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산물 수출허브(Hub) ‘통합·선도조직’ 세계를 누빈다
④ 한국 포도 수출의 중심, 한국포도수출연합(주)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한국포도수출연합은 회원사들이 규격화된 포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포도수출연합은 회원사들이 규격화된 포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칠레 FTA 이후 내리막길 걷다
2020년 재배면적 증가세 ‘반전’
수출량 늘자 수입물량도 줄어

수출단가 낮춘 출혈경쟁 방지
2019년 ‘포도수출연합’ 출범
생산자단체 28곳·수출 3곳 참여

품질기준 설정 체계적 관리
수출용 ‘공동 디자인’ 개발 등
경쟁력 강화로 수출액 급증

국내 포도산업은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재배면적이다. 2000년 2만9200ha에 달했던 포도 재배면적은 FTA 폐업지원사업과 농가 고령화에 따른 폐원 등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포도 재배면적이 2020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위기의 한국 포도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샤인머스켓’이다. 샤인머스켓의 등장은 국내 재배면적 확대와 함께 포도가 수출효자 품목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엔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수출 구축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포도수출연합(주)(대표 황의창)이 중심을 잡으면서 한국 포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

우리나라 포도 수입량은 2004년 이전엔 1만톤 미만이었지만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급격히 늘었다. 그 결과 2015년엔 6만6000톤, 2019년엔 6만9000톤이 수입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포도 수출량은 2010년 500톤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9년 1867톤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2009톤까지 늘었다.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수입량도 감소 추세에 있다. 2019년 6만9000톤으로 정점을 찍은 수입량은 지난해 약 4만톤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가 포도 수입국에서 포도 수출국으로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도 수출국도 과거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엔 중국, 대만이 포함되면서 수출국도 다변화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한국 포도 수출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엔 역시 샤인머스켓이 큰 역할을 했다. 2018년까진 포도 수출 주요 품종은 캠벨얼리와 거봉이었지만 최근엔 샤인머스켓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샤인머스켓의 등장은 국내 포도산업의 구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국내 포도 재배면적이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지만 샤인머스켓은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켰다. 여기에 샤인머스켓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칠레나 페루 등의 수입 포도와 경쟁이 가능하면서 포도 수입량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포도 수출을 선도하는 한국포도수출연합

포도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문제점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출 단가를 낮추는 출혈경쟁이 일어나면서 한국 포도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수출포도의 품질을 균일화하고, 수출 단가도 최저가를 정해 출혈경쟁을 막고자 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는 2019년 빛을 보게 된다. 생산자단체 28곳과 수출업체 3곳이 뜻을 모아 한국포도수출연합을 출범시킨 것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출범 직후 발 빠르게 국내 포도 수출과 관련된 사항들을 정비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수출포도의 품질기준을 설정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 것이다. 예를 들어 샤인머스켓과 거봉, 캠벨얼리의 수출 규격을 등급별로 나누고 과중과 당도, 알 크기 등을 세분화했다. 또한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산 포도의 한국산 둔갑 사례가 발생하면서 수출용 포도의 공동 디자인을 개발해 회원사에 배부하는 등 한국 수출포도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회원사들이 규격화된 포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 현장교육은 물론 순회 컨설팅 등의 국내 활동에 더해 주요 수출국의 정보를 파악하고, 맞춤형 수출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활동을 꾸준히 펼쳐 왔다.

그 결과 한국포도수출연합이 수출한 포도 수출액은 해마다 증가했다. 2019년 1800만달러를 시작으로 2020년엔 2800만달러, 2021년엔 3500만달러, 2022년엔 3000만달러 등으로 우리나라 전체 포도 수출액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2023년산 포도 수출액도 11월 기준 지난해에 비해 약 25% 증가했다. 수출에 맞는 규격 포도가 증가하면서 2023년산 포도 수출액은 지난해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이사는 “한국포도수출연합을 통한 수출액은 해마다 성장을 하고 있다. 2023년산 포도 수출도 2022년산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의창 대표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온유통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포도 수출 시기를 이듬해 2월에서 4월까지 연장해 중국산 샤인머스켓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며 “그러나 이 사업이 본 사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포도 수출 시기를 늘리면 그만큼 포도 수출물량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저온유통체계 구축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뚝심으로 이룬 포도 수출,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
“고품질 포도는 해외서도 먹힐 것”…결국 통했다

박용준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 대표(사진 오른쪽)와 아내 김성녀 실장은 인생의 동반자면서 포도 수출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박용준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 대표(사진 오른쪽)와 아내 김성녀 실장은 인생의 동반자면서 포도 수출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박용준 대표, 2015년 수출시작
중국·대만·베트남 등 25톤 보내
2019년엔 106톤까지 물량 늘고
호주·뉴질랜드 등 시장 개척도

주력 품종 변화도 이끌어
샤인머스켓이 거봉 수출 넘어
 

우리나라 수출포도의 주력 품종은 샤인머스켓이다. 그러나 샤인머스켓이 등장하기 전부터 거봉을 수출 주력 품종으로 키운 농민들이 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은 2015년부터 포도 수출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포도 수출액이 1000톤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지만 박용준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민들을 규합해 포도 수출에 뛰어들었다.

수출단지 지정을 위해 현재의 천안포도수출전문유통센터를 설립하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고품질의 포도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에게 통할 것이라는 박용준 대표의 뚝심이 통했다. 결국 2015년 중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홍콩에 25톤을 수출했다. 이듬해인 2016년엔 수출물량이 52톤으로 늘었고, 2018년엔 69톤을, 2019년엔 106톤까지 물량이 늘었다. 수출국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캐나다 등으로 다변화했다. 이때까지 수출 주력 품종은 샤인머스켓이 아닌 거봉이었다. 그러다 샤인머스켓 수출에 붐이 일어나면서 수출 품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용준 천안포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019년까지 수출 품종의 90% 이상이 거봉이었다. 맛있고 품질 좋은 포도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 확신했다”며 “그러다 샤인머스켓 붐이 일었고, 거봉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호주에서 검역을 까다롭게 해 수출 품종에도 변화가 있었다. 현재 수출 품종은 샤인머스켓이 60%고, 거봉이 4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수출 전략은 신뢰다. 이는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쉽게 연을 놓지 않는 그의 성격과도 맞아 떨어졌다. 예를 들어 수출국의 수입업체와 거래 시 업체를 복수로 정하지 않는다. 수출단가를 올려 준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자신의 대표 직함이 찍힌 포도가 수출국 현지에서 가격으로 경쟁하거나, 업체와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서다.

포도 수출국에 대한 집념에서도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거봉 수출이 주를 이뤘던 호주가 검역을 까다롭게 하면서 수출물량이 줄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박용준 대표는 “과거 우리 포도가 호주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구매할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검역을 까다롭게 해 규제가 심해졌지만, 제가 누르면 누를수록 극복하려는 스프링 같은 성격이라 2019년과 같은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나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보는 한국 포도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나라처럼 손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포도만 봐도 일일이 농민의 손을 거쳐야 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노력에 고품질의 포도가 생산된다면 수출포도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수출물류비 폐지에 대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출이다. 내수 물량에서 남는 것은 수출로 소진해 줘야 국내 가격을 올려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수출물류비로 큰 도움을 받았던 부분을 어떤 식으로라도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제작지원 : 2023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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