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전문가로 사무국 구성…대안 제시 활성화, 당당한 ‘농정 파트너’ 로 자리매김

한농연 프랑스 해외연수단 일행이 지난달 31일 파리에 있는 프랑스농업경영인총연맹을 방문, 양국의 농업현안 및 농민단체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농업생산국 프랑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낙농·육우, 포도주 등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는 유럽대륙의 노른자위 땅을 가졌다는 지리적 여건도 있지만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의 농업시스템이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민단체와 농업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정부를 향한 상향식 농정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 그 뿌리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농업이 아니라, 농민이 주도하고 농민이 책임지는 농업’이란 생각이 깔려있다.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진행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해외농업연수 프로그램을 쫒아 프랑스 농업의 힘을 엿봤다. 정치성 배제…농민 유리한 방향에 협상 집중정부 보조금 외 일체 간섭 업어 ‘자율성’ 확보 ‘농민 없는 농촌은 없다, 소득 없이 농민은 없다, 가격 없이는 소득도 없다.’ 2만여 개의 기초조직을 바탕으로 프랑스 농업을 이끄는 대표적 농민단체 프랑스 농업경영인 총연맹(FNSEA, 이하 총연맹)의 구호다. 1960년대 이후 프랑스 농업정책의 한 축을 담당해온 총연맹은 당시 농업기본법과 공동농업정책의 시행을 앞두고 주류 농민단체로 떠오른다. 이후 총연맹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농민계층간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면서 힘을 발휘해왔다. 총연맹은 프랑스 내 96개의 도(Department) 중, 94개 도(Department)에 조직돼 있는 농업경영인 지역연맹(FDSEA)과 38개 품목연맹으로 이뤄져 있다. 총연맹의 주 역할 중 하나는 각 지역연맹 및 품목연맹의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전국에서 모아진 전국에서 모아진 다양한 농업문제를 종합해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정부와 협상해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총연맹의 한 특징이 나타난다.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연맹이 정치적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총연맹의 입장을 나타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오직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는 여러 당이 있고 그들이 내세우는 다양한 농업정책을 검토해 농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총 연맹이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는 사무국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총연맹에만 115명의 직원이 있고, 지연연맹까지 포함하면 1100명이 넘는다. 총연맹 사무국 직원은 법률, 경제, 생산기술, 세무, 국제농업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각 분야에서 현 농업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사무국이 활성화 된 데는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해야 된다’는 기본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총연맹은 프랑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600만 유로에 대한 장부만 제출하면 국가가 농민단체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총연맹은 정부 쪽에 농민 의견을 듣고 프랑스 농업을 위해 도움을 줬다는 생각이 크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아니라도 우리는 프랑스 농업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총연맹 쪽의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총연맹의 운영은 크게 회비와 사업수익,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세부적으로는 지방연맹과 품목연맹이 내는 회비(600만유로, 약 72억)와 신문 및 교육서비스 제공, 연구용역 등으로 얻는 수익(600만유로), 정부로부터 나오는 지도자 교육 및 사회보장 보조금(600만유로) 등으로 이뤄진다. 이중 600만유로는 지역별·품목별 연맹으로 내려간다. 총연맹 회원수는 약 32만 명. 총연맹 쪽은 ‘회원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원으로써의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총연맹은 내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되는 유연합 공동연합정책 중 농업부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총연맹의 가장 큰 과제는 가족농이 기반인 프랑스 농업을, 대형화 되는 유통업체 및 식품가공회사들로부터 어떻게 보호하고 살릴 것인가이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빠뜨릭페레르 FNSEA 사무총장 ☞ “농산물 생산지역에 이익 돌아가야” “전 세계인구는 농산물 가격이 정말 적정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한농연 해외연수단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빠뜨릭 페레르 프랑스농업경영인총연맹(FNSEA) 사무총장은 “아무리 농산물 교역이 자유화돼도 90%의 농산물은 생산된 지역 부근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시장가격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페레르 사무총장은 이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 없는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이익은 그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는 22억 명의 농민이 자신의 고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게 만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농민들은 도시로 나가 결국 빈민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페레르 사무총장은 “전 세계를 하나의 틀로 묶는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동아시아는 동아시아대로 유럽은 유럽대로 농업에 대한 시스템을 만든 뒤 상호 교류하고 존중해주면 되며, 지구촌의 올바른 농업모델을 만드는데 한농연도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서정의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장의 제안으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프랑스농업경영인총연맹 간 정기적 교류를 갖기로 했다. 이에 양 단체는 3개월에 한 번씩 상호 방문해 상호간 농업 전반에 대한 교류를 실시하고, 세계 농업협상 장에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김관태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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