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다움을 회복하다
<2>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이현우 기자] 

독일의 농촌공간계획은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주민이 모두 참여해 양방향으로 지역의 현안과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의 핵심 정책은 어느 지역이든 동등한 삶의 질 제공이다. 사진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빌트베르크시 마을전경. (사진=취재기자)  
독일의 농촌공간계획은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주민이 모두 참여해 양방향으로 지역의 현안과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의 핵심 정책은 어느 지역이든 동등한 삶의 질 제공이다. 사진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빌트베르크시 마을전경. (사진=취재기자)  

“농촌마을과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농촌마을 거주자도 다시 늘고 있다. 농촌마을이 도시보다 삶의 질이 더 높다” 

지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독일의 농촌공간계획(농촌정비계획)을 취재해 본 결과 이 같이 요약하기에 충분했다.

독일은 한국보다 앞서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 이탈 등 농촌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는 공간계획법(ROG)을 토대로 각 지역별 농촌마을이 지닌 전통(건축물, 지역 문화 및 축제 등)을 유지하면서 정주환경을 대폭 개선해 왔다.

농촌공간을 재정비한 결과 농촌마을은 도시보다 쾌적한 주거공간이 조성됐고, 유치원·학교, 양로원, 마트, 병원, 소방서 등 공공서비스와 생활편의 시설도 갖춰졌다. 농촌마을 자생력이 회복된 것이다. 
 

농촌 정주환경이 개선되면서 농촌마을에 정착하는 젊은층 주민이 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소도시인 오버롸이헨바흐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경. (사진=취재기자)  
농촌 정주환경이 개선되면서 농촌마을에 정착하는 젊은층 주민이 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소도시인 오버롸이헨바흐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경. (사진=취재기자)  

독일 행정체계는 연방정부(Bund)-주정부(Land)·도시주(Stadtstaaten)-연합시군(Kreis)-게마인데(Gemeinde, 최소 행정구역)로 구분된다. 한국의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독일의 공간계획도 행정체계에 따라 독일 연방정부가 국토공간계획을 수립하면 주정부가 발전계획을 설계하고, 연합시·군과 게마인데는 각각의 지역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연방정부의 상위지침이 하위계획 수립에 반영되고, 반대로 하위계획도 상위지침 작성 시 고려되는 등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단계에서 계획을 수립할 때 하위단계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주정부와 지역연합체, 지역단위별로 조율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안정적인 정책 추진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계획, 농촌·지역경제에 활력   

농촌공간계획이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독일의 농촌마을은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취재기자)
농촌공간계획이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독일의 농촌마을은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취재기자)

12개 지역연합체별 계획 토대
공간계획 목표·원칙 설정
15년 주기 공간이용계획 마련

연방정부-주정부 재정 투입
주거시설 개선·기업 유치 등 성과

독일의 농촌공간계획 체계를 집중 탐색하기 위해 9월 18일 독일 남서부지역에 위치한 인구 1128만명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를 찾았다. 농업과 제조업이 동시에 발달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핵심 정책 방향은 ‘어느 지역에서든 동등한 수준의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주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어떻게 도시와 농촌 간 균형 발전을 실천하고 있을까. 

바덴-뷔르템베르크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공간계획법(ROG)을 기반으로 수립하고 있었다. 또한 공간계획에 유럽연합 지역개발프로그램(LEADER), 연방정부의 농촌지역발전프로그램(ELR), 연방정부와 주정부 재원이 융합된 지역지원자금 등을 투입하고 있다. 

주정부 개발 계획에는 모든 토지 이용 계획과 건설 계획을 바탕으로 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발전적인 공간 이용에 대한 통합 개념이 담겨있다. 주정부는 지역별 거주밀도를 고려해 밀집지역, 밀집지역 주변 지대, 농촌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별 세분화된 공간 분류체계를 수립한다.

