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 푸드테크 <2>푸드테크 생태계, 어떻게 만드나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과 함께 개최한 제1회 월드 푸드테크 컨퍼런스앤엑스포 현장 전경.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한국푸드테크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 개최한 제1회 월드 푸드테크 컨퍼런스앤엑스포 현장 전경. 

푸드테크가 미래 먹거리의 혁신을 이끌려면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이 생태계는 ‘사람과 기술과 자본’으로 구성된다. 첨단 기술과 이 첨단 기술을 사업화 할 자본, 이를 주도할 사람. 이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푸드테크 생태계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기술, 많은 자본이 있더라도, 사람이 없다면, 푸드테크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학에 푸드테크학과를 개설하며,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렇다면,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과 기술과 자본, 생태계의 기본

지난해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출범
학·연·관·산 네트워킹, 생태계 구축 나서
국내 넘어 세계로 영역확장 구상도

농어업위도 워킹그룹 의제 설정 등
식품산업-농어업-농어촌 연계 모색

푸드테크 산업이 정착하고, 성장하려면,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생태계라는 게, ‘기술’과 ‘사람’과 ‘자본’이 있어야 한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는 “대학은 사람을, 스타트업은 기술을, 대기업과 투자자는 자본을 각각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계가 조성됐다면, 이 생태계를 끌어갈 주체가 필요하다.

푸드테크 산업은 어느 한 곳이 끌어가지 않는다. 푸드테크 산업이 식품에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산업이듯 여러 조직이 힘을 보태고 있다. 그 중심엔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있다. 푸드테크의 특성상 민간이 주도했을 때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푸드테크협의회는 푸드테크 관련 ‘학·연·관·산’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 협의체다. 푸드테크협의회는 2022년에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출범, 학·연·관·산의 네트워킹과 함께, 푸드테크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내년엔 UN과 함께 세계 각국의 푸드테크 기관들과 월드푸드테크협의회를 만들 계획도 있다. 푸드테크 영역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도 힘을 더하는 곳 중 하나다. 농어업위는 지난 3월 제2기에 이어 6월 3기 민간위원으로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를 위촉했다. 농어업위가 푸드테크에 관심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농어업위는 올해 워킹그룹 등에서 푸드테크를 의제로 제시, ‘푸드테크와 농어업의 연계성을 강화하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업위에서 푸드테크 기반의 식품산업과 농어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푸드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의 발굴로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농어업위는 푸드테크를 논의선상에 꾸준히 올릴 예정이다. 더욱이 최근엔 한국푸드테크협의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서울대 푸드테크센터 등이 함께 11월에 연 ‘제1회 월드 푸드테크 컨퍼런스앤엑스포’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농어업위가 푸드테크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태평 농어업위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 “ 농어업위는 푸드테크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산업이 수출 1000억 달러 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식품교육공무원도 올해 총 4차례에 걸쳐 한국푸드테크협회의회·푸드테크센터와 함께 ‘청년 푸드테크 토크콘서트’를 진행,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할 푸드테크 산업을 향한 청년층의 관심을 제고하는 기회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인터뷰/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청년 참여로 농식품산업 활기 기대”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이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이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사람·기술 유입되도록 환경 조성
푸드테크산업 육성법 제정 기대

-푸드테크 왜 중요한가.
“과거에는 우리가 배고플 때 대량 생산하고 좀 값싸고 맛있게 먹었다면 지금은 한끼를 먹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먹는다. 먹는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런 가치를 위한 식품 소비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푸드테크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 까지 전 분야에 푸드테크가 투입되고 있다. 국가 중요 산업으로 커가고 있다 ”

-푸드테크가 신사업으로서 성장하려면.
“푸드테크 생태계가 있어야 하고, 핵심은 사람이고, 그 중에서도 청년이다. 푸드테크는 첨단산업이다. 기술을 잘 이용하고, 기술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융합할 수 있는 청년이 푸드테크 산업에 더 유리하다. 푸드테크 계약학과를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푸드테크 기술력은 우수하다.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에 청년들이 관심 갖고 들어오면 농식품 산업에 활기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며, 푸드테크가 청년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

-푸드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푸드테크 산업이 잘 되려면 사람과 기술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법적 뒷받침이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이다. 국회에서 검토 중이다. 올해 안에 통과되길 바란다. 자본도 순환돼야 한다. 성공한 기업인들이 본인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을 키우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이렇게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해야 푸드테크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 푸드테크 수준은.
“세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초로 대학에 푸드테크학과를 만들었다. 푸드테크 관련법도 최초이고, 푸드테크 민간 협의체인 푸드테크협의회 역시 최초다. 푸드테크 분야의 각 영역이 대한민국이 최고여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푸드테크 산업을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생태계가 필요한 것이다.”


