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다움을 회복하다 <10> ‘농촌공간계획 해외 우수사례 시사점’ 전문가 토론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이현우·최영진 기자] 

 토론자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자원과장(좌장)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손용훈 서울대학교 교수
김성경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 사무관
엄성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정책팀장


#해외 농촌공간계획 방법
“선진국 ‘주민참여 원칙’ 주목농업가치 부각에 초점 둬야”

▲홍석영=농촌공간계획 관련 해외의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이것의 시사점을 논의하는 자리다. 발제를 통해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전문가들께서 독일, 영국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말씀해주길 바란다.

 

농산물 생산하는 곳만이 아닌 가치 있는 공간으로 농촌 보존

송미령=우리나라가 농촌 공간계획 관련 제도를 도입할 때 중점적으로 독일과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이 더 이상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만이 아니라 가치 있는 공간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 영국에서는 국민들에게 농촌이 중요 기능을 하는 곳인 만큼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는 합의를 이루고 있다.

독일은 내부지역과 외부지역으로 구분한다. 내부지역은 비개발된 도시지역을 의미하고 외부지역은 농촌지역이다. 외부지역은 개발을 할 수 없다. 건축부자유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농촌 공간 계획 시스템도 다르게 접목하고 있다. 독일은 농지 정비와 마을 재정비를 이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주민 참여에 대한 원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마을 재정비 계획을 수립할 때 주민들이 참여한다. 10년이라는 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부문별 위원회를 만들고 의견을 내는 등 활동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

 

예쁘게 아닌 지역 특성 유지 경관의 다양성 보존이 핵심

손용훈=영국에서 말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경관)의 출발은 농촌에서 시작했다. 영국은 훼손된 경관을 더 예쁘게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의 경관 특성을 유지하고 잘 보존하는 것이 영국다움과 국가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관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의 환경식품농무부는 2001년에 만들어졌다. 그동안 농촌을 보호하지 않으면 농업이 사라질 수 있어 생산 활동을 적극 지원해왔다. 하지만 농촌은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중요한 것은 물론 농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농지 개간 등이 옳은 행동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농촌 환경도 중요하다는 인식과 요구가 수용되면서 환경식품농무부가 탄생했다. 그래서 이 부처가 농촌의 생태계까지 관리하게 됐다. 우리도 비슷한 수준에 온 만큼 국민들의 의식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개발이 농촌 장점 찾는 방해요인…주민 공감 기반 공간계획 실현

김상범=일본과 영국, 독일은 자국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해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을 잘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농촌을 개발 중심으로 공간 계획을 진행했다. 농촌 공간 계획은 농촌의 좋은 환경 등을 활용하는 측면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개발로 인해 농촌의 장점을 잃었고 개발이 농촌의 장점을 찾는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농업 가치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 농촌다움이 시각적·환경적·삶의 질에도 기여하겠지만 신기술을 농촌에 도입하면 농촌다움이 어떻게 더 확대될지 알 수 없고 미래세대가 생각하는 농촌다움은 새로운 개념이 될 수 있다.

농촌공간계획은 농촌의 어떤 장점을 살릴지 심도 있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진행할 때 주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미래의 거주민들이 농촌을 어떻게 가꿀지 고민하고 공감대를 가져가는 것이 공간계획을 실현하는데 중요하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홍석영=해외 선진 사례가 국내에 미치는 시사점에 대해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농식품부 토지보전 개념 부족…더 큰 틀서 농촌공간계획 논의를

손용훈=농촌공간계획법 제정까지 온 만큼 다음 단계로 농촌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정책과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여러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도의 안착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을 만들면 된다.

한국 사회에선 환경부와 문화재청 같은 보존 중심의 부처가 있는데, 토지 보존에 대한 개념이 농식품부에겐 아직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농촌공간계획법을 토지 보전 측면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AONB를 사례로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만 보지 말아야 한다. 우리처럼 빠르게 도시화된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도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올라갔을 때 농촌을 어떻게 만들지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우리가 농촌다움에 대한 공간계획 방향을 잘 정하면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고 더 큰 틀에서 논의할 수 있다.
 

중앙정부-자치단체 체계적 연계…지역대학 고민 해결창구 역할을

김상범=선진 사례에서 배울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가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고 서로 연계성 있게 업무를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민간조직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공간계획 관련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 그런 역할을 할 곳이 지역의 대학이다. 대학 내에 지역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인재육성이 가능하다. 인재들은 지역 내 일거리가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지역 내에서 묻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다움 잊은 똑같은 포맷 안돼…농촌 다양성·지역 가치 발현해야

송미령=농촌은 더 이상 농업 생산과 농업인만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국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농촌 개발을 진행하면서 농촌 자체가 가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지역마다 공간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다움을 잊은 채 똑같은 포맷으로 만들면 안 된다. 그래서 지역만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의 다양성을 강조해야 한다.

주민들이 농촌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농촌공간계획법에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농촌 주민들 입장에선 무엇을 할지 막연한 상황이다. 시범계획을 세울 때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공간계획과 사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다른 나라처럼 타부처사업, 지자체의 정책 등을 융합해서 시행해야 한다. 여러 부처들과 광역·기초 지자체, 민간단체, 공공기관, 주민조직 등이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성하고 서로 상호 보완한다면 농촌공간계획법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해준=농촌을 재구조화하는 공간계획을 만들려면 농촌 특성과 역사, 문화가 무엇인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특성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거나 농촌공간계획 관련 업무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지역 내에서 활동하면서 공간계획 수립과 실행 등이 작동할 수 있었다. 농촌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경관협약에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명시됐다. 농촌 공간계획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제시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한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은 상황에서 중앙·지방정부가 제도를 시행할 때 국민들의 동의도 얻을 수 있고 주민 참여의 기반도 될 수 있다.
 

효율적 거버넌스로 맞춤형 지원…주민 주도할 수 있게 제도 도입

김성경=농촌공간계획법은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소멸 위기 등에 대응해 농촌공간의 재구조화와 재생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를 통해 삶터와 일터, 쉼터로서 농촌다움을 회복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그동안 농촌은 생산 공간으로만 주목받았지만 점점 국민 모두를 위한 공간, 새로운 대안적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시행하는 농촌공간계획법의 안정적인 정착이 중요하다.

농식품부에서는 중앙·지방의 지원조직을 구축할 것이다. 또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협약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실시할 것이며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는 제도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농촌 공간계획을 수립할 것인데 해당 공무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역개발로 농촌문제 해결 못해…농촌주민이 어떻게 할지 제시를

엄성준=정부는 그동안 해외의 좋은 사례와 제도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외국에서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반영된 철학까지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다. 좋은 정책이었지만 농민들과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동안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지역개발이었다. 그런데 농촌이 직면한 문제는 많은데 해법은 지역개발 등 1~2개만 제시했다. 이런 방식은 농촌 소멸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앞으론 정책을 반영할 때 농촌 주민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홍석영=국가와 지자체, 민간조직, 주민들이 해야 할 역할이 각각 있다. 지자체의 의지, 주민과 민간조직의 자발적 참여 등이 일치될 때 농촌 공간계획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런 바탕에는 농촌이 가진 가치를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R&D 역할을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농촌 공간을 진단하는 방법을 만들고 재생 모델을 만드는 역할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 농촌 공간계획 필요성, 중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역할도 하겠다. 농진청은 농촌공간계획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이병성·이현우·최영진 기자 leebs@agrinet.co.kr 
사진=김흥진 기자 kimhj@agrinet.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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