 예상소비량보다는 적을 전망이다. 아시아 종묘 류경오 사장은 “컨페더레이션스(대륙간)컵의 10일 행사기간에도 공급량이 부족해 일부 품목거래가격은 5배나 뛰었다”며 “현재 양채류 재배수준이라면 수급불균형으로 큰 폭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가락시장 영덕농산 양승천 씨는 “수요증가로 오름세를 나타내겠으나 주변의 분석만큼 강보합세를 나타낼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과일류/ 사과·배·특상품 위주 수요 증가사과, 배, 감귤 등의 수요는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관광객은 과일을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품종 및 소과를 선호하고 있어 우리 저장과일로 관광객의 기호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사과 산지가격은 4만원대(18kg 박스기준)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고 대부분 산지유통인들이 점유하고 있다. 현재 산지가격을 감안하면 5월 하순경 도매가격을 4만5000원(15kg 특·상품기준) 이상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배의 경우 저장상태가 양호한 상품을 중심으로 예년평균 가격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올 비가림 감귤 당도가 예년보다 높아 오렌지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가락공판장 천호진 차장은 “저장과일은 구색상품인 만큼 수요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이라도 분산출하를 통해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변수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과채류/ 수박 중국인에 인기 ‘강세’ 전망수박, 머스크 메론, 토마토 등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과채류다. 메론은 호텔 등에서 후식용으로 수요가 늘고, 토마토는 샐러드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박의 경우 지난해 6월에 출하했던 농가들이 수확시기를 5월 하순경에 맞춘 상태여서 6월 출하량이 부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수박은 1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예정인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품목이어서 주목된다. 행사기간 동안 300만명의 유통인구가 1인당 5kg만 소비해도 1만5000톤에 육박하며, 이는 가락시장 6월 반입량의 6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국내 VIP 숙소로 분류된 200여개의 특급호텔에서 고품질 메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품질 메론 공급량은 한정돼 있어 2만원대를 웃돌 전망이다. 토마토는 건강에 좋은 품목이어서 외국 및 내국인 모두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 기타채소/ 상추 육류소비 증가로 동반 상승상추, 양파, 감자, 버섯 등 일부 품목은 예년가격보다 10∼20% 정도 오를 전망이다. 이들 품목은 고기 소비증가 영향으로 수요가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상추의 오름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적으로 내국인 이동에 따라 육류 수요증가와 함께 매기가 활발할 것으로 분석됐다. 상추 비수기인 서울올림픽의 기간에도 30% 정도 상승세를 보였는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봄감자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소폭 증가해 10% 미만의 상승세를 보이겠으나 양파, 버섯 등은 중국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로 15∼2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청과 박병로 차장은 “6월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 상추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며 “산지에서 원활한 공급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어 예상보다 오름 폭이 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진단/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원월드컵 기간 동안 주요 농산물 수요처는 외국 관광객이 묵게 될 호텔, 지역적 이동을 통한 외식업체, 순수한 관광객, 일본 수출 등 4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호텔·외식업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농산물은 일반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특히 해외 관광객들은 안전성에 민감하다. 대규모 수요처는 안전한 농산물의 장기적인 공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농산물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농가는 우선적으로 상품성과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게될 만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20% 농산물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생산농가에서는 이러한 유통정보와 시장흐름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수입농산물 동향 / 오렌지·감자수요 급증, 수입물량 증가 불가피가장 주목되는 품목은 오렌지다. 오렌지의 경우 미국 현지의 작황부진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량이 전년대비 10∼20%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월 말 현재 수입량은 2만3890톤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 늘었다. 최근 오렌지 주스에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 발표로 수요는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산 저장포도 출하로 1월 수입량은 줄었으나 2월에 급증, 총 수입량은 2392톤으로 전년동기보다 12% 늘었다. 2월말까지 감자 수입량도 1만2382톤으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된 상태다. 따라서 월드컵을 대비한 수입농산물 증가로 인해 국내 농산물 가격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광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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