농식품부, 대학과 협력해 ‘푸드테크학과’ 개설
푸드테크 산업 이끌 ‘첨단인력 육성’ 박차

청년 창업가·기업재직자 등 교육 지원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8곳 운영
막막했던 푸드테크 핵심 기술 익히고
다양한 리더그룹과 현장학습도 활발

결국 푸드테크도 사람이 하는 일. 기술이 있고, 기술을 펼칠 자본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푸드테크 첨단인력 육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정부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청년 창업가 1000명 육성 △푸드테크 신규 인력 1000명 양성 △기업 재직자 1000명 대상 푸드테크 교육 지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 재직자 1000명 대상 푸드테크 교육 지원’을 위한 ‘푸드테크 계약학과’가 눈에 띈다. 농식품부와 대학이 협약을 체결, 푸드테크 계약학과를 운영한다는 것인데, 생태계 중 ‘사람’을 키우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할 때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농식품부는 푸드테크를 통해 지방 중소식품업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목적에서 2021년부터 푸드테크학과를 선정해오고 있다. 푸드테크학과는 계약학과로 운영되는데, 계약학과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업 맞춤형 학과다. 현재 푸드테크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총 8개. 2021년 고려대(세종)과 한양대, 서울대, 경희대에 이어 올해 전남대와 전북대, 전주대, 포항공대를 푸드테크 계약학과 운영 신규대학으로 선정, 9월부터 운영 중이다.

푸드테크학과에선 푸드테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물론, 핵심기술과 푸드테크의 국내외 규제, 푸드테크 현장 등을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과 만족도도 높다.

김현지·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 이들은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1기 졸업생으로, 푸드테크학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김현지·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 이들은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1기 졸업생으로, 푸드테크학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올해 서울대 푸드테크학과를 졸업한 잇마플(Eat Mapl)의 김현지 공동대표는 “푸드테크는 학문으로서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다보니 정확한 커리큘럼을 제공받지 못했다”면서 “푸드테크학과에서 2년의 과정을 통해 푸드테크 산업과 그 기술들을 함께 접하면서 푸드테크 전체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슬기 공동대표도 “푸드테크학과에 들어오긴 전엔 멘땅에 해딩하듯이 직접 부딪히면서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며 “푸드테크학과에 들어와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시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잇마플은 ‘데이터 기반 질환별 식단’을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업으로,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는 2017년에 창업 후 2021년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1기에 입학, 올해 졸업했다.

◇아이디어로 시작, 기술화까지

김정훈 인테이크 이사.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와 푸드테크학과 동기다.
김정훈 인테이크 이사.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와 푸드테크학과 동기다.

인테이크(INTAKE)의 김정훈 이사. 2013년에 설립한 인테이크는 대체당, 대체유, 대체란(卵) 등 대체식품을 제조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와도 동기인 그가 생각하는 푸드테크학과는 어땠을까.

“푸드테크는 기술이 접목된 분야입니다. 그렇다보니 전문성이 요구돼요. 푸드테크학과에서 생명공학, 생물공학, 화학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푸드테크 기술과 여기에 연관된 전반적인 분야를 배웁니다. 처음엔 물론 전공이 아니라면 어렵고 힘들 순 있어요. 그러나 푸드테크를 현장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 아직은 거의 없습니다. 교수님들의 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금 당장은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아이디어를 구현해 내는 소스를 얻기도 해요. 실제 인테이크에선 단백질 추출 관련 아이디어로 기술화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네트워크도 푸드테크학과의 장점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하나의 문제가 여러 실마리로도 풀립니다. 그만큼 생각의 저변이 넓어지더라고요.”

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푸드테크는 의식주 중 식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식’이 과연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푸드테크학과는 분명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요.”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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