또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공간계획 지침은 12개 지역연합체별 지역계획을 토대로 구축된다. 지역별 공간계획 목표와 원칙이 설정되면 그 다음으로 공간이용계획에 대한 지도(개발 정비계획 설계도)를 그린다. 이 같은 지역별 공간이용계획은 대략 15년 주기로 마련하는데 지역별로 추구하려는 주거단지와 인프라, 기타 공간 활용 계획 등의 골격이 세워진다.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농촌지역발전프로그램(ELR)은 농촌의 도심 개발·주거, 기본 서비스, 직장 및 공동시설 등 4개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약 3만400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투입한 예산은 약 19억 유로(약 2조7082억원)에 달한다. 주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151억 유로(21조5233억원) 규모의 투자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지역 1만7100개 이상의 주택이 개보수 되거나 신규 건설됐고, 4만2600개 기업이 자리 잡아 더 많은 일자리가 보장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약 1억8000만 유로의 ELR 자금을 통해 510개 지방자치 단체에서 1782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농업 장려 프로그램으로는 ‘농업 환경, 기후 보호 및 동물복지를 위한 장려프로그램(FAKT Ⅱ)’을 가동하고 있고, 구조적 또는 자연적으로 불리한 지역에서 회사를 운영하면 별도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 경관 보전 조치 수행, 동물복지를 고려한 축사 건설에도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페터 하오크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식품·농촌지역 및 소비자보호부 장관
“‘농촌은 매력적인 곳’ 느끼게 해줘야”

페터 하오크 장관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책은 범부처적으로 논의해 추진하고, 매력있는 농촌지역을 만들어야 청년이 유입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페터 하오크 장관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책은 범부처적으로 논의해 추진하고, 매력있는 농촌지역을 만들어야 청년이 유입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주체들 네트워킹 구축
주택난·일자리 부족 문제 개선
지역서 공부한 학생 떠나지 않게
청년 주거시설 보급해 정착 유도

“많은 사람들에게 농촌지역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농촌공간계획에서 지역별로 가진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정책 결정에 주민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페터 하오크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식품·농촌지역 및 소비자보호부 장관은 한국농어민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농촌공간계획 추진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대학에서 임업과학을 전공하고 1987년 임업 공무원을 시작으로 주정부와 정치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한 그는 2016년 5월부터 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페터 하오크 장관은 농촌공간계획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매력적이고 저렴한 주택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문제도 있다”며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촌지역발전프로그램과 유럽연합 지역개발프로그램 리더(LEADER), 연방정부와 주정부 재원을 함께 투입하는 지역지원자금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장기간 시행하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단단해지는 등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마을과 지역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주거지와 기업들의 사업장으로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촌개발을 위한 정책, 전문가, 마을주민의 역할에 대해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농촌지역의 중요성과 강점을 인식하면서 15개 협회 및 단체로 ‘농촌지역연합’을 구성해 농촌발전을 협력하고 있다”며 “농촌지역연합과 공동으로 ‘농촌지역을 위한 미래 농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농촌지역 발전에 필요한 사항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개발했고 다양한 주체들 간의 네트워킹으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페터 하오크 장관에게 독일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독일 또한 농촌지역 고령화와 청년들이 학업 등을 이유로 농촌을 떠나는 등 농촌인구 감소 문제를 안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해 페터 하오크 장관은 “도시로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거나 농촌 소재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떠나지 않도록 바덴-뷔르템베르크주정부는 청년주택을 제공하는 ‘Junges Wohnen-Ortskern'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며 “농촌마을 빈집을 리모델링해 미래 지향적 주거시설을 보급하는 정책이다. 이는 청년 유입뿐만 아니라 농촌의 지역경제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촌지역의 경제 구조는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특히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족기업이 주축을 이룬다”며 “따라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산형 구조정책을 추진해 왔다. 어느 지역에서든지 동등한 수준의 삶의 질을 제공하는 것이 주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페터 하오크 장관은 농업농촌 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농촌지역 내각 위원회’를 설치해 주요한 농촌지역 현안을 주정부내 관련 부처에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 위원회는 미래지향적인 목표와 실질적인 행동 제언을 개발한다. 농촌지역의 구조 변화, 인구 흐름 및 경제적 변화를 파악해 부처 간 공동 논의를 통해 맞춤형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주정부의 모든 부처가 정책개발 과정에서 농촌지역을 고려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 이병성·이현우 기자 leebs@agrinet.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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