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깨끗한 축산, 이미지를 높이다
⑤양평 성기목장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김영준 대표는 매년 봄마다 가축분 퇴비를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논에 살포하고 그곳에서 자란 볏짚을 다시 한우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김영준 대표는 매년 봄마다 가축분 퇴비를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논에 살포하고 그곳에서 자란 볏짚을 다시 한우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무항생제 한우’ 인증 받아
이웃 농가도 퇴비 안심하고 사용
올해 유기농 인증 준비도 한창
조사료 가격 폭등해도 걱정 없어

적정 사육 마릿수 지키며 키우고
질척이지 않게 바닥 톱밥 청소 수시로
‘여기가 축사 맞냐’ 질문도 들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실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자연 순환이다. 가축이 배출한 똥을 논(또는 밭)에 뿌려 농작물 생산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다시 가축이 먹어 축산물 생산의 밑바탕이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진 않다. 분뇨를 뿌릴 수 있는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 논·밭에 뿌리려면 오랜 기간 부숙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 양평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성기목장(대표 김영준)은 자연 순환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 농가다.
 

사료비 절감효과 만점

김영준 대표는 철저한 송아지 관리 등을 위해 수시로 축사를 찾아 소를 관찰한다.
김영준 대표는 철저한 송아지 관리 등을 위해 수시로 축사를 찾아 소를 관찰한다.

김영준 대표는 50여마리의 한우가 배출한 분을 수거해 퇴비사(265㎡)로 옮긴다. 이후 톱밥과 발효제를 섞어 부숙 과정을 거쳐 매년 봄에 그의 논에 살포한다. 김영준 대표가 보유한 논은 약 3만평(9만9173㎡)으로, 이중 2만평의 논은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다. 퇴비를 자양분으로 자란 벼의 수확이 끝나고 남은 볏짚을 모아 발효제를 뿌린 후 비닐로 압축 포장한다. 그 안에서 볏짚이 발효과정을 거치면 한우가 먹을 조사료가 완성된다.

김영준 대표는 “목장에서 생산한 퇴비는 주변에 필요하신 분들에게 무료로 나누고 있다. 직접 퇴비를 뿌려드리기도 한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목장에서 나온 퇴비인 만큼 농가들도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다”며 “나의 친환경 재배 논에도 목장에서 생산한 퇴비를 살포하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논에서 생산한 볏짚은 다시 소에게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올해 유기농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준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이 사료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동안 조사료 가격이 폭등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논에서 생산한 볏짚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라며 “주변 벼 재배농가들도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어서 그곳의 볏짚도 활용했다. 그리고 친환경 볏짚 외에 다른 조사료를 급여하지 않는다. 우리 농장의 사료비는 일반적인 농장의 2/3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김영준 대표의 한우 사육경력은 30년이 넘는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한우를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김영준 대표는 “벼농사를 하시던 부모님이 외양간에서 5~6마리의 한우를 함께 키우셨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한우가 익숙했고 벼농사와 함께 복합영농으로 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한우는 대한민국 대표 축종 아니냐. 가격 변동에 크게 좌지우지 하지 않고 열심히 키우면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한우 사육의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냄새 없는 축사, 그림 같은 목장

부지런한 김영준 대표는 수시로 축사 바닥을 청소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부지런한 김영준 대표는 수시로 축사 바닥을 청소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한우 사육을 위해 마을 중심부에 있던 축사를 10년 전 지금 부지로 이전했다는 김영준 대표는 “목장 위치가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민원이 들어올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쪽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새롭게 옮긴 축사는 김영준 대표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며 사는 것이 첫 번째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목장을 깨끗하게 가꿀 수 있고 나 스스로도 노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깨끗한 목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목장을 풀과 나무 등으로 조경했다. 목장 입구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또 축사 내 냄새를 저감하기 위해 적정 마릿수를 키우는 것은 물론 수시로 축사를 청소하고 BM활성수 또는 발효제를 처리한다. 나눔축산운동본부의 ‘예쁜 농장 벽화그리기’ 사업을 통해 농장 벽면에 그려진 벽화도 아름다운 조경과 잘 어우러졌다. 김영준 대표의 철저한 관리 속에 축사 특유의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김영준 대표는 “일단 적정 마릿수를 넣고 키우고 있다. 그리고 축사 바닥엔 톱밥을 깔았고 질척이지 않도록 수시로 치우고 있다. 그렇게 관리하니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2~3일에 한 번씩 풀을 자른다. 물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조경수도 13년 전에 직접 심은 것이 훌쩍 자랐다”고 소개했다. 또 “통상 축사를 짓겠다고 하면 냄새 등으로 마을 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래서 난 축사 옆에 식당을 차려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깨끗하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목장을 관리하고 있고 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가 축사 맞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깨끗한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풀과 나무 등으로 조경한 성기목장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우량 송아지’ 입소문에 높은값

송아지 관리도 철저하다. 김영준 대표는 “번식우가 1년에 한 마리씩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며 “송아지 설사는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증세가 나타났을 때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시로 축사에 가는 이유다. 그래서 송아지 폐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리로 성기목장에서 생산되는 송아지가 우량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인기다. 김영준 대표는 “평균 거래 금액 보다 50만원 정도 더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기도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 무항생제 인증, HACCP 인증 등도 오래 전에 완료했다. 철저한 기록 관리는 당연하다. 김영준 대표는 “기록 관리는 습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날 할 일은 반드시 그 날 마무리 한다. 절대 미루지 않는다. 1시간 일찍 일어나면 남들보다 3~4시간 더 일할 수 있고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을 6년 정도 할 만큼 마을 주민들을 위한 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이·미용 활동을 비롯해 겨울철 논에 눈썰매장 만들기, 가을에 벼를 베서 떡을 만들어 먹는 체험 활동 등을 진행해왔다. 김영준 대표는 “어르신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 마을에 목사님 같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이라며 “눈썰매를 재미있게 즐겁게 타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후원하고 있는 단체가 있냐는 질문에 김영준 대표는 “기부 금액이 크지 않아서 말하기 부끄럽다”고 답했지만 그는 나눔축산운동본부와 각종 단체 등에 오랜 시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깨끗한 목장을 만들고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하기 위한 김영준 대표의 노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농협경제지주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나눔축산운동본부가 후원한 제5회 청정축산환경대상 시상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또 경기도의 아름다운 축산농장상도 받았다. 김영준 대표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쉽게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닌데 받게 돼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들과 함께하는 체험목장 꿈꿔

연암대를 졸업하면 아버지, 김영준 대표(오른쪽)와 함께 한우 사육에 뛰어들 김도정 씨가 파이팅을 하고 있다.
연암대를 졸업하면 아버지, 김영준 대표(오른쪽)와 함께 한우 사육에 뛰어들 김도정 씨가 파이팅을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사육마릿수를 150~200마리 규모로 늘리고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체험목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영준 대표는 “아들에게 축산학을 공부하라고 설득했는데 지금은 아들이 더 좋아한다. 아들이 나중에 목장을 물려받겠다고 올해 연암대에 입학했다”며 “아들이 졸업하면 축사를 더 지어서 규모를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도 유치원 아이들이 소를 구경하러 종종 온다. 우리 목장을 통해 한우가 깨끗한 환경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알리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체험목장을 아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시골에서 일을 하려면 체력도, 힘도 좋아야 한다”며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팔굽혀펴기 500개로 하루를 시작한 김영준 대표. 그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소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축산 농가들도 마을사람들과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축산업과 마을주민, 더 나아가 소비자까지 더불어 갈 수 있는 세상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김영준 대표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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