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농민과 의사소통 ‘핵심 창구’

프랑스농업경영인총연맹(FNSEA)이 정부의 농정파트너로 자리매김 한 데는 지역연맹이라는 단단한 밑둥이 있었다. 94개 현(Department)에 각각 조직돼 있는 프랑스농업경영인지역연맹(FDSEA, 이하 지역연맹)은 현장농민과 총연맹을 잇는 고리로, 상향식 농정의 핵심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빠드깔레 현을 찾아 지역연맹의 운영현황을 살핀다. 94개 현마다 조직화, 지역·품목별 협회 구성주유소·회계법인 등 자회사 두고 수익사업도운영비 70% 회비로 충당, 정부 지원 10%선 빠드깔레 현의 지역연맹 안엔 모두 500개의 마을단위 협회가 조직돼 있다. 이 마을단위 조직들은 지역별 또는 품목별로 구성돼 있고 한 농가가 마을협회, 품목협회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지역연맹의 역할에 대해 빠드깔레 지역연맹 바이야르(Mr. BAYARD) 회장은 “농민들의 소득을 방어하고 행정당국으로부터 농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며 프랑스 사회로부터 농민들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이를 위해 농민들이 처한 모든 문제를 우리가 듣고 프랑스 국민과 사회, 기관에게 이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역연맹 사무국 내 조직부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연맹에도 총연맹과 같이 사무국을 두고 있는데 빠드깔레 지역연맹의 경우 사무장 1명, 조직부장 6명, 법률전문가 3명, 토지·복지·농촌문화유산 분야에서 전문가를 각각 1명씩 두고 있다. 이중 조직부장들은 매일 현장 농가를 돌며 그들이 처한 모든 문제를 듣고 이를 지역연맹에 전달한다. 빠드깔레 현에서 젓소를 키우고 있는 미쉘 웨르또 씨는 “어려움이 있을 때 조직부장을 통해 이를 전달하는 데 이들의 활동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으며, 지역연맹 조직부장인 마티유 씨는 “여러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지역연맹이 현장농가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역연맹 내 사무국은 마을개발이나 행정당국과의 법률문제 등이 발생하면 각각의 전문가들이 이를 해결해 주며, 교육농장과 농촌지역 자연문화보존 협회를 두고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보전하고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빠데깔레 현 지역연맹은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역연맹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중 70%는 회원들의 회비로 10%는 정부지원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20%는 이 자회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채운다. 빠드깔레의 자회사는 트렉터 주유소와, 농업회계법인, 정보회사 등 3개 업체. 농민들은 지역연맹이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일반 회사보다 싼 가격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트렉터 주유소의 경우 일반 주유소 보다 1리터당 10~30센트 가량 저렴해 60ha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가는 연간 192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 지역연맹의 이사회는 지역별, 품목별 협회의 회장들이 각각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지역연맹이 이렇게 품목별, 지역별로 나뉜(총연맹의 구성도 동일) 이유는 소수 농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지역연맹 안에선 그 지역의 대표적 품목단체가 큰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자칫 소외될 수 있는 품목의 농가들을 대변하기 위해 지역별 조직이 구성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단위의 지역연맹 안에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한 생산자 대표들이 모두 모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품목별, 지역별로 묶여진 가장 큰 요인은 행정당국이 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별 농가 간, 지역별 농가 간 문제가 내부에서 조정되기 때문에 행정당국으로서도 농업문제를 풀 때 편할 수밖에 없다. 품목별 단체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농민단체와의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농민단체 모델 찾을 때" #서정의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장 “한농연이 한국 농업발전 방향에 대한 공통적이고 분명한 관을 제시해야 한다.” 프랑스 농민단체들을 잇따라 만난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이 한국농업에서 한농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 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내부 문제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외부로 눈을 돌려 선진국 농민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우리 농업의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누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한국 농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단체들은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부나 국회에서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이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농업경영인총연맹과 상호 교류협력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서 회장은 “장점은 장점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 농업에 맞는 농민단체 모델을 찾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농민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태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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