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산물 수출허브(Hub) ‘통합·선도조직’ 세계를 누빈다
①K-파프리카 수출의 구심점 코파(주)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프롤로그
한국산 신선농산물이 해외에서 고품질로 인식되면서 일본, 미주,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수출통합조직’과 ‘수출선도조직’이 있다.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출자한 ‘수출통합조직’과 ‘수출선도조직’은 FTA(자유무역협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농산물 수출인프라 강화를 위해 정부가 육성한 전문수출조직이다. 2023년 기준 파프리카, 버섯류, 딸기, 포도, 절화류, 배, 토마토, 감귤, 단감, 키위 등 10개 수출통합조직과 사과, 마늘, 월동무, 배추류 등 4개의 수출선도조직이 구성돼 있다. 이들 조직은 수출의 조직화와 규모화, 창구일원화, 시장개척 활동 등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의 생산과 수출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FTA로 넓어진 경제영토를 누비면서 신선농산물 수출 확대에 주력해온 ‘수출통합조직’과 ‘수출선도조직’의 활약상을 7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신선농산물 수출효자 파프리카

코파(주)는 파프리카 수출농가와 수출사가 공동출자한 수출마케팅 조직이다.
코파(주)는 파프리카 수출농가와 수출사가 공동출자한 수출마케팅 조직이다.

2019년 수출물량 정점 이후 
경기 침체·코로나 등으로 ‘주춤’
코파(주) 중심으로 제2 도약 준비 

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역사는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에 대응해 정부가 원예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세우고, 시설현대화와 수출전략산업육성을 추진하던 1990년대에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정부의 수출농업육성사업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재배가 확대됐고, 소비가 늘면서 현재는 연간 7만5000~8만5000톤이 연중 생산되고 있다. “파프리카가 재배된 초창기에는 수출용 위주였지만 국민들의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요리법이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 최덕규 농업회사법인코파(주) 해외마케팅 팀장의 설명이다.

 

파프리카 생산량 중 내수와 수출의 비율은 6대4 정도다. 수출물량만 놓고 봤을 때는 2019년 3만5325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1년 2만7433톤, 2022년 2만6594톤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수출금액으로는 2018년 9226만 달러, 2019년 9151만5000달러로 전성기를 보냈고, 2020년에는 수출목표를 1억 달러로 설정해 순항하려는 순간 코로나19가 발생한 여파가 컸다.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엔저 및 달러 강세 등 수출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그렇지만 파프리카 생산자들과 수출업체들은 코파(주)를 중심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프리미엄 시장공략 등 다양한 수출전략을 실천하면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파프리카 수출의 중심축, 농업회사법인코파(주)

2023년 3월에 열린 일본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홍보하고 있다.
2023년 3월에 열린 일본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홍보하고 있다.

350여 농가·22개 수출사 참여
일본 맞춤 오프라인 홍보 강화 
중국·동남아 등 시장 공략 힘써
파프리카 국산 종자 개발도 추진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인 농업회사법인코파(주)는 2018년 2월 생산농가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됐는데, 현재 350여개 농가와 22개 수출사가 참여하고 있다. 코파(주)는 파프리카 생산에서 수출까지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품질 및 가격 경쟁력 강화, 수출 확대 등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 노력해오고 있다.

한국산 파프리카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신형민 코파(주) 대표이사는 “주력시장인 일본에서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수출물량을 확대하면서 중국, 동남아 등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국산종자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한다.
 

일본 동경의 지하철 광고 모습
일본 동경의 지하철 광고 모습

일본의 경우 2022년부터 오프라인 홍보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지하철 광고 및 신문 전단지 광고 등 오프라인 홍보를 강화하면서 행사매장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8%나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신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에는 중국과 파프리카 협상을 체결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측의 검역강화와 통관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선농산물이기 때문에 저장성에 한계가 있었던 것인데, 이런 난관 속에서도 2022년 20여톤의 파프리카를 수출했고, 온·오프라인 홍보와 마케팅을 병행하면서 중국시장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신형민 대표는 “파프리카 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출 국가를 발굴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지면적 등을 감안할 때는 물량 위주가 아닌 품질, 즉, 최상위 소득 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파프리카의 생산과 수출로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한다.
 

코파(주)는 국산 파프리카 품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코파(주)는 국산 파프리카 품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코파(주)는 2019년부터 농업R&D(연구개발)기관들과 국산 파프리카 종자의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로열티를 비롯한 생산비 절감과 함께 우리나라 재배환경에 맞는 품종을 확대하기 위해 국산 종자 개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신형민 대표는 “한국산 신선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통합조직 간 통합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 개최한 ‘BKF 2023(K-FOOD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는 8개 수출통합조직이 합동홍보관을 운영한 바 있다. 이처럼 신선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조직들이 공동마케팅을 펼치자는 것이 신형민 대표의 제안이다.


#탐진들(주), 최고 품질 내세워 수출 확대 견인

스마트팜으로 운영되는 탐진들(주)
스마트팜으로 운영되는 탐진들(주)

ICT 지능형 유리온실서 재배
글로벌GAP인증, 안전성 갖춰
규모화로 연매출 100억 달성

전남 강진군의 농업회사법인 탐진들(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파프리카 수출전문단지다. 이곳의 파프리카는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한 지능형 유리온실에서 최적화된 재배환경관리를 통해 생산돼 품질이 균일하고, 글로벌GAP인증을 획득할 만큼 안전성을 갖췄다. 김종운 탐진들(주) 대표는 “주기적인 교육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최고 품질의 파프리카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1996년부터 수출을 해왔는데, 연간 생산량 3000톤 중 55%가 수출된다”고 전한다.
 

김종운 탐진들(주) 대표

탐진들(주)는 최고 품질의 파프리카 생산과 수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김종운 대표는 “엔저 등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수출물량이 오히려 늘었는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주 단위로 생산량과 시장변화에 대응하면서 위험부담을 줄이고 있다”면서 “선발주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수출시장 개척해가야 파프리카 산업의 미래도 있고, 내수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한다.

탐진들(주)는 처음부터 수출에 초점을 맞췄다. 김종운 대표는 “영농법인을 설립할 때가 40대였는데, 무슨 농사를 지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농업선진국으로 연수를 다녔다”면서 “그래서 결정한 것이 첨단시설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우리나라에 가까운 일본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파프리카를 선택했다”고 전한다. 일본의 파프리카시장이 성장세였고, 경제성장추세를 봤을 때 국내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런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1994년 5명의 회원이 1만3200㎡(4000평)로 시작한 유리온실이 현재는 16.7ha(5만평)의 지능형 유리온실로 규모화가 됐고,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김종운 대표는 수출용 파프리카를 육성한 공로로 2022년 11월 전남농업인대상을 받았고, 2023년 대한민국식품대전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향후 목표 역시 파프리카 수출을 선도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산 파프리카를 찾는 외국의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는 만큼 맛과 품질이 좋아야 한다”면서 “재배기술이나 품질관리 등의 노하우를 매뉴얼화해 한국산 파프리카의 품질을 높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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