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 푸드테크
<3>농가와 상생하는 푸드테크 기업은|미래농업연계형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푸드테크 산업의 생태계는 사람과 기술과 자본. 사람은 대학의 푸드테크학과에서 육성했다면, 기술은 스타트업을 포함한 푸드테크 기업의 몫이다. 이들이 있어야, 푸드테크의 첨단기술이 식품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좋은 기술은 발전시키고, 그렇지 못한 기술은 개선하고 보완한다. 이게 스타트업의 역할이다. 푸드테크가 우리나라 농식품의 미래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도 푸드테크 기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푸드테크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농가와의 상생이 필수다. 농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현장

잇마플의 김현지·김슬기 공동대표. 이들은 2017년 환자 질환별 맞춤형 식단 제공을 목표로 창업하고, 푸드테크 기술을 통해 데이터 기반 환자에 맞는 식단을 서비스하고 있다. 
잇마플의 김현지·김슬기 공동대표. 이들은 2017년 환자 질환별 맞춤형 식단 제공을 목표로 창업하고, 푸드테크 기술을 통해 데이터 기반 환자에 맞는 식단을 서비스하고 있다. 

저염식·저당식·고영양식 등
질환별 영양성분 꼼꼼히 조절
농가와 원료 생산 협력 모색
농산물 소비 확대 발판 기대

‘콩팥병 환자들에게 즐거운 식사를 돌려드리고 싶다.’

환자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많다. 그래서 식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식은 ‘맛이 없다’고 적게 먹거나 안먹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는 생존과 직결된다. 환자들에게 즐거운 식사, 그러면서도 안심되는 식사를 제공하고 싶었다. 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는 콩팥병이 있었기에 환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2017년 잇마플이 문을 열게 된 계기다.

맞춤형 환자식을 위해선 잇마플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건강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다음, 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칼로리와 나트륨,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인, 칼륨 등 하루 영양 구성을 제안하고, 이에 맞는 식단을 제공한다. 잇마플은 임상영양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병원의 식사지침을 분석하고, 논문을 살펴본 결과들을 토대로 식단을 데이터베이스(DB)화 했고, 고객의 데이터에 맞춰 건강 상태별로 식단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영양 데이터는 약 360만건 확보했고, 식단은 3만여명에서 제공하고 있다.

잇마플이 출시한 맛있저염 제품. 콩팥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잇마플은 영양성분도 관리한다. 질환별로 제한하거나 강화해야 할 영양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질환별로 콩팥은 저염식을, 당뇨는 저당식을, 암은 고영양식을, 갑상선은 고요오드식을 각각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영양성분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잇마플은 저염식의 맛있저염, 당을 낮춘 맛있저당, 고영양의 맛있고영 등의 브랜드를 런칭, 제품을 출시 중이다.

특히 미량의 영양성분은 맛과도 연결될 수 있다. ‘환자식은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요소다. 예를 들어 소금 1g에 들어있는 나트륨 함량과 된장 9g의 나트륨 함량이 동일하다고 할 때 소금 대신 된장과 고추장 등을 섞어 같은 영양성분의 소스를 만드는 등의 맛의 치환값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면 못 먹는 식재료가 없고, 그만큼 맛도 살아나게 된다는 것이 잇마플의 분석이다. 영양·식단 데이터와 환자 데이터를 연계, 식단을 추천하고, 영양성분을 미량까지 조절하는 등에 푸드테크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김슬기 대표는 “다른 메디푸드 기업과의 다른 점이라면, 잇마플은 식사를 제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먹고 난 이후에도 식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식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양 코치는 물론 건강 리포트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식품대전’ 내 농업-푸드테크 상생관. 잇마플이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방문객들에게 환자 질환별 식단 서비스를 알렸다. 
11월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식품대전’ 내 농업-푸드테크 상생관. 잇마플이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방문객들에게 환자 질환별 식단 서비스를 알렸다. 

잇마플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나눈 ‘농업-푸드테크 기업간 상생 유형’에서 ‘미래농업 연계형’으로 분류된다. ‘미래농업 연계형’이란 개인 맞춤형 식단 등 최고 단계 푸드테크에 최적화된 원료 생산을 위해 스마트팜 등 미래형 정밀농업과 연계한 곳을 의미한다.

잇마플은 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 칼륨 저감 채소 등을 생산하는 스마트팜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계는 있다. 김현지 공동대표는 “스타트업들은 오래전부터 식품을 해온 기업이 아니어서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등의 정보들을 알기 어렵다”며 “농가 정보 등을 알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현지 대표는 “쌀에 함유돼 있는 단백질을 10분의 1 수준으로만 줄여도 식단에 고기를 한 두 점 더 추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연구는 있지만, 농가와 함께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구조가 약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맛의 치환으로 못 먹는 식재료가 없다는 건, 다양한 농산물 소비도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농가와 푸드테크 기업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잇마플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김슬기 대표는 “예전엔 그냥 먹는 것 자체가 식사에서 가장 중요했다면, 그 다음엔 맛있는 것을 먹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고, 이제부턴 개인 맞춤형으로 먹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김슬기’란 사람이 갖고 있는 질병에 맞는 맞춤 식사가 아니라, 질병이 있는 ‘김슬기’란 사람에게 식사를 맞출 수 있는 정밀 영양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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